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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김진수의 들꽃에세이<49> 겨우살이(槲寄生)

by 호호^.^아줌마 2014. 5. 14.

김진수의 들꽃에세이<49> 겨우살이(槲寄生)

 

땅나무 위의 하늘나무…겨우살이(槲寄生)

 

학명: Viscum album var. coloratum

쌍떡잎식물강 단향목 겨우살이과 겨우살이속의 반기생소관목


자연계에서 모든 생명체는 상호 의존적으로 존재한다. 그 의존성은 지구상의 모든 유기체들과 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잘 짜인 그물망처럼 매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식물에서 더부살이는 변형된 뿌리(흡근)를 이용해 다른 숙주식물의 도관에서 양분을 취하는 기생식물을 의미한다. 콩과식물을 탐식하는 실새삼처럼 숙주식물을 말라죽게 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은 조금씩 얻어먹고 사는 입장들이다.


오리나무더부살이(초종용)나 참나무의 천마, 억새밭의 야고, 쑥 구렁에 백양더부살이, 순비기나무의 갯실새삼들은 스스로는 광합성을 하지 못하여 전적으로 숙주식물에 의탁하여 살아간다.


이를 전기생식물(horo-parasic plant)이라 하고 개암나무뿌리의 꽃며느리밥풀, 여러 초근(草根)에 붙는 절국대, 제비꿀, 나도송이풀들은 기주식물에서 일부를 취하고 광합성으로 보충하는 양면을 살아가는데 이른바 반기생식물(hemi-parasitic plant)이다.


『겨우살이』는 반기생식물로 약 30속에 1500종이 세계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겨우살이, 꼬리겨우살이, 참나무겨우살이, 동백나무겨우살이 등 3속 4종이 자란다.


『겨우살이』의 삶터는 높고 기이하다. 남의 집에 얹혀서 ‘겨우 살아가므로’ 겨우살이라 했다지만 필자의 눈에 이 나무의 더부살이생태는 스스로 진화한 고등식물의 이미지다. 되도록 높은 나무를 골라 큰 새의 둥지처럼 청정한 하늘을 산다.


어찌하여 이 나무는 땅에 뿌리를 놓는 수월한 방식을 버리고 ‘하늘나무’로 살기를 작정하였을까. 과시 한 나무로서 뭇 나무 위를 영위하는 듯 삶이 신화적이다. 캘트인의 종교 드루이드교도들은 참나무를 신성시하였는데 이 나무에 자라는 겨우살이를 영생불사의 상징처럼 여겼다.

 

동양에서도 하늘이 내린 영초(靈草)라 하였고 서양에서는 벼락을 막아 주고 화재를 피하게 하며 귀신과 병마를 내쫓는 신통력이 있는 것으로 믿었다.


이렇듯 『겨우살이』는 땅거죽에서 유기물을 취하는 일반 초생들을 벗어나고 비슷한 생태를 살아가는 부생식물들과도 거리를 두어 오로지 기주목이 끌어올린 맑은 감로수를 마시며 한겨울에도 탱탱히 초록의 기운을 발산한다.


겨우살이의 학명 비스쿰(Viscum)은 ‘새 잡는 끈끈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이 나무의 과육이 매우 끈끈한 반투명의 점질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겨우살이를 생약명으로 「곡기생(槲寄生)」이라 하는 것은 새들이 이 나무의 열매를 먹고 떡갈나무(槲) 위에 배설한 똥에서 발생한다 하여 붙여진 한자명이다.


「곡기생」의 성미는 쓰고 조금 차며 간(肝)과 신경(腎經)으로 들어간다. 요즘 유럽에서 가장 널리 쓰는 천연 암 치료제가 바로 겨우살이 추출물이라 한다.

 

독일에서만 한해에 3백 톤 이상의 겨우살이를 가공하여 항암제 또는 고혈압, 관절염 치료약으로 쓰고 있다한다.


강병수 공저 <원색한약도감>에는 ‘겨우살이는 단백질 혼합물의 독성성분인 비스코톡신, 렉틴, 베쿠민 등이 들어 있어 대부분 소장에서 분해되어 독성이 없어지지만 근육이나 혈관에 투입했을 때는 강한 독성을 나타내어 저혈압, 동맥혈관수축, 심장근육수축, 위염을 일으킨다.’고 적었으며, 증숙(蒸熟)하여 쓰되 임산부에게는 쓰지 못한다고 하였다.


더부살이로 들러붙는 식물이나 더부살이를 떠안은 식물이나 지구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면 참 아름답고 애틋하다. 다소 가치작거리더라도 서로가 서로에 기대고 깃들고 얽히고 얹혀서 살아가라는 것이 신의 계시라면 겨우살이를 머리에 인 채 ‘더불어 살아가는’ 팽나무며 밤나무며 물오리나무들의 불거진 옹이들에서 오늘 또 배운다./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

  

 

 

 

◇ 약으로 쓰는 겨우살이의 경지(莖枝)

 

◇ 겨우살이의 열매

 

◇ 새의 둥지를 닮은 겨우살이 집


『겨우살이』는 땅거죽에서 유기물을 취하는 일반 초생들을 벗어나고

비슷한 생태를 살아가는 부생식물들과도 거리를 두어

오로지 기주목이 끌어올린 맑은 감로수를 마시며

한겨울에도 탱탱히 초록의 기운을 발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