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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이야기

남도의 정월대보름

by 호호^.^아줌마 2009. 2. 11.

 

남도의 정월대보름

                                                       (2009. 2. 6.금요일. 오후 3:10~3:58, 90.5MHz. 

                                                     KBS광주방송총국 남도투데이 -느티나무 아래서-)

 

Ann> 2월은 가장 짧은 달이기는 하지만, 음력으로 치면 정월이기 때문에 아직도 새해의 설렘이 채 가시지 않는 달이기도 합니다. 물론 24절기의 첫 절기인 입춘이 2월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Ann> 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 지나면서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인데요, <남도투데이>가 남도의 문화와 전통을 찾아 떠나는 <느티나무 아래서> 오늘 첫 소식은 다음주 월요일이죠?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세시풍속놀이 준비로 떠들썩한 남도의 모습 전해 듣도록 하겠습니다.


전라남도문화관광해설가, <나주뉴스> 김양순 편집국장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 네, 안녕하십니까?


Ann>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많이 분주한가 봐요?


김>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명절이 설날이라고는 합니다만, 그날은 대부분 멀고 긴  귀성길과 귀경길 때문에 지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대부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다보니까 세시풍속놀이를 즐기기에는 빠듯한 일정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때문인지 지역에서는 오히려 정월대보름이 더 성대하고 분주한 모습입니다.

‘해의 날’인 설날보다 ‘달의 날’인 정월대보름 쪽의 민속행사들이 더욱 풍성한 까닭은  ‘농가월령가’의 서문에도 나왔듯이 농사의 세시풍속이 달의 태음력에 맞춰 나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Ann> 그럼 올해 정월대보름에는 어떤 행사들이 펼쳐집니까?


김> 올해 정월대보름은 오는 9일, 그러니까 다음주 월요일이죠? 이에 때를 맞춰 이번 주말부터 대보름 행사들이 펼쳐집니다.

특히, 여수와 나주에서는 아예 시민 전체가 참여하는 축제한마당잔치가 준비되고 있어서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먼저, 여수에서는 정월대보름날인 9일에 여수시 학동 거북선공원에서 여수시문화원 주관으로 '정월대보름 민속축제한마당'이 열립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역경제 살리기와 2012여수세계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고 투호놀이, 길놀이 등 전통 민속놀이가 재현됩니다.


그리고 나주에서는 9일 오후 3시부터 영산강 둔치 체육공원에서 대보름맞이 세시풍속놀이한마당이 펼쳐지는데요, 이름이 참 재밌습니다. ‘나물에 찰밥 먹고 쥐불놓이 가자’


올해로 스무 돌을 맞는 이 세시풍속놀이 한마당잔치는 풍년기원제인 당제에 이어서 나주시민대동줄다리기, 농악경연대회, 세시풍속놀이마당(윷놀이․제기차기․널뛰기․투호), 아빠가 함께하는 연 만들어 날리기, 불깡통 돌리기 같은 다채로운 가족놀이마당도 준비됩니다.


보성군에서는 지난 3일부터 오는 5일까지 벌교읍 대포리 당산과 포구에서 대포마을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갯귀신제가 열렸고, 이어 벌교 장좌기받이 별신제가 내일부터 9일까지 사흘 동안 펼쳐집니다.


노동면 갈대골풍물패는 8일에 노동면내 자연마을을 순회하며 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는 지신밟기를 시작으로 풍년기원제, 기원무, 오곡밥 나눠먹기, 연바람 공연, 가야금 병창, 대형 달집태우기, 달맞이 대동굿 등을 펼칠 예정입니다.


5년째 펼쳐지고 이 행사에는 보성공연예술촌 연바람과 농민회, 환경운동 연합이 함께 함으로써 그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Ann> 그런데 나주에서는 정월대보름 행사로 줄다리기가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올해도 합니까?


김> 나주에서는 오래전 온 고을 사람들이 동·서로 나누어 줄다리기를 하던 풍습이 있는데요, 이 동서부줄다리기는 돌싸움과 장대놀이로 시작되는데, 어찌나 성행했던지 다치는 사람이 많아 위험한 놀이라 하여 없어지고 줄다리기만 이어지고 있습니다.


