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야기

‘갈토’ 없어지면 우리 아이들 어쩌나

호호^.^아줌마 2011. 6. 28. 15:08

 

‘갈토’ 없어지면 우리 아이들 어쩌나

‘안녕하세요? 교육과학기술부 교육과정과에서 알려드립니다. 우리부에서는 주5일 수업제 시행에 대한 의견조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 설문은 주5일 수업제의 전면 시행을 보다 체계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입니다.’

며칠 전에 받은 이메일 내용이다.

 

오는 7월부터 주40시간 근무제가 2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잘하면 초·중·고등학교 주5일 수업제도 함께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와 노동계, 심지어 정치권도 적극 지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작 열쇠를 쥐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일부 학부모 단체의 우려와 사교육비 증가 가능성을 들어 아직까지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토요일 아침마다 “오늘 놀토(노는 토요일)야, 갈토(학교 가는 토요일)야?”를 물어보는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주5일 수업제는 찬성한다.

 

주5일 근무제는 전 관공서에서 2005년 7월부터 시행됐으나 초·중·고교는 주5일 수업제를 2006년 3월부터 격주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도 마찬가지지만 주5일 수업제가 실시되면 여전히 걱정되는 것이 토요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맞벌이가정의 자녀들이 문제가 된다.

 

주5일 근무로 부모가 함께 쉬는 가정이라 하더라도 마냥 아이들을 데리고 들로, 산으로, 영화관으로 놀러 다닐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2000년부터 주5일제를 도입했지만 학교는 2005년에야 월1회 실시이후 2006년부터 월2회 주5일 수업제를 실시해온 것은 사회와 가정에서 이 제도를 수용할만한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과연 5년이 지난 지금 학생들과 토요일을 함께 할 사회기반시설과 운영프로그램이나 가정조건이 더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실업률은 높아지고 비정규직 노동이 확대되고 있으며, 복지수준도 열악한 사회조건에서 주5일수업 전면 실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조처가 될 수 있다.

 

물론 몇몇 학교에서는 돌봄교실 등을 통해 학생들을 살피겠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이에 학생들이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체험을 펼쳐갈 사회적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주시와 교육청, 각급 학교, 지역사회, 지역의 청소년단체와 문화단체, 복지관련 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의 학생들에게 ‘알토(알찬 토요일)’을 보낼 수 있도록 ‘꺼리’를 제공해야 한다.

 

나주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와 기관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건전한 토요일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하고, 지역사회는 가정과 학교에 맡겨졌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하루를 더 뛰어야 할 것이다.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면 아침마다 자녀들에게 내지르던 “빨리 일어나라” 고함이 “빨리 일어나세요”로 바뀌겠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하는 놀토는 가장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