올 여름 세 모녀가 좋은 일을
한 건 했습니다.
한참 일하는 중에 울리는 전화...
"엄마, 괴물벌레가 나타났어.
빨리 와봐!"
"뭔데... 엄마 지금 바빠.
파리채로 잡아."
"아니라니까~ 괴물벌레라니까..."
그때 큰딸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건 괴물벌레가 아니라 사슴벌레 아니면, 장수풍뎅이라니까.
내가 집에 가서 검색해보고 올테니까 지키고 있어."
"안돼~ 무섭다구!"
"키약~~~, 엄마 물었어!"
뭔 일인가 싶어 집으로 달려갑니다.
애들이 생포 했다며 라면박스를 열어 보여줍니다.
어랏~
이건 정말 장수풍뎅이 아니면 사슴벌렌데...
그때 은강이가 달려나오더니,
"엄마, 이건 장수풍뎅이 같아.
그런데 어떻게 사람 사는 데 나타난 거지??"
아마도 누군가 집에서 키우고 있는데 녀석이 탈출을 감행한 모양입니다.
건장한 체격에 검은 갈색을
띄고 있는 녀석은
세 모녀의 호들갑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물구나무섰다를 반복하며
재주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키우자는 작은딸과
집에 토끼가 있어서 안된다는
큰딸,
순식간에 이뤄진 세 모녀의 협상에서 "자연으로 돌려보내주자."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자연...
그게 좋겠다.
원래 야생곤충이니까 답답한
아파트 보다는 자연에서 사는 게 낫겠지. 그래야 짝짓기도 할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아파트 앞 텃밭에
놔주기로 한 것입니다.
우후~
자연에 내놓으니까 더 멋지지 않습니까?
정말 장수가 투구를 쓰고 있는 모습이죠?
세 모녀는 모처럼 좋은 일을 했다며
득의양양 합니다.
그런데 장수풍뎅이 먹잇감이 있으려나?
원래 이 녀석은 금성산 같은 깊은 산속에서
참나무 수액 같은 걸 먹고 산다고 들었는데...
걱정입니다.
혹시나 먹을 게 없어서 다시 민가로 나오다
사고라도 당하지 않을지...
우리 딸들이 며칠째 그 텃밭주위를 맴돌고 있는 중입니다.
잘했어요,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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