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사람 최성대(1691~?)의 『두기시집(杜機詩集)』 권1 「만양편(晩孃篇)」에 실려 있는 시입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읽어봅니다.
그들의 계모는 누구였나?
참새는 누구였나?
그 아이의 애비는 뭐하고 있었나...
세월호 사건의 실체적 진상을 밝히는 일은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숙제입니다.
아이는 정말로 잘못이 없다오
계모여 계모여 아이를 때리지 말아라
아이를 때리는 건 그렇다 쳐도 아이를 죽이지는 말아라
아이는 정말로 잘못이 없다오
울 안에 있는 대추 아이는 먹지 않고
통발에 있는 물고기 아이는 가져가지 않았다네
어젯밤 꿈에서 본 우리 엄마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하고 문을 나와 물을 긷더군요
슬픔을 삭이며 소리 내지도 못하더라
창고에는 온갖 곡식 담긴 상자에
집 안에는 계수나무로 들보를 만들었네
새매가 그려진 당에는
사방에 향주머니 있고
온갖 보물로 장식한 옷은
아침 햇살을 받아 광채가 번쩍이네
아이는 굶주림에 괴롭고 추위에 떨어도 감히 그 곁을 쳐다보지도 못하네
마당 앞의 참새 둥지에
참새 날아와 지지배배 두 마리 새끼를 품고 있네
이놈 너 참새야
차라리 내 폐를 쪼아 먹을지언정
내가 찧은 곡식을 먹지 마라
나더러 아침에 흰쌀 찧어놓으라 하셨는데
저녁에 헤아려보고 부족하면
계모가 노하실 것이야
참새야 날아가거라
어찌하랴! 한두 알 낱알이
되려 아이의 목숨을 그르쳤구나 아이의 목숨을 그르쳤구나
들판에 어떤 풀이 피었네
꽃 이파리가 작고 가냘프다
이를 캐며 길게 탄식하노니
우리와 함께 가자꾸나
우리와 함께 가자꾸나
해마다 한 맺힌 넋은 생기 없는 모습으로
사람 향해 입을 벌려 보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하네
晩孃晩孃莫打兒 만양만양막타아
打兒尙可莫殺兒 타아상가막살아
兒實無罪過 아실무죄과
園中有棗兒不食 원중유조아불식
笱上有魚兒不逐 구상유어아불축
昨夜夢見我母 작야몽견아모
入厨滫瀡出門汲淸 입주수수출문급청
潛悲不敢聲 잠비불감성
倉中有千粟箱 창중유천속상
室裏有桂樹爲樑 실리유계수위량
鷹隼畫堂 응준화당
中有四角香囊 중유사각향랑
百寶衣裳 백보의상
朝日照之爛輝光 조일조지란휘광
兒苦飢兒寒不敢窺其傍 아고기아한불감규기방
庭前黃爵巢 정전황작소
飛來啾啾夾兩鷇 비래추추협양구
唶彼黃爵 차피황작
寧啄我肺 영탁아폐
毋食我稻黍 무식아도서
令我朝舂白粲 영아조용백찬
暮來計不足 모래계부족
晩孃怒 만양노
黃爵飛去 황작비거
奈何一雙粒 내하일쌍립
翻使兒命誤兒命誤 번사아명오아명오
中原有草 중원유초
花葉微細 화엽미세
採之長歎 채지장탄
爰我衆邁 원아중매
爰我衆邁兮 원아중매혜
年年怨魂少顔色 년년원혼소안색
向人呿口人不識 향인거구인부지
최성대(崔成大, 1691~?), 『두기시집(杜機詩集)』 권1 「만양편(晩孃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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