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야기

멀쩡한 아이 문제아 취급하는 교육

호호^.^아줌마 2012. 6. 2. 14:22

멀쩡한 아이 문제아 취급하는 교육

 

가슴이 턱 막혔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선생님이 부모님만 보시랬어요”라며 건네는 노란 봉투. 그러나 아이는 이미 뭔가를 아는 눈치였다.

 

봉투 안에 밀봉된 내용은 ‘학생 정서 행동발달 선별검사 결과 안내문’이었다. 검사결과를 읽어내려 가며 눈앞이 캄캄해지고 가슴이 떨려 끝까지 읽어 내려가기가 어려웠다.

 

‘귀 자녀는 본교에서 실시한 정서 및 행동경향 분석결과 2차 검사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되었기에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그 아래 덧붙여진 문구가 더 기를 죽게 했다.

 

‘귀 자녀는 정신신체문제에서 다소 높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였던가. 작은딸은 자기 자신이 엄청난 병에라도 걸린 듯 겁을 먹은 표정이었고, 남편과 큰딸도 아무런 말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문의하라는 안내에 따라 학교 보건실로 전화를 해서 어떤 사정인지를 물었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보건교사의 대답은 의외로 무덤덤했다. 별거 아니란다.

 

부모의 설문과 아이의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얻어진 분석매뉴얼에 따라 기준점수를 초과한 아이들에게 안내를 한 것이지 특별히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지만 누가 이런 엉터리 설문조사를 해서 아이를 정상아 또는 문제아로 선별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화가 치밀었다.

 

나주시내 변두리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는 한 학부모는 난데없이 딸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대경실색을 했다고 한다.

 

아이가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받아 문제가 되고 있으니 급히 학교에 나오라는 전갈이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에 가서 자초지종을 들은 이 부모는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딸아이가 친구 몇 명과 함께 중학교 때 알고 지내던 후배들에게 ‘훈계’를 하다 손찌검을 했던가 보다. 작년 여름의 일이란다. 그런데 그 때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넘어갔는데 학교폭력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얼마전 학교에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그 맞았던 아이가 작년에 있었던 그 일을 설문지에 기록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학교에서는 부모에게 알렸고, 맞았다는 아이의 부모는 때렸다는 아이의 학교로 찾아와 그 때 일을 따져 물은 것이다.

 

아무 일 없었던 듯 학교생활을 하던 아이는 졸지에 학교폭력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학교와 경찰, 심지어 교육기관의 요주의 대상학생이 됐고, 여기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 하면 돌이킬 수 없는 폭력학생으로 낙인이 찍히게 되는 것이다.

 

왜 우리 학교가 이렇게 단순한가. 단순하다 못해 무식한가. 우리 아이들의 의식세계는 몇 마디 설문조사와 몇 가지 사례로 분류되는 OX퀴즈가 아니지 않은가.

 

나주시내 한 초등학생은 수업시간에 산만하고 집중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학교와 교육지원청의 권유를 받아들여 학생위기상담종합서비스 기관인 ‘위센터(weet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이 아이는 학교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있다고 한다. 학교 전체에 “저 애, 위 센터 갔다 온 아이 아냐?” 하는 손가락질과 심지어 학부모들 사이에서마저 “저 집 아이 위 센터 갔다 왔다며?”하는 수근거림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이 심각하고 이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학교현장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면 이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아이들과 또 그 가해 당사자 학생들을 치유할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섣부른 판단과 검증되지 않은 진단프로그램으로 우리 아이들을 문제아로 취급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좀 더 신중한 판단과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검증프로그램이 적용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