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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탐방…도시재생으로 거듭난 도시와 도시사람들① 대전 중구 대흥동립만세 프로젝트

by 호호^.^아줌마 2012. 5. 17.

 

탐방…도시재생으로 거듭난 도시와 도시사람들①

 

◇ 대전 중구 대흥동 도시재생의 본거지가 되고 있는 산호여인숙. 젊은 남녀의 발걸음이 당당하다. 이곳은 대전의 문화아지트이기 때문.

 

 

도심 속 흉물 산호여인숙, 명물 게스트하우스로 변신

 

 

대전 중구 대흥동 옛 도심 낡은 건물 리모델링해 여행객 안식처로 제공

문화운동가들, 문화와 표정 살아있는 도시만들기 ‘대흥동립만세 프로젝트’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서 계속 살고 싶다.”

“내 태를 묻었던 이 도시에서 여생을 보내고 결국에는 내 뼈도 이 도시에 묻고 싶다”

지금 이 질문을 지역민들에게 던진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떠나고 싶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해서 살고 있다는 사람이 더 많지는 않을까. 나는 이곳에 살고 있지만 내 자식들만큼은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을까...

지방화시대를 맞아 ‘주민들이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일명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활성화가 자치단체 마다 화두가 되고 있다. 이미 성공한 도시도 있고, 쓰디 쓴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도시들도 적지 않다.

나주시도 2014년 빛가람혁신도시 완성에 발맞춰 원 도심권에 대한 도시재생을 준비하고 있다. 신도시와 원도심 간의 격차를 줄이고, 원도심 주민들의 정주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인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실시한 ‘도시재생과 지역활성화 탐방연수’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 / 편집자 주

 

 

여인숙에서 웬 책 전시회?

 

대전시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경향신문 대전지사 윤희일 문화부장이 기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도시재생의 성과와 문제점에 대해 강연을 했다. 일종의 취재담이기도 했다.

 

세 시간에 걸쳐 진행된 강의 후 도시재생 탐방취재에 참가한 26명의 기자들이 처음으로 찾은 곳은 대전 중구 대흥동에 있는 산호여인숙이었다.

 

이곳에서는 마침 ‘세계의 그림책전’이 열리고 있었다. 세계 각국의 그림책이 선을 보이는 전시회가 하필 여인숙에서 열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과 5일 이틀 동안 이 곳에서는 ‘책장’이 섰다. ‘책장’은 ‘책을 사고파는 시장’을 의미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책과 노는 장소’를 뜻하기도 한다고.

 

‘책장’을 이끌었던 산호여인숙 대표 송부영(문화활동가)씨는 “모든 대전시민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대흥동 사람들은 이번 행사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주민, 상인, 예술인 등이 <소설 대흥동> 집필에 들어갔던 것. 대흥동에서 함께 숨을 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냈다. 주민들은 5월 2일까지 이어쓰기 형태로 소설을 완성해 발표했다.대흥동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여러 사람의 상상을 바탕으로 써내려갔던 것.

 

 

여인숙 출입? 우린 당당해요!

 

산호여인숙을 찾아 골목길로 접어드는데 젊은 남녀 한 쌍이 당당한 모습으로 여인숙 문을 나서고 있다. 여인숙 출입에 대해 오해하지 말라는 경고와도 같았다.

 

지난해 대전지역 문화운동가들이 쓰러져 가는 여인숙을 멋진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 여행자에게 객실을 제공하는 시설)’로 리모델링한 뒤 대전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방명록에 ‘너무 편안해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는 글을 남기는 등 큰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대전 옛 도심에 ‘흉물’로 방치되던 여인숙이 젊은 예술가들의 노력 끝에 세련된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했다.

 

공공미술을 하는 송부영씨(34) 등 젊은 문화운동가 10여명은 2010년부터 ‘게스트하우스 설립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외지 손님들이 큰 부담 없이 숙박을 하면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대전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취지였다.

 

이들은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고, 옛 도심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대흥동 골목의 산호여인숙을 대상으로 선정한 뒤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돈’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막혔다. 송 씨는 “벽지를 새로 바르고, 침대를 새 것으로 사고, 에어컨을 달고 하는 모든 것이 돈이었다”며 “고민 끝에 생활정보지 등에 광고를 내서 쓸 만한 물건을 기부 받는 ‘나누고 모으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젊은 예술가들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도배·도색 등 거의 모든 작업을 직접 진행했다. 그리고 실제로 투자한 돈은 1,50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게스트하우스는 ‘상상 그 이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공공미술가 등 전문가들의 손길이 거쳐 가면서 세련미가 돋보이는 숙박시설이 생겨난 것이다.

