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영산강 뱃길복원 WIN-WIN 전략 세워라
순수 관광용 뱃길과 물류 가능 뱃길 ‘좌충우돌’
정치권 “뱃길복원 찬성, 한반도대운하 전초전 돼선 안돼”
시민사회 “기왕 하는 사업 물류기능 포함 경제성 살려야”
한승수 국무총리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정부의 조기 추진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오늘(29일) 영산대교 둔치에서 열리는 나주지구 영산강 생태하천사업 착공식에 참석한다.
한 총리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과 함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첫 삽을 뜨는 착공식에 참석해 4대강 사업의 조기 추진과 본격적인 시작을 알릴 예정이다. 4대강 살리기 선도사업지구는 나주를 비롯, 함평과 충주, 대구, 부산 등 7곳으로 이 가운데 나주와 안동지구가 올해 처음으로 착공에 들어간 것.
이 사업을 두고 지역 안팎에서는 한반도 대운하와 모종의 연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을 계기로 영산강뱃길복원사업이 본격화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산강 뱃길복원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가? 지역에서는 아직도 순수 관광용 뱃길복원이냐, 물류가 가능한 뱃길복원이냐를 두고 좌충우돌이다.
영산강 뱃길복원을 통한 지역발전 전략, 영산강 뱃길복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전문가와 각계 의견을 정리해본다. <편집자주>
4대강 정비사업≒한반도 대운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민이 원하지 않는 대운하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상태에서 국토해양부는 내년도 예산 1조7천억원으로 4대강 유역의 나주·함평(영산강), 충주(한강), 대구·부산·안동(낙동강), 연기(금강) 등 7개 지방도시 선도사업지구사업을 연내에 착공하는 것을 포함, 2012년까지 총 14조원을 들여 4대강을 정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도 4대강 정비사업은 홍수를 예방하고 수질을 개선할 뿐 아니라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등 다목적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한국판 뉴딜정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해온 사람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사업 중 물길정비사업은 운하건설의 기초작업인 물길과 제방보강을 통해 운하의 수로를 만들 수 있고, 농업용 저수지와 댐 건설은 운하용수확보로 연결될 수 있으며, 배수갑문의 증설과 자연형 보(洑)를 통해 운하에 필요한 갑문설치가 가능하므로 이들을 종합해 보면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사업은 사실상 대운하 사업의 시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관계자들은 만일 대운하 사업이라면 배가 다니는 길을 확보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과 강을 연결해주는 터널을 뚫어야하지만 4대강 정비사업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배가 지나다니려면 수위조절을 위해 강 일정구간마다 일정규모의 갑문이 설치되어야 하고, 물건이나 사람을 싣고 내리기 위한 터미널, 컨테이너 관련시설도 필요한 것인데, 이러한 사업을 수반하지 않으므로 단순히 강을 정비한다고 하여 운하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을 있는 그대로 “믿어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명분이야 어찌됐던 안정적인 수자원확보와 홍수예방을 포함한 치수차원의 4대강 정비사업은 이렇게 닻을 올렸다.
아울러 남도의 젖줄 영산강의 뱃길복원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영산강 뱃길복원, 그 미묘한 공감과 차이
영산강 뱃길복원은 정부의 4대강 정비계획이 나오기 이전, 또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제기돼왔던 지역의 꾸준한 화두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전라남도와 정치권, 특히 민주당과 한나라당에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회의 예산 심사과정을 되돌아볼 때,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이끄는 전라남도는 영산강 뱃길복원 예산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4대강 정부예산을 전액 삭감한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영산강 뱃길복원을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며 ‘군불’을 때고 나섰다.
전남 출신 한나라당 박재순 최고위원은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 예산과 관련 “호남지역의 민주당 소속 광주시장이나 전남도지사, 기초의원들이 모두 영산강을 정비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작 민주당 지도부는 예산 삭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영산강 등 4대강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최고위원은 “주민들이 영산강이 강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민주당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위원장이 당 지도부를 설득해 정치 논란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민주당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역점사업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적극 거드는 형세다.
반면 민주당은 4대강 치수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4대강 예산을 한나라당이 일방강행 처리하려다가 덜미가 잡혀 다시 재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혜영 원내대표도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대운하 위장예산은 당연히 삭감돼야 한다”며 “이 대통령이 ‘내 임기 중 대운하 사업은 결코 없다’고 선언한 뒤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킨 상황에서는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전라남도는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이 이미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오염돼 수질개선이 시급한 실정임을 호소하며 영산강 뱃길복원사업이 한반도 대운하와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려야했다.
