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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퍼온글)아름다운 일자리?

by 호호^.^아줌마 2009. 2. 15.

요즘은 하도 경기가 어렵다는 말이 온갖 곳에서 나오고 있어 오히려 너무나 당연히 우리가 감내해야 현실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소득수준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것은 아닌가)

 왜 경제가 어려워졌는지
(몇 년 동안 한국경제 전체 지표는 성장했지만,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소비할수 있는 돈이 없어진 국민들이 늘어나서 생긴 문제는 아닌지, 그렇다면 몇년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한 그 돈은 과연 어디로 갔는지) 등등의 무수한 문제는 뒤로한 채 그저 어렵기 때문에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견디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원인을 잘못 따지면, 내지는 원인을 따지지 않으면 잘못된 해법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10년전 IMF와 비교되는 이 위기가 악몽같던 10년전의 피비릿내나는 해고와 임금은 줄어들면서 노동강도는 강화되는, 대다수 국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던 그때로 돌아가던 것은 아닌지 심각한 걱정이 드는 것이다.

 짧은 능력에 경제에 대한 걱정은 이만 줄이고...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 그 중에서 여성과 관련된 부분은 나의 걱정을 더욱 커지게 만들고 있다. 그러던 중 읽은 '여성주의 저널- 일다' 의 기사는 이런 혐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내용인즉, 한국주택공사가 임대주택의 주부들에게 한달에 60만을 주는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는 일은 임대주택에 있는 중환자·노인·장애인·소년소녀가장을 하루 6시간 월 20일을 돌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윈윈정책인 듯 보인다.
임대주택에 사는 여성들은 수입이 생기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도움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 정책이 뭔지 소화가 안되는 기분이다.

 일다에서 지적하듯이 임대주택에 사는 기초수급자라면 60만원의 임금을 받는 동안 국가에서 받는 지원 중 그만큼의 금액을 공제하게 된다. 과연 이런 사실을 알고 이런 정책을 만들었는지 궁금증이 나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이번 정책은 주택공사가 돈을 들여서 하는 것이라는데, 그러면 주택공사는 정부가 기초수급 가정에 주던 지원을 대신하기 위해 이런 정책을 만들었다는 것인가. 그러면 그동안 정부가 주던 그 비용은 과연 어디로 갈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60만원이라는 금액이다.
2009년 최저임금은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836,000원(월급)이다. 물론 이번에 만들어진 일자리는 주 40시간이 되지 않는 일자리이다. 하루에 두시간씩 모자란다. 궁금한 건 왜 하필 주 6시간이라는 기준을 세웠는가 하는 것이다. 굳이 6시간을 내세운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이것은 단지 돈을 적게 주기위해, 제대로 된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일은 하되 일하는 것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이것은 여성의 노동이 역사적으로 내내 겪어왔던 일이며 (임노동이던, 가사노동이던 둘다) 이제 다시 같은 생각이 이번 사업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형태라면 이번 일자리 사업은 봉사로 포장될 것이다. 일은 하되 일이 아닌 것, 그래서 적은 금액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자원활동가를 모집할 일이지, 왜 일자리 사업이라고 이름을 붙이는가. (자원활동가라고 모두 무급으로 일해야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만든다고 생색은 생색대로 내고, 하는 일은 제대로 인정하지도 않는 애매모호한 사업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사업은 윈윈이 아니라 정부만 혼자 좋은 사업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업을 위해 주택공사에 다니는 직원들이 본인의 복리후생비를 내놓은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서 하나 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혜택을 받는 중환자·노인·장애인·소년소녀가장에게는 좋은 사업이 아니냐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이 또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왜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문제를 누군가의 봉사에 의존하냐는 것이다. 국민 누구나 그의 상황과 관계없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이를 국가는 보장해야 한다. 이것을 우리는 복지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이번 사업은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은 적은 돈을 들여서 봉사라는 이름으로 덮어서 해결하고자 하는 위험한 시도인 것이다.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찾아주는 국가의 역할을 포기하고, 이를 주택공사 직원들의 복리후생비와 저소득층 여성들의 값싸게 취급된 노동으로 처리하는 이 일에 붙은 ‘아름다운 일자리’라는 수식이 민망할 뿐이다.

