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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사실은 사실대로, 감정은 감정대로

by 호호^.^아줌마 2011. 12. 11.

해남군 북평면 갯벌 위를 날으는 저 새들처럼...

 

사실은 사실대로, 감정은 감정대로

 

벌써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이제 남은 시간은...

휴~ 그래도 아직 스무날의 여유는 있네.

 

올해 내 계획은 계획 없이 멋지게 살아보는 것이었다.

멋지게 살아보기...

죽도록 일하는 속에서 재미 찾기,

그동안 못해봤던 일 저질러 보기,

올해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내 삶의 ‘패러다임 쉬프트’를 감행해보기...

 

할 건 다 해 봤다. 돈 버는 것 말고는...

또 내 생애의 딱 중반의 시점에서 ‘터닝 포인트’를

어떻게 멋지게 장식할까 궁리를 했는데

결국은 만날 사람은 만나고, 불편했던 사람과는 결별하고,

오직 명분과 의욕 하나만을 앞세워 시난고난 매달려왔던 직장으로부터도 벗어나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됐다.

 

이런 경우를 두고 나 같은 예수쟁이들은 ‘여호와 이레’라고 한다.

주일이면 오전에 교회학교 교사일 끝나기 무섭게 사무실로 줄행랑 치기 일쑤인,

예배시간에도 찬양대석에 앉아서 편집마감시간 계산하고 있는 나를

보다 못한 하나님의 간섭이 가는 해, 오는 해를 자연스럽게 바꿔놓으셨다.

 

하지만 여전히 가슴 쓰리고 몸서리 쳐지는 몇 가닥의 기억이 가슴을 짓누른다.

눈밑 살이 저 혼자 부르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난 것을 보면

아직 버리지 못한 마음의 짐이 있는 게 분명하다.

 

조엘 오스틴이 말했던가.

 

“지난 실패를 곱씹지 말라.

이미 내 몸과 정신과 세포 속에 따질 수 없는 가치의 소중한 경험으로 녹아들어 있다.”

 

순간순간 신중하지 못한 판단과 선택으로 일을 그르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엊그제 교회학교 총동원주일 초청장에 피자파티 하는 날짜를 잘못 적어 넣어

잔뜩 기대에 부풀어 나온 아이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었던 일,

어느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후보자가

당선 되면 보수의 삼분의 일만 받겠다고 한 것을,

삼분의 일을 환원하겠다고 기사를 썼다가 몸져 눕게 만들어 버렸던 일,

함께 일해 온 동료와 언론활동에 대한 차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서

결국 서로를 백안시하며 멀어진 일...

 

하지만 지금, 내가 선택하고 결정했던 일들을 후회하거나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을 원망하며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을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올해 얼마나 ‘익사이팅’하고 므흣했던 일들이 많았던가.

사람들은 아흔 아홉가지의 좋았던 기억보다 한 두 가지의 부정적인 생각에 집착해

은혜를 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에 따르면,

화가 났던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좌측 전두엽 부위의 혈액순환이 감소한다고 한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뇌세포 활성도가 떨어진다.

실제로 우리는 가끔 속상한 기억을 떠올릴 때

가슴이 답답하거나 몸에서 기운이 쭉 빠져나가는 것 같은 상태를 경험한다.

심리적으로 고통을 느낄 때 뇌세포가 파괴되고 뇌가 쪼그라든다는 것.

 

결국 과거를 곱씹는 것은 뇌에 마이너스 회로를 만들 뿐이다.

마이너스 회로는 사고를 경직되게 만들고, 자신감을 떨어뜨려 삶의 에너지를 감소시킨다.

그러다 우울증에 사로잡히게 되는 거겠지.

 

연구진은 먼저 사실과 감정을 분리하라고 주문한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고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 중에서

가장 많이 곱씹는 장면을 떠올린다.

기억과 함께 일어나는 감정을 가로막지 말고 생생하게 느낀다.

느낌을 종이에 구체적으로 적어도 좋다.

그 상황을 충분히 느낀 다음,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내쉴 때 웃는 표정을 짓는다.

호흡을 계속하면서 사실은 사실대로, 감정은 감정대로 인정하면서 차츰 웃음을 키운다.

소리가 나도록 웃어도 좋다. 실컷 웃고, 웃음이 그치면 천천히 숨을 고른다.

이는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으로부터 감정의 에너지를 빼내고

단지 사실적인 기억으로 바꾸는 과정이라는 것.

 

감정은 사실이 아니라 그 순간에 작용한 에너지다.

기억과 함께 무겁게 엉켜 있는 감정의 에너지를 털어내고,

가뿐한 마음으로 새 날을 시작하자.

 

그러고 보니 지금 이 시각 이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과거에 대한 후회 보다는 다가올 새날에 대한 기대가 샘솟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The Christmas Collection / Il Di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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