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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오락가락 왕우렁이농법 “올 농사 어쩌라고...”

by 호호^.^아줌마 2008. 6. 2.
 

오락가락 왕우렁이농법 “올 농사 어쩌라고...”

친환경농업 ‘효자’에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전락 위기

모내기철 맞아 “한 치 앞 못보는 농정” 농민들 분통


최근까지도 친환경농업의 대명사로 손꼽히며 농가소득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던 왕우렁이가 생태계를 위협하는 동물로 지목이 되면서 그동안 왕우렁이농법으로 친환경쌀을 생산해온 농가들이 크게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현재 나주지역에서 농약을 사용하는 대신 왕우렁이와 오리 등의 친환경농법을 이용해 쌀을 생산하고 있는 농가는 4천1백 농가로 전체 경작규모가 3천4백ha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나주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읍면동지역을 순회하며 농민들을 대상으로 왕우렁이농법을 이용한 친환경농업을 소개하며 농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강원도 철원군 등 중·북부지역을 대상으로 왕우렁이 월동조사를 벌여 위해성 여부를 종합 평가한 결과, 왕우렁이가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나 지속적인 감시와 관찰이 필요한 종(생태계 위해성 2등급)’으로 분류돼 환경부가 머지않아 왕우렁이를 생태계 위해성 등급을 재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왕우렁이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될 경우 농사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 방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에 친환경농가들은 왕우렁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환경 위해성 평가 없이 단순히 월동 여부만을 놓고 생태계 교란종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농민 최 아무(68․다시면 월태리)씨는 “예전에는 쌀겨농법이 좋다고 해서 쌀겨를 뿌리다가 재작년부터는 왕우렁이가 좋다고 해서 왕우렁이를 쓰고 있는데 이제 와서 왕우렁이를 못쓰게 되면 다시 농약을 뿌려야 하겠냐”고 반문하고 있다.

또 다른 농민 임 아무(57․다시면 월태리)씨도 “그동안 오리도 해보고, 참게도 해봤지만 왕우렁이만한 영물이 없다”면서 “당장 왕우렁이를 못 쓰게 될 경우 농약을 쓰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환경이 얼마나 더 나빠지겠느냐?”며 한 치 앞을 분간하지 못하는 당국의 태도에 불만을 터뜨렸다.

이처럼 왕우렁이농법이 뛰어난 잡초 방제효과로 활용면적과 농가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될 경우 이에 따른 대책은 없는 상태다.

나주시 관계자는 “만약 왕우렁이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돼 농사에 사용되지 못할 경우 대안은 다시 쌀겨농법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노령화된 농민들이 무거운 쌀겨를 짊어지고 수렁논에서 살포하는 일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해남 등지에서는 이미 추워지면 죽는 것으로 알려졌던 왕우렁이가 환경에 점점 적응하면서 겨울을 나거나 죽기 전에 알을 낳게 되자, 이듬해 왕우렁이가 벼의 어린잎을 갉아먹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으며, 한 달 만에 천 개 이상을 알을 낳고 식성도 왕성해 이런 추세로 확산될 경우 국내 생태계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당장 다음달이면 모내기와 함께 왕우렁이를 논에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농민들로서는 이렇다 저렇다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행정당국에 답답함만 호소하고 있다.

김양순 기자

 

 


◇ 뛰어난 제초효과로 친환경농업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왕우렁이가 생계태 교란종으로 지정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지역 농민들이 올 농사를 어떻게 지을 것인지 답답해하고 있다.<자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