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미FTA정국 어떻게 헤쳐갈까?
한미FTA 국회비준안이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로 국회를 통과했다. 한미FTA가 발효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사항은 무엇이고, 우리 정부와 정치권, 국민은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는 것인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인 최인기 국회의원과 국제관계 전문가로서 최근 활발하게 방송과 신문대담을 통해 FTA 부당성을 제기하고 있는 박선원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의 얘기를 들어본다. / 편집자 주
한미FTA는 주권포기 총선·대선승리로 무효화시켜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 최인기 의원
한미FTA가 발효되면 가장 현실적인 피해는 무엇인가.
최 : 한미FTA는 대한민국의 입법권과 사법권을 침해하는 주권불가의 조약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공공정책 및 서비스마저도 국민의 이익보다는 투자자의 이익에 우선해야 하는 소위 망국적 조약이라 할 수 있다. 한미FTA 협정의 독소조항인 ISD가 대표적이다.
또한, 최대피해산업인 농어업분야에 있어 개방 초기에는 소비자에게 값싼 수입농산물 공급으로 가계에 이익이 된다는 의견도 있으나, 한-칠레FTA 체결 이후 칠레산 포도주의 경우 관세철폐로 인한 이익을 수입업자가 가져감으로써 오히려 가격이 상승한 사례가 있으며, 뉴질랜드 키위 또한 수입 초기에는 저렴한 가격이 판매되었으나 시장 독점이후 가격이 상승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이는 한미FTA 체결로 단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국내 피해산업 특히 국민의 생존과 국가의 존망이 걸린 농어업의 붕괴는 결국 식량의 대외의존도를 높이게 되어 식량 무기화 시대에 대한민국을 무방비로 노출시켜 위기에 처하게 할 수 있다.
농업분야의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다른 산업분야는 이익이라는 것이 정부의 계산인 것 같은데...
최 : 그렇다. 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이 영위하는 산업에만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한미FTA는 국민 대다수가 이익이 되는 국익에 도움 되는 것이 아니라 극히 소수의 부자들에게 부의 집중을 가져다주는 빈익빈 부익부의 협정이라는 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의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적 갈등 양상을 부추기는 불균등한 조약이다.
대외의존도가 85%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FTA는 선택불가결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국민 대다수의 이익에 기여하고 공공의 이익이 보호되며 주권이 침해되지 않는 협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한미FTA는 여러 독소조항들로 인해 이러한 원칙이 무너져 버렸다.
이익의 불균형, 주권국가를 무력화 할 수 있는 독소조항들로 가득한 한미FTA를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아무런 대책 없이 날치기 강행처리한 것은 의회의 폭거를 넘어 을사늑약에 버금가는 행위로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최 :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한미FTA 폐지 여론에 동의해 지금이라도 비준안을 유보하고 미국과 재협상을 하는 것이 최선의 길일 것이나, 이러한 기대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한미FTA의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방법은 협정문 24.5조에 따라 발효후 우리나라가 해당 협정을 이행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미국에 서면통보하고 180일 후에 자동폐기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야당이 2/3 이상 의석수를 차지하거나, 12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내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러나 설령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야당이 승리를 이뤄낸다 하더라도 최소 1년에서 2년간은 한미FTA 발효로 농어업인과 중소상공인 그리고 서민들의 피해는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당은 농어업인과 중소상공인 그리고 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피해보전 및 복지를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해 예산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내투쟁과 장외투쟁을 병행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 또한 많다. 그러나 민주당이 장외투쟁에만 전념할 경우 내년 예산은 물론이거니와 이미 마련한 피해보전대책 마저도 내팽겨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반드시 상기해야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농도 전남과 나주시가 서둘러야 할 현안은 무엇인가.
최 : 한미FTA 체결로 농업과 축산업 비중이 높은 전라남도와 나주시는 무엇보다 농어업인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농정정책 마련과 더불어 수입농산물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사는 게 힘들어서 정치에 무관심하다지만, 정치에 무관심해서 사는 게 더 힘들어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때다. 이제 한미FTA의 존폐는 국민의 손에 넘어왔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 등 진보야당의 절대다수 의회진출과 정권교체 없이는 한미FTA로 인한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한미FTA 날치기 통과 법적으로 무효, 폐지돼야
…박선원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
한미FTA가 발효되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ISD, 즉 국가간소송제도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나.
