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붉다 못해 처절한...가을, 가려한다

호호^.^아줌마 2010. 11. 19. 17:20

 

나주시 교동 백민원 담장에 걸린 단풍입니다.

석양이 비낀 때문인지 어찌나 붉던지요.

원래 원색을 감당하지 못하는 성격인데

나이들어 가면서

노랑, 빨강에 끌리는 것은...

아마도 원초적 본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무실 앞 은행나무

세상천지에 이만한 아름다움이 있을까?

 

단풍 / 유치환

 

신이 주신

마지막 황금의 가사를 입고

마을 뒤 언덕 위에 호올로 남아 서서

드디어 다한 영광을 노래하는

한 그루 미루나무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단풍 / 박가월

너의 죽음이 국민장이 되는구나

기껏 여름 몇 푼의 그늘업적은 미비한데

화려한 장례식에 명산은 문상하느라

온 나라가 북새통이다.

 

가을

 

단풍이 이렇게 붉은 걸 보니

올 겨울은 무지하게 혹독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백민원 아이들 안 추웠으면 좋겠는데...

 

 단풍

                         피천득

 

단풍이 지오

단풍이 지오

핏빛 저 산을 보고 살으렸더니

석양에 불붙는 나뭇잎같이 살으렸더니


단풍이 지오

단풍이 지오

바람에 불려서 떨어지오

흐르는 물 위에 떨어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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