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나주시노인복지회관 판소리동아리
은발의 소리꾼들, 건강도‘금’ 소리도‘금’
제2회 전국다민족국악경연대회에서 단체․개인상 휩쓸어
소외계층 찾아 자원봉사, 지역안팎 출연요청도 줄이어
“함평천지 늙은 몸이 광주고향을 보랴하고 제주어선 빌려 타고 해남으로 건너갈 제...”
가을을 재촉하는 비로 한낮의 무더위가 한풀 꺾이던 9월의 첫날, 나주시노인복지회관(관장 박공식 신부, 이하 노인복지관)에서는 북장단에 맞춰 ‘호남가’ 가락이 흥겹게 울려 퍼진다.
소리를 따라 2층 한 동아리방을 찾으니 백발이 성성한 남녀 노인 열댓 명이 고수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아 소리를 하는데,
“...고창성에 높이 앉아 나주 풍경을 바라보니 만장운봉이 높이 솟아 층층한 익산이요 백리담양의 흐르는 물은 구부구부 만경인데...”
이 대목에서는 왠지 모를 감회마저 더해진다.
이들은 바로 노인복지회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판소리동아리(회장 박만배) 회원들.
또한 이들은 바로 하루 전날인 8월 31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제2회 전국다민족국악경연대회에서 ‘호남가’를 불러 단체 금상을 수상하기도 한 주인공들이다.
이와 더불어 개인 판소리 부분에서 김용례(83․동강면) 할머니가 금상을, 조기순(82․영산동) 할머니가 은상을, 그리고 채연식(85․동강면) 할아버지가 동상을 수상하고 손복선 할머니를 비롯한 7명의 회원들 역시 각각 장려상을 수상하고 돌아왔다.
여기에 박만배(85)회장이 지도자상까지 거머쥐었으니 한마디로 나주의 소리꾼들이 전국대회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며 상을 휩쓸고 온 셈이다.
65세 이상으로 국악에 소질과 관심이 있는 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이 곳 판소리 동아리는 현재 18명의 회원이 함께 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노인복지관 개관과 함께 활동을 시작해 이제 4년 째 접어든 이들 회원들은 매주 월․수․금요일 세 차례 모여 소리공부를 하고 있다.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박만배 회장은 “회원들이 다들 산포, 동강, 공산 등지에서 먼 길을 달려 나오면서도 전혀 힘든 기색도 없고, 소리를 하다보니까 육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해져서 그런지 다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젊다는 얘기들을 듣고 산다”며 노익장의 비밀을 자랑하기도.
고수 박영옥(76․관정동)씨는 농사일을 하는 틈틈이 소리와 함께 북을 치며 피곤함과 고단함을 달래오고 있는데, 과거 소리를 좋아해 소리꾼 양성에 앞장섰던 고(故) 이응진 선생을 따라 소리를 배우다 북을 치게 된 것이 벌써 40년째라고 한다.
여기에 젊은(?) 고수 고윤하(62․여․산포면)씨와 이제 막 이순(耳順)의 나이에 접어든 박종심(60․여․대호동)씨가 동아리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교직에서 은퇴한 고윤하 씨는 학교에 있을 당시 학생들에게 장구와 꽹과리 등을 가르치며 국악교육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은퇴 이후 멋으로 소리를 배우고 싶어서 동아리에 들어왔다가 이제는 소리에 심취해 소리와 함께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동아리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막내역할을 하면서 아울러 회원들의 소리의 틀을 잡아주고 있는 박종심(60․대호동)씨는 충북국악협회 이사를 지내면서 전통국악사랑소리고울회라는 단체를 7년 동안 이끌기도 했던 소리의 대가(大家)로 손꼽혀 왔다고.
박만배 회장의 딸이기도 한 박 씨는 소리의 본고장에 내려왔으니 후진양성을 하고 싶다는 의지와 함께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위해 다양한 위문활동을 펼칠 계획도 밝히고 있다.
다음달 2일 동강면 봉추마을이 충북에 있는 한 기업체와 ‘일사일촌 자매결연식’을 갖기로 한 가운데 충북예술단과 함께 공연을 계획하고 있으며, 10월 말께 나주에서 펼쳐지는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다시 한 번 기량을 펼쳐 보일 계획으로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고.
◇ 소리를 하다보면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고 젊음이 부럽잖다는 나주시노인복지회관 판소리 동아리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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