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공무원으로 살아가시는 분들께 감히...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나주시의회 임시회에 올라온 안건 중에 ‘나주시 지방공무원 복무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있어 살펴보다 새삼스럽게 눈에 띈 공무원 선서 내용이다.
흔히 공무원을 일컬어 국민의 공복(公僕)이라고 한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며, 이것이 공무원의 참된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 공무원들은 여전히 ‘철밥통’이기가 쉽다. 특별히 승진에 연연하지 않는 한 일을 하든, 안 하든 정년은 보장되니 정 맞을 일만 안 하면 된다는 비아냥거림에서 나온 말임이 분명하다.
운동을 좀 해야 되겠다 싶어 밤중에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초등학교 운동장을 찾았다. 동신대 운동장과 영산강둔치 체육공원이 좋기는 하지만 매번 운동을 나가면서 차를 타고 나다니는 것이 마땅치 않아 바로 운동복 차림으로 뛰어다녀올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시내 한복판에 있는 이 학교가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웬걸, 낮에는 몰랐지만 밤중에 찾으니 교문 입구는 이웃 아파트 단지에서 심어놓은 나무들이 웃자라 거의 가로등 불빛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며, 학교 운동장은 아예 칠흑 같은 밤중이었다.
주변에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가 있어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이런 적막세상이 있을 수 있을까 싶어 그대로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학교와 관계 요로에 청탁성 민원을 제기했다. 학교 주변에 사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건강과 복지증진을 위해 밤중에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가로등을 설치해달라고 나름 애쓰며 뛰어다녔다.
그러던 중 꽤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동문선배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바로 해당 동사무소에 연락해서 현황을 살펴보고, 가로등 설치여부를 알려주마고 했다.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줄이야...하며 쾌재를 부르고 있는데 돌아온 답변은 “학교 운동장에 가로등이 멀쩡하게 설치가 돼 있어서 따로 손 쓸 일이 없겠더라”하는 답변이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다시 학교에 문의를 했더니, 실제로 가로등이 설치돼 있단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지하에 묻어놓은 전선에서 합선이 일어나 전선줄을 끊어 놓은 상태라 다시 되살리기가 어려운데다 가로등도 낡아서 더 이상 불을 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공무원이 되게 화가 나서 학교를 찾아왔습디다. 자초지종을 다 설명을 했는데 뭔 이런 것까지 시에다 얘기를 해야 되냐’는 표정으로 돌아가더란 말입니다.”
‘공직자의 행동률’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공무원은 대민관계에 있어서 언어는 부드럽게, 항상 웃으며 차별 없이 대하고, 문의는 공손하게, 안내는 친절히 한다. 민원은 가능한 방향으로 검토하며, 신속․공정하게 경제부담 없도록 처리한다. 주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도록 처신한다...
시내 한복판에 블랙홀처럼 불 꺼진 운동장, 만약 불이 밝혀 있으면 많은 시민들이 한여름 열대야를 피해서, 또는 운동을 위해서 찾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행정에서 민원을 그렇게 처리하니, 이번에는 경찰서로, 교육청으로 뛰어보고 그러다 안 되면 더 높으신 양반에게 진정을 해야만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민원은 가능한 방향으로 처리한다’
아마도 저 먼 어느 다른 나라 공무원얘기가 아닐까 싶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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