놀이는 정초부터 시작해서 20일경에 끝이 났다니 그 규모를 가히 짐작할 수가 있겠죠?

먼저 읍내 동쪽에 사는 사람과 서쪽에 사는 사람들이 동서로 나뉘어 각기 마을 집집마다 새끼줄을 추렴하고 인원도 동원하고, 아녀자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줄다리기를 할 때 먹을 주먹밥을 만들기 위해 쌀을 거둡니다.


이때 새끼줄이고 쌀이고 거절하는 이가 없었다고 하는데요, 양쪽은 각기 가가호호에서 거둔 새끼줄로 각기 길이 300m, 앞부분 굵기 30cm쯤 되는 커다란 줄을 틀고 고를 만드는데 서부가 남성의 고를, 동부가 여성의 고를 만듭니다. 줄의 크기는 줄 위에 앉으면 발이 들릴 정도였다고 하니 그 크기를 짐작할 만하다.


나주출신 소설가 오유권 씨의 소설 ‘방앗골 혁명’에 나주의 동서부줄다리기 장면이 등장하는데, 온 고을 사람들이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 같은 집안이라도 소속이 다르면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에는 말도 하지 않고 지냈을 정도로 그 승부를 크게 여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승부에 막바지에 다다르면 처음에는 청년들만 나섰다가 자기편이 조금 끌려가는 듯하면 아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줄에 달라붙어 줄을 당기면서 거의 닷새, 엿새 가량이나  남녀노소가 잠을 안자고 기를 쓴다고 합니다.


Ann> 대단한 승부욕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요, 이렇게 해서 이기면 어떻게 합니까?


김> 이렇게 해서 승부가 나면 이긴 편은 승전고를 울리고 삼현육각을 잡히며 말을 타고 집집을 돌아다니면 집주인들이 술과 음식, 돈을 내놓고 서로 기뻐했다는데요, 게다가 이긴 편에는 나주목사가 그 해의 부역을 면제해주기 때문에 더더욱 큰 승부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정월 보름날의 민속놀이는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여성편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지만, 나주의 동서부줄다리기는 서부측 남성편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믿었습니다. 아마도 농사에는 남자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때문이 아닌가 여겨지는데요, 이 놀이는 일제강점기까지도 성행했는데 일본인들이 군중이 모여 단체경기를 하는 것을 꺼려 중단시켜 버렸다고 합니다. 그 뒤로 마을별로 소규모로 줄다리기를 하는 마을이 있지만 나주사람 전체가 줄다리기에 매달리는 전통은 맥이 끊기고 말았는데요,

지난해 10월 영산강문화축제에서 이 대동줄다리기가 재연이 됐고, 또 오는 9일 영산강 둔치 체육공원에서 열린다고 하니까 그 위세가 얼만한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Ann> 그런데 대보름 행사로 가장 볼만한 구경거리는 아무래도 불놀이가 아닐까 싶어요? 불깡통 돌리기도 그렇고, 쥐불놓기, 달집태우기 같은 행사도 열리죠?


김> 예나 지금이나 불장난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놀입니다만, 정월대보름만큼은 예욉니다. 쥐불놀이나 불깡통돌리기 놀이, 요즘 아이들이 그 재미를 알까 모르겠습니다만 딱 이 말이 어울릴 것 같네요. “안 해 봤으면 말을 말라고요”


달집태우기 행사를 제대로 보시려면, 함평군 월야면을 한번 찾아가 보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월야’하면 말 그대로 ‘달밤’ 아닙니까? 월야면 달집태우기 행사는 면 단위에서 개최되는 행사로 지역내 청년회와 부녀회, 노인회 등 모든 사회단체들이 직접 기획해서 추진하고 있는 행삽니다.


면 단위 행사이기는 하지만 주변 광주와 장성, 나주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작년 같은 경우는 거의 천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월야면 달집태우기 행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다른지역에서 하는 보통 달집태우기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해서 엄청난 크기의 달집이 만들어 진다고 합니다.