 

2층 침대로 꾸민 양실(6인실, 2인실)과 온돌방 등 9개의 객실이 손님을 맞는다. 깨끗한 화장실과 말끔한 침대, 그리고 냉난방시설은 기본이다. 손님 누구나 간단하게 조리를 해 먹을 수 있는 주방은 물론 작은 도서관까지 생겨났다. 무엇보다도 1인당 1만5000원에 불과한 저렴한 숙박료가 손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산호여인숙’이라는 이름을 계속 쓰게 될 이 여인숙은 머지않아 문화예술 공간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한다. 송씨 등은 게스트하우스 입구에 전시장을, 진입로에 공연장을 꾸밀 예정이다.

 

송 씨와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연극인 서은덕(32)씨는 “숙박 손님은 물론 인근 주민과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연극 등 공연물을 게스트하우스 앞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8월 21일부터 28일까지 대흥동 일대에서 열리는 ‘대흥동립만세’라는 이름의 문화페스티벌을 통해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한 산호여인숙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드높이기도 했다.

 

송 씨는 “구도심의 여인숙을 게스트하우스와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한 것은 전국적으로도 그 예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도심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모델로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중심이 돼 추진되고 있는 대전 중구 대흥동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인 ‘대흥동립만세’에 대해 송부영 씨가 설명하고 있다.

 

 

주민 모두 참가해 즐기는 진짜 동네축제

 

오는 8월 이 곳 대흥동 일대에서는 진짜 동네축제인 ‘대흥동립만세’가 펼쳐진다. 주민들은 축제를 앞두고 벌써부터 매일 오후 2시면 산호여인숙에 모여 기획회의를 한다.

 

대흥동립만세추진위원회의 축제기획자인 서은덕 씨는 “작지만 알찬 행사를 가득 담아내겠다”는 포부로 동네 청소년들과 청년들, 아저씨와 아줌마, 어르신들을 만나러 다닌다고.

 

대흥동립만세는 지난해 처음으로 축제를 열어 대성공을 가뒀다. 대전의 원도심이었던 대흥동은 대전시청 등 각종 행정기관이 서구 둔산지구로 이전한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곳.

 

그러던 중 뜻있는 몇몇 주민이 스스로의 힘으로 동네를 다시 살려내자고 나섰다. 그래서 만든 것이 ‘대흥동립만세’ 축제였다. 대흥동립만세추진위를 구성해 활동하는 사람은 30여명. 연극인, 음악인, 미술인, 건축가, 가게 주인, 학생 등 하는 일도 다양하다.

 

‘전설의 동네 축제… 놀 줄 알아요?’ 이게 축제의 구호였다. 대흥동 주민은 물론 모든 대전시민이 축제장을 찾아 신나게 놀아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 거액의 돈을 들여 유명 가수를 무대에 세우는 대형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지만, 대흥동 일대를 그냥 돌아다니며 만나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프로그램이 30여개에 달했다.

 

지난해 축제 첫날, 대흥동 우리들공원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개막행사 정도가 그나마 큰 행사에 속했다. 오후 5시 축제자원봉사자인 ‘골목대장’이 놀이퍼포먼스를 펼치고 마임·댄스·음악·전통극 등 다양한 볼거리가 이어졌다. 이튿날 같은 곳에서 펼쳐진 ‘새벽난장’은 이 축제를 절정으로 몰고 갔다.

 

축제기간에는 대흥동 지역 식당·카페·바·게스트하우스 등 30여 업소가 축제장이 됐다. 각 업소는 지역 아티스트의 공연장이나 전시장으로 변신, 손님들을 맞았다.

 

특히, 퓨전 중국음식점 ‘미미’의 사장이자 사진가인 전재홍 씨는 자신의 사진작품을 식당에 걸어놓았다. 전 사장은 “대흥동립만세는 주민들의 힘만으로 만들어내는 진정한 의미의 주민축제”라며 “내가 축제의 주최자이면서 동시에 손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대전 중구 대흥동 주민들이 흥에 겨워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 다음에 계속 이어진다.

 

 

 

 

 

 

◇ 대전을 찾는 여행객들의 쉼터이자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산호여인숙 객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