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시인
사랑이 향기를 만든다
그리는 마음이 발원하면 꽃이 먼저 안다
무연히 걷다가
확
잡아끄는 향기가 있다면 그대의 눈먼 사랑이다
그러나 한낮의 햇살처럼 서두르지 말 것
너무 뜨거운 고백은 데이고 말지
뜨거울수록 서서히 불어가면서
한 모금씩 사랑을 적시다보면
꽃은 발가락매듭이 가려워지기 시작하고
이내 말초혈관마다 소곤거리고
눈물샘 어디쯤 그렁그렁한 샛강이 솟아나지
여름을 연모하는 꽈리나무처럼
푸른 심장이 붉게 타들어 가면
꽃은 반딧불처럼 문득 눈이 밝아지고
그리움이 이슥하도록 제 향기를 짓는단다
지금 그대 후각세포에 누군가의
향기 한 올 머금었으면
그대에게 스며들기 위해
오아시스도 없는 저 멀고 먼 사막의
팍팍하도록 알밴 모래언덕을
풋사과 같은 맨발로 건넌 줄 알아라
혹여 그대의 사랑에 닿자마자
지친 꽃이 이미 스러졌더라도
그대여
사랑이 찾아왔던 추억만은
즐겨 읽는 시집 갈피에 말려두기를
무심코 책을 펼칠 때마다
귀 떨어진 마른 향기 한 장
뜨거운 가마솥에서 예닐곱 번
볶이고 비벼댄 찻잎처럼
그대 젖은 가슴에
깊숙이 우러날지도 모르는 일
사랑이 향기를 만든다
** 지난 연말 나주문화예술인의날 행사에서 연극인 김정한 씨와 나윤정 씨가 연기로 연출했던 시로군요. 어찌나 멋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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