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야기

도가니, 아직 안 보셨어요?

호호^.^아줌마 2011. 10. 17. 18:28

 

도가니, 아직 안 보셨어요?


 

 

“윤 선생님, 그때 윤 선생님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응원해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후회됩니다. 80년 5월에는 어려서 그랬다 치고, 2005년 그때는 딸 둘을 키우는 어미의 입장에서 남의 일 대하듯 했던 것이 지금 생각하니 정말 염치없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영화 ‘도가니’를 보고 온 날밤, 페이스북 친구 윤민자 씨에게 글을 남겼다.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장이었던 윤민자 씨와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교육문제, 학교 급식문제 등을 이슈로 방송을 몇 차례 같이 하기도 하고, KBS광주방송총국 시청자위원이던 윤 씨가 종종 쓴소리를 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데 언젠가 당시 안순일 광주시교육감과 대담방송을 하면서 학부모 대표로 윤 씨가 출연한 적이 있다. 그때 그녀는 삭발을 한 상태였다. 방송국 몇몇 사람들은 “뭔 저런 사람을 섭외를 했냐?”고 구시렁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삭발이유를 듣고 눈물이 났다.


그녀는 광주 인화학교에서 교직원들에 의해 저질러졌던 청각장애 학생들의 성폭력사건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삭발을 했던 것이다. 교장, 행정실장, 교장의 둘째아들, 그리고 학생들의 보육을 담당했던 교사들까지 그 어린 학생들에게 몹쓸 짓을 해놓고 명예훼손 운운하며 윤 씨를 고발했다던가?


그런데 정작 그 가해자 가운데 일부는 피해학생들이 증언이 불명확하다 하여 버젓이 복직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그렇게 된 인연이었다.


어느날 생각이 나서 수소문해보니 그녀는 광주가 아닌 저 멀리 미국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라는 이름도 낯선 도시로 떠난 뒤였다. 왜 거기까지 가야만 했냐고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분노의 도가니, 미안함의 도가니, 부끄러움의 도가니, 우리 아들딸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 시대 어미들의 눈물의 도가니...


윤 씨는 우리 애들이 살아갈 곳에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없어야 할 텐데...라면 여전히 한숨이 뜨겁다.


“가만히 되새겨 보니 우리가 가장 많이 싸웠던 것은 ‘셔터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려가는 셔터문을 막아보려 했던, 굳게 닫친 셔터문을 주먹에 멍들도록 두드렸던, 그 앞에서 엉엉 울던, 그러다 분해서 바닥에 누워버렸던... 광주시교육청, 광주시청, 광산구청... 그 셔터문들이 생각납니다.”


당시 교육감이던 사람이 지금 교육과학기술부 특수교육담당 상관으로 영전해서 이번 도가니 예방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가 광주교육감으로 재직하던 시절, 관선교장 파견을 연장했더라면 최소한 학교는 정상화 됐을 거였는데, 가해자들의 복직에도 사립학교라 자신이 어쩔 수 없다며 나약하기 그지없는 변명만 늘어놓았고, 학부모들의 면담요구에 응해놓고 셔터문 내려놓고 도망을 가버려 인화학교 그 아이들 교육청 정문밖에 세워놓고 쏟아지는 비를 다 맞게 했던 그 장본인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도가니가 지난 16일 오전 6시 기준 누적 관객수가 426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영화를 대한민국 성인남녀 4백만 이상이 봤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언제, 어디서나 우리 아이들도 사회의 폭력 앞에 당할 수 있는 일이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조리하고 진저리쳐지는 곳인지 똑똑히 보고자 함이 아닐까. 그런 아수라판에서도 한줄기 희망의 빛이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에서 찾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골치 아픈 세상일 싫어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영화만큼은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노라면 나도, 당신도 이 세상에 한 줄기 빛이 되고 싶은 욕망이 들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