월야면에 있는 짚더미를 다 모와 놨는지 만약 그 정도의 달집에 불이 붙으면 월야면 전체는 물론 광주 쪽에서도 그 불빛이 보일 것 같았다고 하는데요, 작년에 한 방송사에서는 아예 보름 특집 생방송을 하기 위해서 방송국 하나를 옮겨오다시피 했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사실 월야면 달집태우기 행사는 풍년 기원과 함께 봄에 열리는 ‘함평나비곤충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염원하고 또 미리 홍보를 하기 위한 전략이 숨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Ann> 제가 알기로는 순천에서도 이 달집태우기 행사가 유명하다고 하던데요?


김> 그렇습니다. 봄엔 복숭아 축제, 겨울엔 달집태우기 축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순천시 월등면 송천리 송산마을인데요, 이 마을 사람들은 소나무가 많아서 송산이라 했다 하는데  송산마을은 또한 달집태우기로 우리나라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마을입니다.


예전에는 월등면 일대의 모든 마을에서 달집태우기를 했는데 산 위쪽에 위치한 마을에서부터 아랫마을로 점점 달집을 태워갈 때 바라보면 그렇게 장관일 수 없었다고 하는데, 하지만 지금은 송산마을을 중심으로 몇 마을만이 달집을 태운다고 합니다.


송산마을 달집태우기는 1987년 제16회 남도문화제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1988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습니다.

1990년에는 ‘송산달집태우기놀이보존회’가 설립되어 매년 달집을 태우면서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외부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마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달집태우기는 한 해도 거르지 않다가 6·25전쟁  이후 한동안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러다가 30여 년 전에 해가 넘어갈 무렵이면 사람 우는 소리가 들리고 ‘인(사람)불’이라는 불덩이가 둥둥 떠다니는 등 불길한 일들이 마을에서 끊이지 않자 다시 당산제를 모시고 달집태우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원래의 달집자리는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궁둥바우터였지만 지금은 마을 앞 논으로 바뀌었는데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24호로 지정된 달집태우기를 전승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 마을 노인회장이신 박준구 할아버지가 달집태우기 할 때 ‘거사’ 역할을 하는데요, 이분이 부르는 달집태우기 소리가 또 일품입니다.


“하늘에는 별도 총총, 대밭에는 댓잎도 총총, 냇물에는 자갈도 총총, 녹두장군 눈도 총총, 어얼싸 덜이덜롱, 물떠묵고 나오너라, 달아달아 밝은 달아, 풍년이 온다 풍년이 온다, 금수강산에 풍년이 온다...”


Ann> 이렇게 뜻깊고 멋진 대보름 행사가 농촌지역에서만 펼쳐진다니까 도시에 사는 사람으로서 참 아쉽고,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 실망하지 마십시오. 광주에서는 정월대보름 행사가 열립니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에서는 8일에 풍물놀이와 닭잡기놀이, 가훈 써주기 전통악기 체험행사 등을 열 예정입니다.

또 광주시 남구 칠석동에서도 '제27회 칠석고싸움놀이축제'가 열리는데요, 8일과 9일 이틀동안 칠석동 고싸움놀이전수관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칠석동에서 천년 동안 이어져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국가지정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된 국보급 행삽니다.


첫날인 8일에는 전야제 행사로 민속놀이, 고샅 고싸움놀이, 가랫불넘기, 달집태우기, 난타 공연, 당산제, 마을굿 등이 펼쳐지고 9일에는 대동농악놀이, 강강술래, 진도예술단초청공연, 고싸움놀이, 큰 줄다리기 등이 열립니다.

또 연날리기 체험, 전통민속놀이 경연대회, 고싸움놀이 사진전, 전통 의상 전시, 대보름 음식 체험, 쥐불놀이, 외줄 그네타기 같은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릴 예정입니다.


이렇게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설레는 분들이 많은데 날씨만 도와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http://gwangju.kbs.co.kr/radio/radio_04_03.html(방송 다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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