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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이야기

운주사의 가을...나비야 청산가자

by 호호^.^아줌마 2011. 10. 9.

2011년 10월 8일 운주사에서...

 

 

 

 

나비야 청산가자

                                                  우시조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야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어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소리: 박종순

장구: 유흥복

대금: 우종실

 

 

 

 

 

 

일주문을 통과하면서 객을 맞는 것은 보물로 지정된 9층 석탑. 전체적으로 세련된 조화를 이루면서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탑신석의 특이한 마름모꼴 교차문양과 꽃잎문양이 그려져 있다. 이것이 바로 운주사 중심탑, 즉 돛대에 해당되는 곳이라고.

 

뒤에 바로 7층 석탑이 따르는데, 9층석탑에서 사선으로 바라보는 그 조화가 운주사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각 석탑들의 몸돌에는 X, V ◇, // 등 무늬도 제각각이다.


보물로 지정된 9층석탑 석조불감과 7층석탑  대웅전으로 가는 천왕문에 이르기 전,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보물 제797호인 석조불감. 이는 독특한 양식의 불상으로 돌을 쌓아 만든 석실에 돌부처 2구가 서로 등을 대고 있다.

정확히 남과 북을 바라보고 있다고 하니 그저 신비로울 따름. 그 뒤로 보이는 원형다층석탑역시 보물인데 현재는 보수 중이다.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의 무대로도 등장하면서 일약 민중해방의 미륵성지로 떠오른 운주사.

 

원래 운주사에는 1,000구의 석불과 1,000기의 석탑이 들어서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천불천탑이라 불려졌다고 하나 이제 남은 것은 석불 93구, 탑 19기.


이 천불천탑이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명확하지 않기에 많은 전설과 사연들이 전해진다.  아직도 많은 작가들이 이 운주사를 주인공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으니 말이다.

 

 

 

 이목구비를 알 수없는 불상 불상과 그 위에 거지탑, 외계인을 닮은 불상. 뭔가 빠진듯하면서 단단히 채워진 기묘한 분위기다.

 

운주사의 많은 석불들은 특히나 단순하게 처리된 눈과 입, 기다란 코, 단순한 법의 자락이 극히 인상적이다. 민간에서는 할아버지부처, 할머니, 남편, 아내 아들, 딸부처, 아기부처라고 불러 오기도 하는데 마치 그 시대 민초들의 얼굴을 표현한 듯 소박하고 친근하다. 


운주사의 돌부처들은 불국사나 해인사, 송광사 등지의 세련된 불탑에서 보아 오던 근엄한 표정은 도무지 찾아볼 수조차 없다. 이는 운주사 불상만이 갖는 특별한 매력이다.

 

 

 

 

운주사 마애여래좌상(磨崖如來坐象)


운주사 대웅전 지나 골짜기 맨 안쪽에 우뚝 솟은 바위산, 바위벼랑 암벽에 새긴 불상. 머리와 이마가 거의 없고 희미한 눈과 입, 눈썹과 귀, 귓바퀴가 희미하게 보인다.

 

운주사 불상은 온전한 형상이 거의 없다. 대부분 누워있거나 비스듬히 기대어있거나, 목이 잘려있거나, 팔다리가 없는...

 

그런데 이 마애여래좌상은 운주사가 한눈에 굽어보이는 가장 깊은 곳, 높은 곳에 안좌하고 있다. 오랜 풍상에 닳고 닳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이 모습마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이 가파른 바위 위에 불상을 새긴 이, 그는 무슨 염원을 갖고 이 일을 했을까. 이제 그의 꿈과 이상과 불상마저 세월 속에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서늘해 온다.

 

애초에 이 곳에 불상을 새기고 세울 때에는 세상에 이뤄지기를 바라는 꿈과 희망이 있었을 터인데, 그 바람을 염원하며 석동의 정소리가 울려퍼졌을텐데 지금 이렇듯 눈부신 가을 햇살 아래 변변한 전설 하나 없이 서 있다 사라지는 역사의 산물. 우리는 이것을 실패한 혁명이라 부를 것인가.

 

가장 미스테리한 전설을 안고 살아가는 와불은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서 왔다.

 

운주사 골짜기를 한눈에 굽어보며...

 

 

운주사 바위 벼랑끝에 물든 가을!

 

 

들꽃!

가끔은 그 이름보다는 

거기 그곳에 있는 그 존재의 의미를 묻고 싶다.

이 가을, 내 가슴에 꽃부로치처럼 그리움을 아로새겨줄

이 한송이 들꽃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벌써 가을은 이 만큼이나 깊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