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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감자꽃 할매

by 호호^.^아줌마 2009. 6. 17.

 

 

오량동 다녀오는 길에 김매는 할머니를 만났다.

해가 점심나절을 향해가는 시각, 혼자 밭을 매고 계신다.

참견 좋아하는 호호, 바로 작업 들어간다.

 

 

"할머니, 할머니 저 좀 보셔요."

"나 불렀어? 내가 뭔 할머니여? 아직 젊은디..."

"앗, 죄송! 진짜네? 그럼 아짐인가? 아니, 엄니?"

"부르는 건 맘대로 허고... 근디 뭐 할라고 사진을 찍어?"

"김 매시는 거. 그냥 하나 찍고 싶어서... 근데 이거 감자 아녀요? 북감잔가요, 하지감잔가요?"

"북감자나 하지 감자나...하지때 캐니까 하지감자제."

"감자꽃이 이렇게 생겼구나. 처음보네."

"원래 꽃이 달려있으믄 알이 안 찬께 다들 따부러. 난 그냥 귀찮응께 놔둬분디... 긍께 꽃이 많이 없제."

"아, 글쿠나." 

 

하지를 지나면 장마가 오기 전에 서둘러 감자를 캐야 한단다.

감자는 물에 닿으면 기겁을 하며 썩는다나?

 

 

중학생 때 읽었던 김동인의 '감자'가 생각난다.

왕서방의 감자를 도둑질하다 들켜서 결국 그의 노리개가 되고 마는 복녀의 기구한 운명이,

그 시대 가난하기 때문에 정조를 빼앗겨야 했던 아낙들의 삶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물론 어렸을 때는 복녀도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그러고 보니 감자꽃이라는 시도 있었지.

한번 찾아보자.

 

감자꽃

                            권태응(1918~1951, 충주 生) 


자주꽃 핀건 자주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감자


하얀꽃 핀건 하얀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감자


이 감자꽃이라는 시!

이 시는 단순한 동시가 아니라 민족적인 시로 이야기 된다.

일제시대 때 일본의 상징색 이었던 쪽빛을 ‘자주꽃’으로 표현하고,

한국의 상징색인 하얀색은 하얀꽃으로 표현했다는...

 

그렇든 어쩧든 3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시인이 가련하기만 하다.

예수님과 같은 나이네.

 

감자밭 할매 아니, 아짐이 하지 지나서 오면 감자 준다했는데

오호~ 이번주 일요일이 하지네.

오후에 애들 데리고 감자 캐러 가야겠다. 

 

                                                                    감자알이 굵어가는 계절에...

 

 

           

            꽃
                                             신현대 노래
봄눈 먹고 매화꽃 피고

가랑비 먹고 사과꽃 피고

낙비 먹고 벼들이 쑥쑥

세상은 커다란 한 송이 꽃
이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면
세상은 커다란 한송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