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받을까 두려우십니까?
김양순(전남타임스 취재기획국장)
기자의 속성은 참 얄궂다. 역대 시의회에서 의원들이 서로 파벌싸움을 하고 집행부와 의회가 팽팽하게 날을 세우고, 예산안 심사를 못 해주겠다며 처리시한을 넘기면서 밤샘의회가 열릴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의회를 드나들었는데, 요즘은 통 발걸음이 내키지 않으니 말이다.
그때는 이슈가 있었고, 쟁점이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7대 의회에 들어와서는 미담은 넘치는데 쟁점을 찾기는 어렵다.
그동안 두어 차례 혁신산단 채무보증 동의안 처리 건으로 의회 온도계가 올라가기는 했지만, 정작 중요한 사안을 처리하는 단계에 있어서는 비공식 간담회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으니 가봐야 캐낼게 없고 들을 것도 없다.
뭣 모를 때야 “왜 회의를 문 때려 잠그고 하느냐?”며 삿대질도 해봤지만, 지금은 펜이 무뎌진 때문인지, 정신이 닳아진 때문인지 그러는 것도 여러워서 못하겠다.
요즘 유명세를 얻고 있는 책 『미움 받을 용기』가 여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책 제목만 봐서는 뭔가 세상을 향해 “아니오”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얘기가 아닌가 싶지만, 실상 책 내용은 어릴 때부터 성격이 어두워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언제까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주인공에게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다독인다.
결국 ‘미움 받을 용기’에 대한 사례는 멀지 않은 데서 찾을 수 있었다.
얼마 전 나비센터준비관에서 열린 문화아카데미 강사로 한국전력 김시호 부사장이 나와 그의 14대조 할아버지인 ‘학봉 김성일 선생과 나주의 부활’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퇴계 이황 선생의 직계 제자이기도 한 학봉의 촌철살인 “나의 허물을 말해 주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고, 나의 장점을 말해 주는 사람은 나의 적”이라고 했다. 또 하나의 일화, 오늘날로 말하면 과장급 공무원쯤 되는 관직에 있을 때의 일이다.
선조가 신하들의 향해 “경들이 나를 전대의 제왕과 비교하면 어느 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가?”하고 물었다.
신하들은 이구동성으로 “요순과 같은 성군이십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학봉은 “전하께서 타고난 성품이 고명하시니 요순 같은 성군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스스로 성인인 체 하시고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병통이 있으시니 이것이 걸주가 망한 까닭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지방의회는 집행부와 지방자치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라고 한다. 하지만 수레를 끄는 두 마리의 말 중 한 마리가 힘이 더 세다고 앞서간다면 다른 한 쪽 말은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앞서가는 말의 발길질에 채이거나 수레가 뒤집어지는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실력을 갖춘 참된 의회’를 슬로건으로 내건 7대 의회는 역대의회 사상 유래 없이 정쟁이 없이 원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당 소속 의원들과 무소속 의원들 간에 명분 없는 힘겨루기도 크게 드러나 보이지 않으니 공연한 시비와 의정활동의 누수도 문제가 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까지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상생만을 강조할 것인가? 의회는 집행부에 대해 과감하게 채찍을 휘두르기도 하는 견제와 감독의 역할을 해야 할 본분이 있다.
의회가 사철 내내 뜨뜻미지근해서는 결코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독도 영이 서지 않을 것이며, 지역민들의 가려운 등을 긁어준다 해도 시원한 맛을 안겨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감히 ‘미움 받을 소리’로 글을 맺는다.
* 이 글은 나주시의회 의정소식지 게재용으로 의뢰를 받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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