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몸
똥을 누며
이건 어제 점심에 먹은 비빔밥
이건 어제 저녁에 먹은 된장찌게
오줌을 눌 때마다
이건 새벽 갈증에 마신 생수 한 컵
이건 아침에 마신 커피 한 잔
늘 손익분기점 제로를 유지하려
개진하는 몸
반성하는 몸
몸을 부린 만큼 먹지 못하면 배가 고프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헛바람이 들고
몸에 겨운 사랑 앞에서는 늘 신열이 난다
몸에 넘치는 것들은
몸을 불리는 독이 되고
몸에 부족한 것들은
몸을 파고드는 못이 된다는 걸
몸이 늘 먼저 안다
정끝별 시집 『 와락 』,[창비]에서
문경 가은의 석탄 박물관에 가보니 광부들은 탄을 캐며 쥐들이 땅속 탄광에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다고 했다 쥐들이 살 수 있는 곳이면 사람도 살 수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란다 쥐들은 땅이 흔들리거나 물이 치솟겠다는 예감이 사람의 능력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탄을 캐면서 쥐들이 사라지면 불길한 징조가 있다는 신호로 생각하였다고 한다 본능적인 생명력이 쥐들에게 오랜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몸 또한 그 본능적인 육체의 육감이라는 게 있다 때문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면 죽는다는 말이 생겼는지 모른다 정끝별 시인은 "바로 몸"을 통해 내 몸에서 이루어지는 신체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바라보고 있다 '늘 손익분기점 제로를 유지하려 / 개진하는 몸 / 반성하는 몸'이라 했으니 우리 몸은 그 손익분기점을 마추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땀흘려 살아야 하는지 알 것 같다 춥고 덥고 배고프고 배부른 몸의 균형을 이루어 내기 위해 내 몸은 쉬지 않고 가동되는 생명의 공장 아닌가 그런데 그 생명의 공장이 세상의 그늘에 너무 깊이 빨려들고 있다 파산직전의 삶의 위기를 맞고 있다 문명의 발달이 사람의 생명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살아가는 게 독이 되어 있는 세상 같다 모든 게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몸의 균형이 바로 서 있지 않은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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