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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양두구육행정, 사람 여럿 잡네!

by 호호^.^아줌마 2009. 10. 4.

 

양두구육행정, 사람 여럿 잡네!


지난주 <나주뉴스>에 게재된 만평에 대해 다시면 이장단장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어떻게 이장들을 형편없는 허수아비와 개고기에 비유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평은 나주시가 다시면 송전탑 민원을 해결하는 창구로 내세운 주민협의체가 사실은 주민대표는 물론 해당 마을 이장도 참여시키지 않은 채 몇몇 이장들만의 서명으로 급조된 주민합의안이었다는 사실을 풍자한 내용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보기에 따라 당시 협상테이블에 앉았던 이장들로서는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장단장의 분노와 항의에 마음 깊이 유감을 표한다. 행정의 말단에서 마을을 대표해 일하는 이장을 결코 ‘개고기’라고 표현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다만, 만평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봐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싶다.

 

본사 홈페이지에 당시 양두구육 상황을 설명해준 ‘오른이’라는 이름의 네티즌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장을 어떻게 ‘개고기’에 비유할 수 있느냐는 이장단장의 항의에 이 네티즌은 ‘여기서는 이장이 차라리 양머리일 것 같다. 수년 동안 노력해온 피해주민대표를 배제시키고 몇몇 마을 이장의 합의를 마치 전체 주민이 합의인 것처럼 이용하는 것이 양두구육행정 아니겠는냐’는 설명이었다.

이에 오해를 풀고 곧바로 수긍하는 글을 올린 이장단장이 결코 구육(狗肉)이 될 수는 없는 이유다.

 

양두구육(羊頭狗肉), 원래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현양두매구육(懸羊頭賣狗肉)을 줄인 것이다. 겉으로는 좋은 간판을 내걸지만 속으로는 나쁜 물건을 판다는 뜻이다. 이 말이 나온 유래를 살펴보니 재미있다.

 

춘추시대 때 제나라 영공(靈公)은 아름다운 미녀를 남장시켜놓고 감상하는 취미를 갖고 있었다. 그러자 곧 제나라에는 남장한 미녀들이 거리에 넘쳐났다. 결국 영공은 궁중 밖에서는 여인들이 남장을 하지 못하게 영을 내렸다. 그러나 효과가 없었다. 영공이 그 이유를 안자에게 묻자 안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왕께서는 궁중 안에서는 남장을 허용하면서도 궁중 밖에서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양머리를 문에 걸어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어째서 궁중에서도 남장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습니까? 안에서 금지한다면 궁 밖에서도 감히 남장하질 못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영공은 궁 안에서도 남장하는 것을 금했다. 그러자 하루도 안 되어 전국에서 남장여인이 사라졌다고 한다.

 

겉 다르고 속 다른 행정이 결국 여러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나주시가 주민합의안이라며 한전에 제시한 송전탑 선로에 대해 공군측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그대로는 추진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나주시가 급조한 협의안은 휴짓조각이 되든지, 또 다른 선로를 찾아야만 한다.

 

하지만 나주시는 이같은 속내를 숨기고 주민들이 이 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반발할 경우 당초 설계됐던 안대로 공사를 강행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런데 어떡게 하나. 나주시 안에 대해서 가장 많은 기수의 송전탑을 떠안게 될 형편에 놓인 반남박씨 문중과 나주임씨 문중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다만, 백호 임제 선생의 묘소를 가로지르는 송전탑과 선로는 위치를 바꿔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정도의 이의를 제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는 마당에 특정문중의 선산을 피하려고 무리하게 설계를 꾸몄다는 주민들의 의혹은 차츰 분노로 치달아가고 있다.

그동안 상식선에서 협상하고 설득하는 데 주력해왔던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행정소송에 돌입할 태세다. 감사원 관계자의 권유를 받아들여 재감사청구도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주민들에게 토지수용공고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 사흘 만에 결재도용까지 해가며 무리하게 업무추진을 한 부분에 대해서도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가? 주민들이 제기하는 의혹처럼 “내 선산만은 절대 안된다”는 보이지 않는 힘에 휘둘리는 행정은 아닌지,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못 막는 지경이 되지 않도록 나주시가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