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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아시아청소년교향악단, 그 단아한 선율에 빠지다

by 호호^.^아줌마 2009. 8. 21.

 

아시아청소년교향악단, 그 단아한 선율에 빠지다

 

 

‘아시아 청소년 오케스트라(Asian Youth Orchestra, AYO)’ 초청공연이

문화체육관광부·외교통상부·광주광역시 공동 주최로 8월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공연장에 도착하기 20여분 전부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퇴근시간에 도로가 막힐 것을 예상해 나주에서 5시 50분에 출발했는데

꼬박 1시간 40분이 걸렸다.

 

좀 일찍 도착해서 울산에서 오시는 김은주 님을 만나려고 했는데

퇴근시간 교통정체도 문제였지만 지름길로 가려고

네비에게 길라잡이를 맡긴 것이 화근이었다.

 

뻔히 아는 길을 이리저리 돌리고 돌리더니

급기야 광주 최대 교통지옥인 광천동 신세계백화점 앞으로 몰고 가지 않은가?

(너, 나중에 두고 보자.)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공연장 바로 몇 백 미터 앞에서 폭우가 쏟아져

차들이 난리법석을 치렀다.

 

방법이 없었다.

그냥 죽기살기로 끼어들기를 해서 딱 7시 30분에 도착했다.

다행히 공연이 한 15분 정도 늦춰져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무료 공연이다 보니 일찌감치 표가 매진돼 발을 동동 구르던 차에

울산에 사는 金銀珠님으로부터 등기특급으로 표를 공수받았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꿈꾸는 광주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공연인데

김대중 대통령 국장이 겹치면서 자리가 많이 비었다.

박광태 시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분향소에서 상주를 맡고 있다보니

그런 모양이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될 무렵, 자리가 많이 채워져 공연 분위기를 을씨년스럽게 하지는 않았다.

 

단원들이 공연준비를 하는 모습.

 

양심상 공연중에는  촬영을 할 수가 없어 미리 한 컷 잡았다.

첫 곡이 바버의  ‘현을 위한 아디지오(Adagio for Strings)’다.

지휘는 리차드 폰치우스, 은발이 멋진...

제1바이올린을 시작으로 잔잔하다 못해 적막감이 흐르는 선율이 점점 첼로와 콘트라바스가 가세하면서 무거워진다.

비감스러운 분위기가 어둠 속에서 뭔가 이뤄지지 않은 갈망에 몸부림치는 느낌이다.

弔曲은 아니지만 마치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그런 느낌에 빠져들었다.

저들이 코리아의 김대중 대통령을 알리 없고, 이미 오래 전에 레퍼토리가 짜여져 연관시킬 일도 없겠지만

내 나름으로 굴곡 많은 김 대통령의 인생역정을 떠올리며 그를 추모했다.

 

 

두번째 이어진 곡은 라벨의 ‘볼레로(Bolero)’.

비어있던 관악과 타악 주자들이 속속 자리를 매웠다.

 이 곡은 나와 우리 작은 딸이 거의 날마다 들을 정도로 좋아하는 곡이다.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마지막 장면은 이 음악으로 압권을 이룬다.

1980년 파리의 토로카데오 광장에서 거행되는
유니세프 제전의 반전콘서트에서 에디뜨 피아프와 누레예쁘, 그리고 카라얀은 

그들의 2세, 3세들이 함께 이 곡으로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마치 심장의 고동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이 음악에 맞춰

루돌프 누레예프 역을 맡은 20세기의 독보적인 남성무용수이자 연기자였던

조르쥬 돈(Jorge Donn, 아르헨티나, 1947~1992)이 춤을 추는 장면을 결토 잊을 수 없다.

이날 공연에서 지휘자 폰치우스는 전혀 손을 움직이지 않고,

아니, 아예 지휘를 하지 않고 전반적인 흐름을 연주자들에게 맡겼다.

 

처음 플륫 독주로 시작된 곡은 다른 악기와 리듬으로 매번 새롭게 탄생되지만

그 뿌리를 이루는 멜로디의 자취는 결코 변하지 않은 채 피날레를 맞이한다.

 

절친 블로거 alongma 님에 따르면 이 곡에서 반복되는 리듬이 169번이라고 한다.

감히 세어 볼 엄두조차 못 냈는데, 아무튼 그 정도로 반복되는 리듬이지만

지루하거나 한눈을 팔 겨를을 주지 않는다.  

역시 대단한 곡이었다.

특히, AYO의 공연은 탁월했다.

 

 

이어서 피아니스트 장 루이스 스토이어만 협연으로

역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Piano Concerto in G)’가 연주됐다.

처음 듣는 곡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고 울림이 좋았다.

연주가 끝난 뒤 서로 멋진 연주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지휘자 폰치우스와 피아니스트 스토이어만.

 

피아니스트 장 루이스 스토이어만은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태어났다.

4세 때 음악공부를 시작, 14세 때 브라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함으로써

공식 데뷔한 스토이어만은 이후 1967년 장학금을 받아 유럽으로 건너간 후,

나폴리 음악원 (Naples Conservatory)에 입학, 음악 공부를 계속하다가

1972년 라이프치히에서 개최된 바흐 콩쿠르 (J.S. Bach Competition)에서

우승하면서 솔리스트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이름을 유럽전역에 알리게 되었다.

 

이후, 스토이어만은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솔로 협연에 이어 로드 메뉴힌 및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지휘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도 협연하는데 특히 아쉬케나지와는 아테네 축제(Atnens Festival)에서 벤자민 브리튼의 콘체르토를 연주하였다.


