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 보는 96세 시어머니 손발노릇 12년
나주시 세지면 박영애 씨, 어버이날 대통령 표창
부상으로 받은 상금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쾌척
노환으로 시력을 잃은 96세 시어머니의 눈과 손발이 돼서 12년 동안 봉양해 온 며느리가 제47회 어버이날을 맞아 대통령상을 수상해 화제다.
주인공은 나주시 세지면 죽산마을에 사는 박영애(60)씨. 1976년도에 가난한 배농삿꾼 가정의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시부모와 2남6녀의 대가족을 건사하며 살아온 박 씨는, 시아버지가 향년 92세로 작고하자 집에서 손수 장례를 치렀다.
12년 전 시어머니마저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고 거동이 어렵게 되자 식사수발은 물론, 목욕수발, 미장원에 모시고 가서 머리를 다듬는 일까지 손발이 되어 정성을 기울였던 것.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이 주말이면 틈틈이 과수원 일을 돕고 있지만, 평소에 농삿일을 도맡아 하고, 집안의 대소사까지 다 챙기는 등 녹록치 않은 일상에서도 삼시세끼 시어머니의 식사수발을 거른 적이 없었다고.
그러다보니 계모임이나 마을부녀회에서 마련한 그 흔한 꽃구경, 단풍구경은 고사하고 단 하루도 집을 비울 수 없었다.
주변에서는 시어머니를 요양시설에 모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해 왔지만 박 씨는 “어머니를 요양시설로 모시면 몸은 편할지 모르지만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 집에서 모시기로 했다”면서 “어머니 때문에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땄으니 제대로 효도 한번 해 봐야겠다”며 특유의 함박웃음을 짓기도.
이같은 효행이 알려지면서 나주향교와 나주시노인회에서 효부상을 받기도 했던 박 씨는 “시어머니 소원이 우리 8남매 손주들까지 다 결혼시키는 걸 보고 가시겠다 하니 꼭 그러시도록 더욱 극진히 모시겠다”고 다짐한다.
한편, 지난 9일 박 씨가 사는 나주시 세지면 죽산마을(이장 이진섭)에서는 성주이씨 나주문중에서 마련한 조촐한 축하행사가 열렸다.
이날 나주시 주민복지과 이민철 과장은 박영애 씨에게 표창장과 흉장을 전달하며 “원래는 어버이날을 맞아 청와대에서 시상식을 해야겠지만 세월호 참사로 행사가 취소돼 대신 전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이날 부상으로 받은 상금을 나주시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박영애 씨는 남편인 나주배원예농협 이상계 조합장과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 노환으로 시력을 잃은 구순의 시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해 대통령 표창을 받은 나주시 세지면 박영애 씨에게 나주시 이민철 과장이 흉장을 대신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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