박 : 투자자-국가제소권, 즉 ISD(Investor-State Dispute)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나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등 국제중재기관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2007년까지 그렇게 부각되지 않은 것은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 미국의 투자자들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소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지금까지 주로 제소한 쪽은 미국 투자자들이며 피소된 쪽은 캐나다와 멕시코이다. 일방적이다. 승소율을 보면 캐나다에 대해 투자자들이 2건을 승소했고, 3건은 합의를 보았다. 패소는 4건이다. 합의를 사실상의 투자자 승소로 본다면 무시할 수 없는 승소율이다.
멕시코의 경우 순수 승소율이 50%이다. 제소당하면 반쯤은 진다는 것이다. 한국도 미국에 대해 제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한미 양국에 균등한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이명박 정부당국자들의 주장은 허구이다.
과거 노무현정부도 한미FTA를 체결하려고 했지만 그때는 미국 의회가 반대해 무산되지 않았나.
박 : 2007년 9월 8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전면개방을 요청했다. 노 대통령의 답변은 명료하였다.
“쇠고기 시장개방은 합리적 수준으로 가겠다. 왜 일본과 대만, 홍콩도 안 하는데 한국이 맨 먼저 해야 하는가? 미국이 일본과 협상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일본이 듣지 않으니까 한국에게만 함부로 요구한다고 우리 국민들은 느끼고 있다.”
그러자 부시 대통령은 한미 FTA와 연관성을 들고 나왔다.
“한미 FTA가 미국 의회에서 비준을 받으려면 이것이 꼭 풀려야 한다. FTA가 가급적 빨리 시작되게 하려면 한국이 먼저 국회에서 비준 의결을 받아냈으면 한다. FTA가 통과되면 대통령의 정치적 업적이 될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도모하지 않았다. 국가지도자로서 마땅히 추구해야 할 미래발전전략의 초석을 놓고자 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의 FTA협상, 무엇이 문제인가.
박 : 이행법안 비준방식이다. 미국-호주 자유무역협정의 경우 미국과 호주 모두 이행법안을 통과시켰다. 국제합의의 형식적 동등성이 보장된 사례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한미 FTA 합의안 자체를 비준하자고 한다. 그 경우 국제법은 국내법과 동등하다는 헌법 제6조에 의해 국내법으로 합의 사항이 우리 국익과 산업 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할 경유 규제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문제 발생 시 미국 국내법이 우선한다는 미국의 이행법안에 비해 전혀 위력을 갖지 못한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헌법 6조를 근거로 굳이 별도의 국내법이 필요 없다고 계속 주장한다면 이것은 1987년 제정된 헌법에 위배된다. 조약이나 국제적 법규를 국내법과 동일하다고 규정한 것은 조약 상대국과 내용과 형식에서 철저한 상호성과 균등성을 확보했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미국과 호주 사이 자유무역합의가 양국에서 공히 이행법안 형식으로 통과된 것은 그만큼 양국 간 합의에 따른 권리와 의무의 동등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조약에서는 두 가지 원칙이 유지되어야 한다. 신의성실의 원칙 (rule of bona fide)과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계약이행의 원칙(rule of pacta sunt servanda)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미국이 연방제 국가이므로 “어떤 조약도 국내법이 우선한다”는 독특함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별도의 이행법에서 동일한 원리가 포함된 이행법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위헌적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박 : 불법 날치기지만 이미 국회를 통과한 한미FTA 비준안을 어떻게 할 것인가 포기하지 말고 ISD 대책을 포함한 이행법안을 서둘러 제정하는 데 온 국민과 정치권이 합심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한 국익우선의 원칙이다. 더 이상 정치논리는 필요하지 않다.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한 한미FTA 비준안은 법적으로 무효이며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그것은 바로 국민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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