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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김노금 세상보기- 나는 중국이 무섭다

by 호호^.^아줌마 2008. 8. 29.

 나는 중국이 무섭다

 

김노금

축제는 끝났다.

스포츠를 통해 온 인류가 하나 되었던 지난 17일간의 환희와 열정 속에 우의를 다졌던 올림픽이 끝났고, 엊그제 온 국민의 박수 속에 올림픽 영웅들의 귀국을 환영하는 행사까지 우리는 온전히 하나였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촛불집회니 뭐니 해서 끝없는 다툼과 갈등이 반복되었으나 올림픽 덕분에 좌와 우, 여와 야를 넘어서는 국민통합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의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경기내용과 놀라운 성적으로 국민들은 환호했고, 감격스러웠으며 역경과 시련을 이겨낸 영웅들이 펼치는 드라마는 메달 여부에 상관없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제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와 그동안 태극전사들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투혼에서 희망을 배워야 한다. 현실은 치솟는 물가고와 불경기, 취업난 등으로 인해 속 터지는 일밖에 없지만 이제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온 국민이 그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려야 한다.

8월 25일 한국을 빛낸 태극전사들의 환영식이 있었던 그 시각 청와대에서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여 양국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전면 추진키로 했다. 하루전 24일은 한․중 수교 16주년 기념일이었기에 후 주석의 방한이 더욱 뜻깊다고 생각된다.

한․중 수교전 1988년 그러니까 20년 전 중국사람들은 우리의 서울올림픽을 보면서 온갖 경탄과 찬탄을 쏟아내며 우리 중국은 언제나 저렇게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까 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고 했다. 그러나 저들은 그 부러움을 부러움으로만 끝내지 않고 20년 후라는 시간표에 맞춰 착착 올림픽을 진행했다. 거의 완벽하게 그 꿈을 이뤄내지 않았는가.

개방전 죽의 장막으로 불렸던 중국의 경제사정은 실로 한심함 그 자체였다.

중국이 수십억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죽의 장막을 걷은 2~3년 후 1995년 여름, 나는 중국작가들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베이징 북경공항에 들어섰을 때의 그 황막하고 스산했던 기억이 어제 일인양 새롭다. 세계의 손님들을 맞이하는 국제공항임에도 우리나라의 지방공항보다 훨씬 뒤떨어진 모든 문화시설과 특히 면세점의 풍경은 영락없는 우리의 닷새장 시골장터 수준으로 정말이지 한심하고 우스울 정도였다.

함께했던 일행들도 이게 수 천 년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중국의 모습이냐며 어이없어 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여러 가지 물건을 골라놓고 (내 기억으로는 상아니, 옥도장이니 등등의) 중국의 인민폐가 떨어져 만원권 한국돈을 내미니 거스름돈이 준비가 안됐는지 서 너 곳의 점포를 다니면서 거스름돈을 모아주었던 기억도 난다.

살림살이는 도무지 알뜰한 구석이 없어도 외국만 나가면 먼저 간단한 선물을 구입한 후에 주머니를 야물게 닫아버리는 성격인지라 그 거스름돈만으로 7박 8일의 여행에 불편함이 없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너무나 많이 달라졌지만 미국이나 유렵권 여행은 아무리 알뜰하게 지갑관리를 해도 경비 빼고 사오십만원의 돈이 넘게 들었기 때문에 그때 중국에서의 우리나라 돈의 위력은 꼭 도깨비 방망이 같은 신기한 체험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여행이 일반화 되지 않았던 그때의 체험은 후일 중국기행으로 신문에 연재가 됐고, 또 한권의 책으로 엮어나왔기 때문인지 중국이라는 나라는 나에게 늘 보여지는 것 이상의 것을 보고 생각케 하는 나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는 대단히 어려운 나라지만 중국작가와 조선족 작가와의 계속된 교류 속에서 대단히 자존심이 강한 민족이라고 느꼈고, 아직은 가난해도 이런 개개인의 자존심과 긍지라면 중국의 찬란한 문화유산과 더불어 경제성장에 가속도가 붙는 날 엄청난 힘으로 세계 속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겠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동안 중국의 대외정책을 지배해 온 기조는 덩샤오핑이 제창한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힘을 기르자는 도광양회(韜光養晦)였다.

이제 중국은 국제정치, 군사, 우주과학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경제통상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거기다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스포츠 최강대국으로 등극했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 어둠속에서 힘을 기를 이유도, 칼날의 빛을 감출 이유도 없다. 그 대신 “평화롭게 국제사회의 강대국으로 우뚝선다.”는 화평굴기(和平堀起)의 시대로 본격진입 하였음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제 굽히고만 있지 않고 힘을 과시하겠다는 깃발을 내건 중국의 국가원수가 첫 해의 순방국으로 우리나라를 찾았다. 어쩐지 어금니에 힘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