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유감(遺感)
김수평(나주뉴스 독자위원)
입춘 지난지가 한참 되었으니 절기로는 봄이지만, 도서관의 봄은 ‘봄학기 평생교육강좌’가 문을 열면 곧 봄이다. 이번 봄학기 강좌는 3월 중순때 시작한다는데 미리미리 수강신청을 받는 등 서두르는 것으로 보아 도서관의 중요한 사업임이 분명하다. 올해도 붙박이로 요가, 서예, 컴퓨터와 장구, 판소리, 실버댄스 등 과목 수가 서른다섯 과목이나 돼 예년보다 넉넉하고 풍성해졌다. 그러나 안내 팸플릿을 눈에 힘을 주고 들여다보아도 꼭 있어야 할 것이 빠진 듯 아쉬움이 가시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도서관을 들어서면 “책을 펴자. 미래를 열자”는 말이 크게, 아주 크게 씌어 있어 눈에 가득 들어온다. “오늘 책을 열면 내일 꿈이 이륙된다.” “읽고 쓰고 생각하자”는 말 또한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이런 말들로 미루어 보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도서관의 본령(本領)인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물론 이번 학기에 편성된 과목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뷔페식당에서 입맛 맞추어 고르듯 취향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혹여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어찌해야 하는가. 2007년 봄학기 강좌에는 ‘문예창작반’이 있었는데, 강의도 열심으로 듣고, 글도 써 내곤 했는데.
아무래도 오늘의 시대가 좀 수상한 것 같다. 아코디언을 켜고, 통기타를 뜯고, 춤을 추며 건강한 몸을 만들자는 데는 수강생이 줄을 선다. 그러나 갈수록 황폐해져가는 우리의 내면을 일구어 정신을 윤택하게 살찌우자는 책 읽기나 글쓰기는 외면당하는 정도가 보통을 넘어섰다.
그래서였던가? 일찍이 도서관에는 ‘한울회’와 ‘이화독서회’가 동아리 모임으로 활동해오다가 둘 다 없어졌다. 또 간당간당 명맥을 이어오던 ‘문예창작반’도 수강생이 적다는, 단지 그 이유 하나로 폐강되고 말았다. 그러니 이 일을 어찌 할꼬? 보고만 있으란 말인가. 아니다. 도서관도 속 깊은 생각이 있겠지만 어떻게든 책 읽고 글쓰기를 부추겨 세우는 일이 도서관의 책무 아닐까? 함에도 아예 편성조차 않다니!
케네디가(家)의 사람들은 식탁 밑에도 책을 놓아둔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빌 게이츠는 하버드 대학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어려서부터 길러온 독서습관을 꼽았다.
이동도서관을 이용, 1년에 145권의 책을 읽어 독서왕으로 뽑힌, 대구에 사는 일흔네 살 할머니는 “요즘 아이들은 책을 잘 읽지 않고 글을 쓰지 않아서인지 글씨가 나만도 못해요. 젊은이들이 인터넷보다 책을 더 가까이 하면 좋겠습니다.”고 했다.
핀란드가 선진국으로 올라선 것은 국민의 독서능력 때문이란다. 이 나라에서는 독서수준이 낮은 사람을 ‘독서장애인’이라고 부른단다. 안중근 의사의 얘기다. 사형 집행장에서 집행관이 안 의사에게 마지막 할 말을 묻자, “나에게 5분만 시간을 주십시오.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싶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당연히 필요한 책 읽기와 글쓰기에 대해 애 터지게 주절대는 내가 우습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제 간절한 마음으로 도서관에 ‘둠벙을 파야 개구리가 뛰어든다’는 옛말을 들려주고 싶다. 책 읽고 글 쓰는 ‘둠벙’을 도서관에서 파주면 개구리는 뛰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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