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나기 11분 전...송정역
뭐냐...
오늘따라 왜 이리 굼뜨냐.
여름부터 손꼽아 기다려온 날인데,
벌써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는데,
왜 이러냐...
이제 한 시간 밖에 안 남았는데,
왜 이리 안 써지냐.
서둘러 기사를 마감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녀를 만나러 가리라
마치, 오랜 세월 마음에 두었던 이가 군에서 휴가를 나온다는 전갈을 받은 설렘으로
마음이 들떠 마치 미친년이 요강 씻어 살강에 엎어두는 양으로
우물떡주물떡 일을 마치고 나선 길...
도착하고 보니 11분 전이다.
시간이 충분하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광판의 시간을 보고 또 보고...
드디어 기차가 도착을 하고
가족을 향해 연인을 향해 바삐 개찰구를 들어서는 사람들
과연 '딱' 보고 알아차릴 수 있을까?
호흡을 가다듬으로 기다리는데
어랏, 안 보이네.
사람들이 들어온 지 벌써 3분이나 지났는데...
아하~
저 양반!!!
맞았네, 맞았어.
어서 오세요 alongma 님^.^
송정리 떡갈비집에서 저녁을 함께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기 전
하림 님과 ma님.
두 분이 약속이나 하신 듯,
"어려보이네"
하는 말에
"어, 진짜요? 에이 농담두..."
그런 날
오인태
누군가에게 팔짱을 내주고 싶은 날
그리하여 이따금 어깨도 부대끼며
짐짓 휘청대는 걸음이라도
진심으로 놀라하며 곧추세워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발걸음을 맞춰 마냥 걷다가
따뜻한 불빛을 가진 찻집이라도 있다면
손잡이를 함께 열고 들어서서
내 얘기보다 그의 얘기를
더 많이 들어주고 싶은 날
혼자 앞서 성큼성큼 걸어온 날이
누군가에게 문득 미안해지는 날
-시집『아버지의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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