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모정의 가을은 여전히 눈부시고 뜨거웠다.
하늘을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가을에 눈물이 비져나온다.
눈물샘에서 나오나, 가슴에서 나오나
나주시 다시면 영모정의 가을은
강바람으로부터 시작해 들바람, 하늘바람으로 이어지다
끝내 가슴 속 회오리바람으로 휘몰아친다.
구름...
저 하늘의 구름...
하늘을 수놓고 추억을 수놓는다.
나무...
언덕 위의 저 나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왔는지
몸통 가득 잔가지 굵어 하늘을 가리고 있다.
그 나무 아래 선 사람들,
나무는 늘 그 자리에서 사람들은 맞이하고 보내고 또 맞이한다.
영모정(永慕亭), 전라남도 기념물 제112호(1987년 지정)
구진포에서 영산강변 도로를 따라가면 회진마을 좌측 언덕에 영모정이 위치한다. 영모정은 중종 15년(1520) 귀래정(歸來亭) 임붕(林鵬, 1486~1553)이
건립한 정자로 초기에는 붕의 호를 따 「귀래정」이라 불렀으나 명종 10년(1555) 후손이 재건하면서 「영모정」이라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백호(白湖) 임제(林悌, 1549~1587)가 글을 배우고 시작(詩作)을 했다고 한다.
후일 정자가 퇴락함에 따라 나주 송씨 대종중에서 1982년 중건하였다. 1933년 영모정에서 회진개혁청년회가 항일내용을 담은 연극을 공연하다가 왜경에게 탄압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백호 임제선생 기념관」이 건립되어 보다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의 건물은 1982년에 다시 중건된 것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이다.
영모정 바로 밑 구릉에 「귀래정나주임공붕유허비」「백호임제선생기념비」 2기가 있다.
영모정은 비교적 건립 연대가 빠르고, 주위에 400여 년 된 팽나무가 많이 있어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특히 정자로서의 건축적 규범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옛영화를 간직한 회진 구진나루가 발치에 흐르고 있어 아침나절 안개 낀 영산강 물결이 깨어나는 아름다운 풍광을 느낄 수 있다.
현재 나주임씨 문중종회소로 이용되고 있다.
백호 임제 선생의 금성곡 시비
백호 임제 선생 아들 4형제가 지은 시
만남...
자매일까?
나무와 하늘과
아저씨들과...
아래서 바라보던 나무가
위에서 보니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네
할멈!
뭘 줍는게요?
줍긴 뭘...
가을 부스러기 하나 흘렸기에 줍는게지.
할멈!
그거 주워담아다 엇다 쓰시게요?
엇다 쓰긴...
가을밤 꿈길에라도 영감 마주치면
나 생각하라고 쥐어줄라만!
할멈!
행복하오?
행복은 무슨...
그냥저냥 살면 되는게지.
바람...
행복한 바람...
저 푸른 하늘을 무대 삼아
나무를 춤추게 하는 저 바람.
바람은 잡을 수 없다.
느낄 수는 있지만 바람은 결코 제 모습을 드러내보여주지 않는다.
사람 가운데도 그런 사람이 있다.
바람 같은 사람...
나무는 안다.
오늘도 흐르고 내일도 흐를 저 강물은
결코 어제의 그 강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거기 그 자리에 말없이 서서
지나가는 강물에 말을 걸어도 결코 대답하지 않는 강물.
머물수 없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만남이기에
답할 수도 없는 처지라는 것을
안다 나무는.
회진가
노(老) 출향시인 임인채(81)翁은
천국에 가서도 그 곳에 회진이 없다면
두 말 없이 돌아오마 한다.
긴 세월을 살아오다
심장에 구멍이 뚫린 저 나무도
오늘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춘다.
춤추는 나무를 보니
마음이 즐거워진다.
왜, 무엇때문에 어두웠던가
가슴에 청량한 웃음이 인다.
고추잠자리
약속된 생명의 모래시계를 아는 듯
힘 팔린 날갯짓으로 가을 햇살을 즐기는 꽁지 붉은 저 잠자리
하나님은 나와 저 잠자리를 사랑하시나보다.
서리가 내리면 묻히게 될 영모정 이 뜨락에서
이 가을을 함께 하게 하시니...
이 세상의 만남은
어느 것 하나 쓸모 없는 것이 없다.
가을날 오후 이 잠깐의 만남마저도
내 머릿속 한 귀퉁이를 비집고 들어와
기억의 창고를 만들어 놓으니 말이다.
내가 살면서 스치는 풀과 나무와 저 잠자리와 바람까지도
오늘의 나를 위해 베풀어주신 은헤가 아니고 무엇일까?
나는 결국 감사할 수밖에...
- 2009년 10월의 어느 멋진 주말을 기억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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