 

스크리아빈의 솔로 피아노곡들과 멘델스존의 피아노작품 전곡을 모스크바 챔버 오케스트라와 협연, 필립스 클래식스를 통해 발매한 스토이어만은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와 바흐의 "6 파르티타"를 동일한 레이블로 출시하였으며 이 앨범으로 디아파종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가장 최근의 피아노 솔로 앨범으로는  2006년 악트쉬드 (Actes Sud)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슈만과 숀버그의 피아노 솔로집이 있다.           

 

     

                            

피아노 협연이 끝난 뒤 그칠 줄 모르는 관객들의 박수갈채에 두 거장은 함께 협연한 단원들을 파트별로 소개했다.

 

장차 세계무대를 주름잡을 그들의 후계자들이라는 애정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주목한 건 첼로 파트다.

 

특히, 가운데 안경을 쓴 갸름한 얼굴형의

친구.

 

바로 절친 블로거 김은주 님의 아들이다.

그 분 블로그에세 세계 여러나라를 누비며

공연하는 모습을 몇번 봤던 터라 쉽게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김은주 님의 아들도 첼로,

alongma님의 딸도 첼로. 아, 이분 따님은

콘트라베이스로 바꿨다고 그랬지.

 

이 분 따님도 22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연주가 있다고 했다. 

 

 

 

  

 

 

 지휘자 리차드 폰치우스.

전 생애를 음악에 바친 그는 1987년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였을 뿐만 아니라

박애주의자로 알려진 예후디 메뉴인과 함께 Asian Youth Orchestra를 공동으로 창설하였다.

아시아지역의 전도유망한 젊은 음악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오케스트라 설립의 기본 아이디어는

폰치우스가 약 30여 년을 거주했던 일본, 한국, 중국, 대만, 홍콩 지역을 거점으로 지휘자, 교사, 작곡가라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의 문화혁명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겪어야 했던 최초의 외국인 음악가였던 폰치우스는

1980년대 초, 상해 음악 학원에서 상임지휘자를 역임하며 컨서바토리 오케스트라와 순회연주를 했고

난징, 항저우, 푸저우, 하얼빈 지역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등 하얼빈 썸머 아트 페스티발의 부흥을 통해 명성을 얻게 되었다.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한국에서 연주회를 가진 후, 폰치우스는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을 위해

상하이 컨서바토리 오케스트라와 모든 미국 음악 프로그램을 지휘하게 되는 영예로운 기회를 얻게 되었다.

최근 폰치우스는 마르티누의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랩소디"등을 포함하는

중국 최고의 프로그램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부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인 윤지 리우와 공연하기 위해 컨서바토리로 돌아왔다.

1987년 이후, 폰치우스는 AYO(Asian Youth Orchestra)에 음악가로서의 일생을 헌신하였으며

그의 이런 노력은 예후디 메뉴인, 세르지우 코미시오나, 제임스 저드, 지안 왕, 앨리사 와이러스타인, 엘마 올리베이라, 요요마, 기돈 크레머, 엘리 아멜링, 린 초량,

길 샤함, 김영욱, 스테판 재키브, 알리시아 데 라로차 등과 특별한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하였다.

오늘날 비평가들은 AYO를 "경이로운" 오케스트라, 혹은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청소년 오케스트라"로 격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불새 연주를 마친 오케스트라는

감격의 도가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관객들을 위해

짤막한 앙콜곡으로 답례했다.

 

2000년 광주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9년 만에 열린 공연이다.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공연이다.

단원들은 이번 광주 공연에 이어서 8월 23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세 번째 연주회를 갖고 다음 공연을 위해

일본 도쿄로 떠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타이완, 홍콩,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최고의 전문 음악인 104명으로 구성된

아시아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1987년에 창단, 1990년 창립기념연주회를 시작으로 아시아, 유럽,

미국, 호주 등의 지역에서 약 275회의 연주회를 개최해왔다.

 

단원 가운데 한국인은 첼리스트 김욱영 군 등 모두 19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 가운데 얍실한 얼굴의 안경 쓴 총각 첼리스트가 바로 내가 아는 김욱영 군.

2012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완공될 즈음이면

세계를 주름잡는 어엿한 명 첼리스트가 되어있으리.

그 때를 기약하며... 

 

 

James Levine  cond.  Chicago Symphony Orchestra
                                                                   - from Fantasia 2000

 

 

Igor Stravinsky - Firebird Suite, 1919 ver.  

        L'Oiseau de feu

러시아의 민화를 소재로 한 민족주의적 낭만주의와 원시주의를 표방하는 
스트라빈스키의 대표작으로 당시 러시아 발레단의 흥행주 디아길레프의
의뢰에 의해 작곡되었다. 불새의 도움으로 마왕에게 잡힌 아름다운
왕녀들을 구출하기까지의 경위를 환상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 지휘 : Pierre Boulez
▶ 연주 : Chicago Symphony Orchestra
▶ 레이블 : 도이치 그라모폰

 

1. Introduction: L'oiseau de feu et sa danse(불새와 춤)


 

2. Variation de l'Oseau de feul(불새의 변주)

 

3. Ronde des Princesses(공주의 원무)

 

4. Danse infernale du roi Kachtchei(카츠체이 왕의 죽음의 춤)

 

5. Berceuse(자장가)

 

6. Final(춤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