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어별無語別' 개막
극단 '예인방' 20일까지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평일 오후 7시, 토.일요일 오후5시
조선의 풍류남아 임제는 황진이에 대한 못다한 연정을 그녀의 무덤가에서 시를 짓고 제를 올리며 풀어낸다. 그러던 어느날 황진이를 쏙 빼닮은 딸, 설홍을 만나게 된다. 황진이가 다시 살아 돌아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 임제. 천한 기생에게 시를 지어 바치는 임제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설홍. 그렇게 둘은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된다.
비록 친손녀는 아니지만 황진이가 죽으면서 남긴 핏덩이를 친 딸처럼 길러낸 할매는 누구보다 둘을 반대한다, 그 만류에도 불구하고 임제와 설홍은 점점 깊은 사이가 된다. 그리고 그녀의 화초까지 임제의 손으로 올리게 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임제는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설홍은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데…..
3년 뒤, 갑자기 돌아와 설홍을 시집 보내려고 하는 임제, 설홍은 그에게 매달려 보지만 임제는 냉정하기만 하다. 이제 영영이 사랑이 끝나버린것같은 설홍은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그 까닭이 다름 아닌 임제의 죽을 병 때문임을 알게 된 설홍은 그저 태연한 척 하는 임제 앞에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린다. 다른 사내의 품안에서 놀아나는 것 보다야 비구니가 되는 길이 그를 가장 위하는 길이라 생각한 것. 그녀를 붙잡을 수도, 그를 붙잡을 수도 없는 둘은 그렇게 헤어짐을 준비한다.
제 1 장
폐허가 된 홍루.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비구니가 된 기생, 설홍과 이제 저승길로 가는 임제가 마지막으로 해후한다. 자신이 올려준 머리가 성큼 베어나간 설홍의 모습이 안쓰러운 임제. 그런 님을 보내야 하는 설홍의 안타까운 마음이 둘 사이를 돌아나간다. 점점 동이 터오고 마지막으로 작별해야 하는 둘, 임제는 마지막 가는 길에 한 곡조 내어달라 청한다. 말없이 마지막 연주를 하는 설홍. 그렇게 둘은 헤어진다.
제 2 장
과거, 어렸을 적 연모했던 황진이의 무덤가를 찾은 임제는 황진이를 쏘옥 빼 닮은 설홍을 만나게 된다. 거나하게 술에 취한 채 시간을 보내는 둘에게 설홍의 할미가 나타나고 둘이 함께 있는 것이 못마땅한 할미와 임제 사이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제 3 장
늦은 밤 홍루의 여곽, 기생이 되어야만 하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알게 된 설홍은 임제를 찾아와 자신의 머리를 올려 달라 청한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며 사랑을 확인하는 둘.
제 4 장
어엿한 홍루의 기녀가 된 설홍은 사랑의 맹세를 두고 말없이 떠나버린 임제를 3년째 기다리고 있다. 그런 그녀를 첩으로 들이려는 박 영감 앞에 떡 하니 임제가 나타나는데, 그는 설홍은 안중에도 없이 매향과 사라지고 만다. 그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마는 설홍.
제 5 장
매향의 처소에서 희희 낙낙 재미를 보고 있는 둘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온
참지 못하고 그 방에 들이닥치는 설홍. 까닭을 알 수 없이 변한 임제의 모습들에 설홍은 가슴이 무너짐을 느낀다.
제 6 장
짙은 병색을 감추기 위해 산골에서 홀로 지내고 있던 임제는 시복으로 부터 할미의 죽음과 설홍의 소식을 듣게 된다. 설홍이 걱정되지만 쉽게 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임제.
제 7 장
박 영감 에게 시집가기 전날 밤. 임제는 설홍을 찾아온다. 그 누구보다 설홍의 일을 기뻐해 주는 임제. 설홍은 그에게 예전처럼 자신의 머리를 내려달라 청한다. 임제, 기쁜 마음으로 설홍의 머리를 곱게 내려주는데,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잘라 버리는 설홍.
제 8 장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는 것 보다 비구니가 되는 길이 낫지 않겠냐며, 그를 웃으며 보내는 설홍. 다 알고 있다, 고백한다. 붙잡을 수도 차마 보낼 수도 없는 임제는 말없이 예전 설홍의 머리를 올려주었을 때부터 간직했던 붉은 댕기를 건넨다. 그렇게 말없이 이별하는 둘, 설홍은 떠난 임제를 향해 마지막으로 큰 절을 올린다.
그리고...
무대인사하는 배우들
관객으로 참석한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설홍 역의 임은희 씨에게 격려와 축하의 꽃다발을...
박준영 도지사의 관람평이 인상적이었다.
연극의 주인공이 백호 임제 선생인 줄 알고 찾았는데
결국은 설홍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빛나는 무대였다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선 최고의 시인이자 풍류가였던
임제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됐으며,
비록 가상의 인물이지만 설홍의 가슴 시린 사랑을 통해
여성평등의 시대적 가치를 보았다는 박 지사,
오늘 보니 문화지사 다운 면모가 다분하다.
남도의 전통문화와 아껴둔 땅 전남의 관광자원으로서
이제는 지역의 특색있는 문화를 컨텐츠로 개발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내일(10일)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관람한다.
여섯명의 배우가 빚어낸 80분간의 황금무대
드문드문 야(?)한 장면까지 나와주니
한눈 팔 틈이 없다.
GO ART 연주단.
공연 시작 전과 공연이 끝난 후
음악으로 관객들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바야흐로 나주의 문화예술이 튼실하게 여물어가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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