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야기

고수답게 놀아보라

호호^.^아줌마 2011. 10. 24. 23:00

 

고수답게 놀아보라


미수 허목(1595~1682)은 나주가 낳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요 학자다. 영산포 안창동에 사액서원 미천서원이 있으며, 미수기언 목판이 보물이다. 남인으로 17세기 후반 두 차례의 예송(禮訟)을 이끌었으며 군주권 강화를 통한 정치·사회 개혁을 주장했다. 아버지는 현감교(喬)이며, 어머니는 백호 임제의 딸이다.

그가 지은 시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인지언막불왈(人之言莫不曰)

오능어시이불원어비(吾能於是而不願於非)

연고지행사(然考之行事)

즉어시자과(則於是者寡)

어비자개중야(於非者蓋衆也)

 

뜻풀이를 보니, ‘누구나 다, 나는 옳은 일을 능히 하고 그른 일은 하고자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의 행동을 꼼꼼히 살펴보면 옳은 것은 적고 그른 것은 많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하는 행동이 옳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조차도 자기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는 아주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은 또 남의 잘못은 대부분 잘 찾아내고 지적한다.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로 남이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면 버럭 화부터 내고 자기가 틀렸다는 걸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않는다. 이는 세상과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요즘 나주시 행정이 이런 모양새다. 잘못을 지적하면 그 잘못의 근원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변명과 명분을 찾는 데 급급해 한다.

 

나주시의회 임시회에서 나주시의 인사행정과 일부 사업에 대한 특혜시비 논란이 있어 시끄러웠다. 이를 질타하는 의원과 그것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시장, 공무원들 사이에 무엇이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자치단체는 결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의원들의 지적에 보도자료 내고 해명하는데 급급하지 말고 잘못의 원천을 찾아내 고치면 서로가 제 역할과 명분을 다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것이 정치적인 원한과 적대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고수들끼리 통하는 한 얘기가 전해진다.

 

조선 중기에 정승을 지낸 송시열은 서인의 우두머리였고, 의술이 뛰어난 허목은 남인의 우두머리였다. 어느 날 송시열이 중병에 걸렸는데 아들에게 “허목은 내 병을 고칠 수 있으니 그에게 가서 약방문을 얻어오라”고 했다.

 

송시열의 아들은 펄쩍 뛰며 만류했지만 송시열은 아들을 엄히 꾸짖어 빨리 다녀올 것을 재촉하였다. 아들은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말씀대로 허목을 찾아가 사실을 말하고 화제를 받았다. 하지만 그 것을 읽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약방문은 비상, 반하, 부자 등 독약이거나 독약에 가까운 약재들이었다.

 

그는 ‘허목이 우리 아버지를 죽이려고 작정했구나!’ 하며 분노를 터뜨렸다. 아들은 또 아버지께 말하기를, “이 화제대로 약을 지어 드시면, 아버지는 반드시 다시 일어나시지 못할 것입니다. 제발 이 화제의 약을 드시지 마십시오.” 라면서 간절히 간하였다.

 

그러나 송시열은 허목을 믿고 약방문에 처방된 대로 약을 달여 먹고 깨끗이 나았다. 믿음이란 어떤 것을 따져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신뢰함으로 그가 무엇이라고 하든지 받아들이는 것이다.

 

고수는 고수끼리 통한다던가. 송시열과 허목의 정치적 적대관계를 초월한 인도주의적 생명관과 인간적 신뢰감을 깨닫게 하는 교훈이다. 나주의 지도자들, 그들도 이들처럼 고수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