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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토박이 연극인 김진호 문화CEO로 ‘우뚝’

by 호호^.^아줌마 2010. 7. 12.

◇외길 연극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문화사업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김진호 씨가 올 가을 남도의 김치를 주제로 한 연극 ‘김치’를 기획하고 있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주 토박이 연극인 김진호 문화CEO로 ‘우뚝’

“문화예술로 밥 먹고 사는 사회 돼야 합니다”

올가을 연극 ‘김치’ 관광상품으로 선보일 예정 

 

“연극의 불모지인 나주에서 연극을 하겠다고 하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먹고 살려느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단언코 연극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문화예술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고 믿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며 살아갑니다.”

 

내년이면 연극인생 30년과 함께 인생의 쉰 고개에 올라서게 된다는 연극인 김진호(49, 나주예총 회장)씨. 그는 분명 ‘먹고 살기’ 힘들다는 연극인의 길을 걸어오면서 문화로 밥 먹고 사는 문화사업가로 자리를 굳혔다.

 

학창시절 육상선수와 권투선수로 꽤 이름을 날렸던 김 씨는 “함께 어울려 만들어 내는 멋진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연극인의 길을 걷게 됐다고.

 

1981년 광주극단 ‘시민’이 마련한 연극 강습회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연극인의 길에 접어들게 된 김 씨는 이듬해 나주에 극단 ‘예인방’을 설립하고 창단공연으로 ‘시집가는 날(오영진 작)’을 무대에 올렸다.

 

이후 지금까지 80여회의 공연으로 공연예술의 지평을 열어온 김진호 씨는 지난해 10월 백호 임제 선생의 사랑과 문학혼을 담은 ‘무어별’을 통해 연극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문화사업가로서의 수완과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치사건’이다.

 

김 씨는 지난해 가을 영산강 들판에서 자란 야생갓 100단과 남도 재래종인 경종배추 300단으로 김치를 담갔다. 김치에는 신안 천일염과 지역에서 생산된 마늘, 생강, 멸치젓, 새우젓이 함께 버무려져 남도 고유의 김치맛을 냈다.

 

김 씨는 완성된 김치에 “내년에 남도 김치를 주제로 한 창작극을 기획하고 있다”는 짤막한 메시지를 담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준영 전남도지사 이참 관광공사 사장 등에게 택배로 배달했다. 그리고 올 가을 옛 나주역을 배경으로 삼은 연극 ‘김치’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씨는 이번 연극에서 점차 잊혀져가고 있는 우리 토종김치의 명맥을 잇고 그 맛을 되살린다는 의미와 함께 ‘남도 엄니’들의 손맛을 살려 재래식으로 담근 고유의 김치를 남도의 관광상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김 씨는 직접 시놉시스를 구성하고 작가 장사현 씨와 함께 대본작업을 하는 가운데 주한 외국대사 30명을 초청해 공연의 막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해 나주연극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또 하나의 프로젝트로 30년 숙원사업인 연극전용 소극장 건립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

 

지난해 ‘무어별’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나주를 찾은 유인촌 장관이 소극장 건립비용으로 2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나주시 분담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유야무야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사재를 털어서라도 첫 삽을 뜨겠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김 씨는 지난해 노동부 사회적기업으로 설립한 ‘고 아트(Go Art)문화사업단’을 통해 문화예술인의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찾아가는 음악회’, ‘솔향기 사이로’ 등 문화예술의 저변확대에도 노력해오고 있다.

 

하지만 나주 예술분야 전반을 책임져야 할 예총회장의 입장에서 김 씨의 고민은 연극분야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지역의 문화예술분야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예술문화정책간담회를 갖자고 제안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전 사무실을 찾은 임성훈 시장을 향해서도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해주는 행정이 아니라 함께 육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안모색을 위해 예술문화정책간담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문화예술활동이 단순히 시간놀음이나 취미활동이 아닌 산업으로서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인 스스로 콘텐츠 개발을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행정의 혜안이 필요하다는 게 김 씨의 바람이자 고언이기도 하다.


연극과 문화사업 외에도 꾸준히 드라마 연기자로서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는 김 씨는 드라마 ‘주몽’에서 양탁장군, ‘이산’에서 형조판서, ‘시티홀’에서 박진감 시의원 역으로 눈길을 끌어온 가운데 요즘은 MBC에서 방영중인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와 오는 10월에 방영하는 SBS ‘대물’, KBS ‘더 뮤지컬’에 교차 출연하느라 서울과 나주를 분주히 오가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얼굴이 알려지자 만나는 사람마다 “언제 드라마 출연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연극 공연은 언제 하느냐고 물어주면 좋겠다”며 연극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구하고 있다.

 

아울러 그의 연극 동료이자 인생의 반려자이기도 한 임은희 씨는 광주에서 연극공연 홍보차 들른 고등학교에서 낚은(?) 꿈 많은 여고생이었다.

 

1991년 전남연극제 출품작인 ‘그래도 우리는 볍씨를 뿌린다(박범신 작)’을 연기할 당시 유산의 아픔을 겪기도 했던 부부는 연극 마지막 대사가 “이봐유, 제가 당신의 아기를 가졌어유.” 하는 것처럼 어쩌면 이들 부부에게 있어서 ‘아이’는 그들이 엮어내는 ‘연극’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