이런 상태에서 민주당 최인기 의원은 예결위 정책질의에서 “4대강 중 가장 나쁜 영산강도 살리고, 침체에 빠진 전남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여 낙후된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며 “지금이 영산강 뱃길복원사업 추진 적기”라고 주장하며 정부관계자로부터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 냈다.
최 의원 또 “영산강 유역은 삼한시대부터 이어온 풍부한 고대역사의 문화중심지이며 해양자원, 음식문화가 결합된 관광자원을 개발하면 국제적으로 호평 받는 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할 수 있는 종합 관광중심지로서의 관광파급효과도 크다”고 밝혀 여전히 관광중심의 뱃길복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산강 뱃길복원, 관광인가, 물류인가?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나주에서는 영산강 수질개선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영산강유역행정협의회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서남권균형발전연구소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 영산강을 중심으로 상류와 중류, 하류에 위치해 있는 자치단체들이 저마다 미묘한 입장 차이와 이해관계에 대한 폭넓은 의견들이 쏟아져나왔다.
신정훈 시장은 “국민여론이 ‘치수차원의 4대강 정비인가, 대운하 전단계인가’를 두고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강의 주체인 지역민들의 의견을 모아야 할 때”라고 전제하며 “영산강을 사이에 두고 상류와 중류, 하류에 위치해 이는 자치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만큼 터놓고 서로의 입장을 밝혀 이해의 폭을 넓혀가자”고 제안했다.
영산강 수질개선이 주제인 만큼 이날 토론회는 목포해양대 신용식 교수와 전남대 지구환경공학부 전승수 교수의 수질개선에 대한 자치단체와 정부차원의 실질적인 노력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뤘으며, 특히 전승수 교수는 영산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하구둑을 개방해 바닷물을 유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현재 퇴적물을 제거하는 데만 1조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고 준설만으로는 수질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하구둑을 개방할 경우 준설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전라남도 윤순홍 방제과장은 “영산강 뱃길복원은 지난 2004년 박준영 도지사의 선거공약으로 제시가 됐으며, 2006년도에 박광태 광주시장과 영산강 수질개선 노력을 위한 합의문을 발표함으로써 지역의 주요 의제로 채택이 된 사업”이라고 전제하며 “환경 친화적인 영산강 뱃길의 옛 모습을 복원하고 영산강과 조화되는 신도시 건설과 산업화 추진, 주변과 잘 어울리는 관광자원 확보가 영산강 프로젝트의 기본방향”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라남도는 오는 2010년까지 몽탄~영산포 22km구간의 하도준설사업과 배수갑문 및 통선문 확장, 하구둑 대체교량 건설, 영산호 및 영암호 연락수로 확장 등의 공사를 한 뒤 2012년까지 영산강 횡단 교량 3개소 설치, 영산강변 전원마을&뉴타운 조성, 2015년까지 영산강 주변 관광개발 등 3단계에 걸쳐 총 사업비 6조2천5백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영산강 프로젝트사업을 추진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영산강뱃길복원에 대해 본격적인 포문을 연 영산강뱃길연구소 김창원 소장은 “1973년 광주의 기아자동차 전신인 아세아자동차를 세울 때 3천톤급 프레스를 바지선에 실어 영산강을 따라 제창포(영산포)에서 하역하여 육로로 광주까지 옮겨졌으며 1976년 뱃길이 끊길 때까지 영산포에는 홍어와 젓갈, 소금 등을 실어 나르는 중선배가 쉬지 않고 드나들었다”고 전제하며 “영산강의 뱃길을 살리자면 하구언의 통선문을 새로 개설하고 방치된 퇴적토사만 걷어내는 것으로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또 “영산강 뱃길복원이 ‘관광용이냐, 물류냐?’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보다는 영산강 뱃길을 통해 관광용 선박도 다니고 물류도 운반할 수 있는 뱃길이 건설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결국 이날 토론회는 영산강 수질개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이면에는 영산강 뱃길복원의 성격과 규모면에서 관광용 뱃길이냐, 물류를 포함한 뱃길복원이냐를 두고 하루빨리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겨준 채 마무리됐다. 김양순 기자
<사진설명>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영산강 뱃길복원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순수 관광용인가, 물류를 포함한 뱃길인가... 이에 따른 정체성 확보가 지역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다.<사진은 지난 18일 나주시청에서 열린 영산강 수질개선 대책마련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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