 _______________

주택공사 ‘아름다운 일자리’ 유감
임대아파트 거주 주부들에 일자리 제공키로
 
[여성주의 저널 일다] 김효진
주공 임대아파트에 사는 65세 이하 미취업 주부 1천명에게 일자리가 생길 모양이다. 6개월간 하루 6시간씩 월 20일을 일하고, 한 달에 60만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채용된 주부들은 주공이 관리하는 영구임대주택에 사는 중환자·노인·장애인·소년소녀가장을 돌보게 된다고 한다. 청소·세탁·밥짓기를 돕고 함께 병원·약국에 가거나 노인의 말벗이 되어 주며, 소년·소녀 가장의 방과 후 지도 역할도 하게 된다. 주부사원 1천명이 6개월간 돌보는 사람이 무려 2만여 명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값싸게 동원되는 여성들

 
▲ 대한주택공사 홈페이지에 팝업으로 공지된 사업안내문
언뜻 보면 그동안 이어져 왔던 사회적 일자리와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 이 일자리가 주목을 받고 있는 덴 다른 이유가 있다. 4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다름 아닌 대한주택공사 측에서 조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주공은 사원들의 복리후생비, 즉 건강관리·체육행사·의복비 등 각종 복지 비용을 줄여 그 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공 직원의 복지기금은 지난해 350억 원에서 올해 120억 원으로 3분의 1수준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서 선뜻 40억 원을 떼어 좋은 일에 나선 것이다. 나는 주공의 엄청난 복리후생비 규모에 먼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이 글의 논지와는 거리가 있으므로 논외로 하겠다. 그보다는 1천명에게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제공한다는 일자리가 과연 주공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부들을 고려한 처사인지 묻고 싶다.
 
주공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인 주부에게 기회를 주겠다고는 하지만, 한달 60만원(4대 보험료 포함) 받고 6개월 동안 일하면 소득이 생기므로, 소득이 생긴 만큼 매달 받는 수급비에서 공제가 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일한 만큼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데도 기꺼이 일을 하겠다고 나설 사람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만일 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들 중 지원자가 없을 경우, 그들은 또다시 일할 의욕이 없는 기생적인 집단으로 매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차 모집을 마치고 자리가 남을 경우, 2차로는 주공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일반 주부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겠다고 한다.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여성들을 위한답시고 값싼 노동시장으로 내모는 처사 역시 나는 못마땅하다.
 
2만여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성과를 내기 위해 주부들을 값싸게 동원하며 이런 식으로 임시방편적인 처방을 내릴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가 진정 필요하
다는 생각이다.
 
전문성 없는 임시방편적 서비스에 감지덕지해야 하나?
 
한편 취업이 된 주부사원들이 돌보게 될 중환자·노인·장애인·소년소녀가장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는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다. 중환자·노인·장애인·소년소녀가장을 돌보려면 각각의 대상 별로 최소한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사전교육도 없이 파견했을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중환자·노인·장애인·소년소녀가장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도 못하면서 하루 3만원의 일당을 받아야 하는 주부사원들의 대상이 되기 쉬울 것이다. 시간당 5천원을 받고 6개월이라는 단기간 동안 일해야 하는 주부사원들에게 직업의식과 헌신성을 요구하기는 무리다.
 
게다가 이번의 결코 아름답지 못한 일자리로 일해 노인·장애인들은 또다시 불쌍하고 비참한 존재로만 집중조명을 받아야 했다. 주공 측에서 이 사업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영구임대아파트에는 몸을 제대로 못 가눠 시장에 가는 것은 물론 옷·이불조차 제대로 빨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상당수 있고, 어떤 노부부가 사는 아파트의 수도계량기가 전혀 올라가지 않아 걱정이 되어 찾아가 봤더니 수도요금을 아끼기 위해 인근 상가화장실을 이용하고 물은 페트병으로 떠다 먹더라는 사연을 언론에 전했다.
 
영구임대아파트에 처지가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이 살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겨우 6개월 동안 저렴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이 정도까지 비참하게 부각되어야만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중환자·노인·장애인·소년소녀가장은 왜 늘 저렴하고 임시방편적인 서비스만 받아야 하는가. 저렴하고 임시방편적인 서비스 이상은 사치라고 여기기 때문일까. 결국 관심의 초점은 중환자·노인·장애인·소년소녀가장에게 어떠한 서비스가 필요한지에 있기보다,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었다는 생색내기에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SBS-TV의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말미에서 주택공사 노사가 협의한 위의 내용을 두고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모른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줘 이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게 한다는 취지를 두고 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노사가 협의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희생하고 이루어낸 일이니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하지만 경제가 끝도 모르게 추락하고 있는 이때, 공기업 복리후생비를 줄여 만들어 낸 예산으로 얼마나 서민생활에 보탬이 될지 의문이다. 그토록 아름다운 일자리는 정부가 앞장서서 긴 안목을 가지고 만들어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