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음악계에서 가장 빛나는 별로 떠오르는 젊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공연장이 아닌 극장에서 그를 만났다. 광주극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섯명의 마에스트로 공연실황 상영두번째 주인공으로 그는 자신의 모국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2007년 스위스 루체른 부활절음악회에서 라벨과 남미계열 음악가들의 연주에 이어 레너드 번스타인의 '맘보'를 피날레로 연주했는데 열정과 광란의 하모니에 열광한 관객들의 열기를 한몸에 받아 앵콜로 연주한 음악.
아래 연주한 곡이 누구의, 무슨 곡인지는 모르지만, 클래식 음악에도 민족성과 그 나라 사람들의 기질이 녹아들어
그 감동의 지경을 넓혀가고 있음을 알기에는 충분하다.
◀극장에서 도둑촬영한 마지막 앵콜장면^^
공연이 막바지로 치닫을 무렵, 갑자기 조명이 꺼지고 객석이 어둠에 빠져들자 관객들이 환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다시 조명이 켜지자 무대 위의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 170여 명이 지휘자부터 단원과 촬영감독까지 베네수엘라 국기가 그려진 점퍼를 입은 모습이 드러난다.
전 세계에 베네수엘라발(發) 클래식 열풍을 불어넣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맘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첼로와 바이올린을 좌우와 위 아래로 신나게 돌리고, 연주 중에 자리에서 일어서는가 하면, 타악기 주자는 채를 공중으로 집어던졌다.
가난과 빈곤, 마약과 폭력의 위험 앞에 노출된 베네수엘라의 아이들에게 총기 대신 악기를 쥐어주자는 '엘 시스테마' 운동이 1975년 시작됐을 때, 오늘날의 결과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120여 곳에 이르는 오케스트라가 생겨났고, 이 음악 운동의 혜택을 받은 유소년과 청소년만 25만 명에 이른다. 이 오케스트라를 이끈 올해 서른의 문턱을 막 넘어선 젊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Dudamel·30)은 '엘 시스테마'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회운동과 음악이라는 두 가지 잣대 사이에는 미묘한 간극이 존재할 수 있다. 지휘자 두다멜은 곡의 속도와 강세를 대담하게 쥐었다 풀었다 하면서, 단원들 스스로 물결을 일으키고 굴곡과 급류를 만들도록 했다. 구조적이거나 엄격하다기보다는 열기를 자연스럽게 분출하는 '젊음의 말러', '라틴의 말러'에 가까웠다.
이에 앞서 들려준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가운데 〈심포닉 댄스〉는 이들을 세계무대에 알려준 '히트곡'이다. 곡이 끝날 무렵, 지휘봉이 공중에 그대로 멈추자 플루트 단원의 입은 악기에서 떠나지 않았고 바이올린 단원은 활을 내리지 않았다. 마치 정지 화면이라도 누른 듯한 3분간의 정적에 객석에도 기침 소리 한번 터지지 않았다. 침묵마저 감동의 재료로 활용하는 베네수엘라 젊은이들의 명민함에 기립하는 청중의 숫자는 늘었다.
지금 <광주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씨네 클래식 페스티벌 마에스트로6'
첫날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베를린 필 하모니오케스트라의 '갈라 프럼 베를린 2009'를 보고 여태껏 그때의 감동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랑랑이 협연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이 환청처럼 따라 다닌다. 아, 3번은 언제 들어볼까...
21일(일) 오후 5시 30분 다니엘 바렌보임
22일(월) 오후 7시40분 클라우디오 아바도
23일(화) 오후 8시 로린 마젤
24일(수) 오전 11시 리카르도 무티
본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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