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다’ 만으로도 통하는 세상
‘다다다’ 만으로도 통하는 세상
아직 말을 못하는 쌍둥이 아기들이 한참을 마주 보고 서서 논쟁을 하듯 옹알이를 해대는 영상이 전 세계에 웃음을 전하고 있다.
지난달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기저귀만 입은 귀여운 쌍둥이 남자아기 둘이 주방에 서서 열띤 대화를 나누는 듯한 이 영상은 짝이 맞지 않은 양말에 기저귀만 찬 아기들이 한참동안 열심히 서로 옹알이를 해댄다. 하지만 서로의 말을 알아듣는 듯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고 손짓, 발짓을 하며 대응하기도 한다.
이 아기들이 나누는 대화 내용은 “다다다다다다” “다다다?” “다다다다” “다다...다다다다”
하는 짓이 하도 귀엽고 기특해서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미국에 유학중인 KBS 엔지니어 출신 친구가 댓글을 올렸다.
그 아이들과 부모가 ABC방송에 출연했는데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텔레파시 테스트를 한 결과 좋아하는 색깔,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숫자 등이 기가 막히게 일치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방송은, 쌍둥이는 자신들끼리만 통하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여기에 건축공학자 친구(?)가 반박성 댓글을 올렸다.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추측한 어른들 중 어떤 사람은 그 아이들이 리비아 사태에 대해 토론하는 중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더라는 것. 그러면서 이 공학자는 “얘들은 아무 말도 안한다. 그저 서로를 흉내 내는 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똑같은 현상을 보고도 직업에 따라 해석하는 관점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방송인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라며 군침을 흘릴 게 당연하고, 공학적인 입장에서는 흥미위주의 센세이셔널리즘쯤으로 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그 쌍둥이 꼬맹이들이 리비아사태와 일본 지진사태로 얼어붙은 지구촌을 한바탕 웃겼다는데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나의 주석에 친절하게도 건축공학자는 인문학도의 견해를 존중한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말이 아니지만 말이 통하는 대상,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지만 서로를 인정해주는 대화, 문득 이런저런 글들을 읽어보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며칠 전 나주시의회에서 8명의 의원이 시정질문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민선5기 나주시와 임성훈 시장에게 지난 10개월 동안의 공과(功過)를 따지며 풀뿌리민주주의의 대변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이다.
우선, 무소속 의원들과 민주노동당 의원은 집행부 수장이 ‘시장’이고, 민주당 의원들은 ‘시장님’이 된다. 무소속 의원들과 민주노동당 의원은 질문의 화살이 시장의 허물을 겨냥하는 데 있고,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잘 하고 계시겠지만...”하는 식이다.
20분 동안 주어진 질문시간에 할 말을 다하고도 절반 이상 시간을 남겨놓은 채 단상을 내려오는 의원도 있고, 많은 말을 전달하다 보니 시간이 초과되거나 말이 빨라지는 의원도 있다.
자신의 질문의도를 부각시키려다 보니 야유와 독설에 가까운 말들을 서슴지 않는다. 흔히 진정한 대화는 서로 내뱉는 말의 행간을 읽는데 있다고 하는데 그런 여유는 아예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우리 정치권의 대화방식이다. 상대방의 가슴을 후벼파는 대화, 그래서 결국은 주먹을 움켜쥐게 만드는 대화가 우리 정치권의 대화법이다.
‘파트릭 모디아노’라는 프랑스 작가가 있다. 공쿠르상에 빛나는 소설가인 그는 말을 더듬는 언어장애가 있다. 그런 그가 한번은 TV 대담프로에 나갔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갑자기 말을 잘 해서였을까? 아니다. 그는 방송 내내 누군가 질문을 하면, “아, 그러니까….” “어, 다시 말하면….” 끝없이 이런 말만 되풀이 했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왜일까? 그 사람들은 그의 작품들, 그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했기 때문이다. “어, 으, 아”하고 더듬는 사이, 행간에 말하는 것들을 이미 이해할 수 있는 대화, 그런 대화가 아쉬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