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하도 경기가 어렵다는 말이 온갖 곳에서 나오고 있어 오히려 너무나 당연히 우리가 감내해야 현실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소득수준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것은 아닌가)
왜 경제가 어려워졌는지
(몇 년 동안 한국경제 전체 지표는 성장했지만,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소비할수 있는 돈이 없어진 국민들이 늘어나서 생긴 문제는 아닌지, 그렇다면 몇년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한 그 돈은 과연 어디로 갔는지) 등등의 무수한 문제는 뒤로한 채 그저 어렵기 때문에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견디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원인을 잘못 따지면, 내지는 원인을 따지지 않으면 잘못된 해법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10년전 IMF와 비교되는 이 위기가 악몽같던 10년전의 피비릿내나는 해고와 임금은 줄어들면서 노동강도는 강화되는, 대다수 국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던 그때로 돌아가던 것은 아닌지 심각한 걱정이 드는 것이다.
짧은 능력에 경제에 대한 걱정은 이만 줄이고...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 그 중에서 여성과 관련된 부분은 나의 걱정을 더욱 커지게 만들고 있다. 그러던 중 읽은 '여성주의 저널- 일다' 의 기사는 이런 혐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내용인즉, 한국주택공사가 임대주택의 주부들에게 한달에 60만을 주는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는 일은 임대주택에 있는 중환자·노인·장애인·소년소녀가장을 하루 6시간 월 20일을 돌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윈윈정책인 듯 보인다.
임대주택에 사는 여성들은 수입이 생기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도움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 정책이 뭔지 소화가 안되는 기분이다.
일다에서 지적하듯이 임대주택에 사는 기초수급자라면 60만원의 임금을 받는 동안 국가에서 받는 지원 중 그만큼의 금액을 공제하게 된다. 과연 이런 사실을 알고 이런 정책을 만들었는지 궁금증이 나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이번 정책은 주택공사가 돈을 들여서 하는 것이라는데, 그러면 주택공사는 정부가 기초수급 가정에 주던 지원을 대신하기 위해 이런 정책을 만들었다는 것인가. 그러면 그동안 정부가 주던 그 비용은 과연 어디로 갈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60만원이라는 금액이다.
2009년 최저임금은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836,000원(월급)이다. 물론 이번에 만들어진 일자리는 주 40시간이 되지 않는 일자리이다. 하루에 두시간씩 모자란다. 궁금한 건 왜 하필 주 6시간이라는 기준을 세웠는가 하는 것이다. 굳이 6시간을 내세운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이것은 단지 돈을 적게 주기위해, 제대로 된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일은 하되 일하는 것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이것은 여성의 노동이 역사적으로 내내 겪어왔던 일이며 (임노동이던, 가사노동이던 둘다) 이제 다시 같은 생각이 이번 사업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형태라면 이번 일자리 사업은 봉사로 포장될 것이다. 일은 하되 일이 아닌 것, 그래서 적은 금액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자원활동가를 모집할 일이지, 왜 일자리 사업이라고 이름을 붙이는가. (자원활동가라고 모두 무급으로 일해야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만든다고 생색은 생색대로 내고, 하는 일은 제대로 인정하지도 않는 애매모호한 사업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사업은 윈윈이 아니라 정부만 혼자 좋은 사업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업을 위해 주택공사에 다니는 직원들이 본인의 복리후생비를 내놓은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서 하나 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혜택을 받는 중환자·노인·장애인·소년소녀가장에게는 좋은 사업이 아니냐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이 또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왜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문제를 누군가의 봉사에 의존하냐는 것이다. 국민 누구나 그의 상황과 관계없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이를 국가는 보장해야 한다. 이것을 우리는 복지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이번 사업은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은 적은 돈을 들여서 봉사라는 이름으로 덮어서 해결하고자 하는 위험한 시도인 것이다.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찾아주는 국가의 역할을 포기하고, 이를 주택공사 직원들의 복리후생비와 저소득층 여성들의 값싸게 취급된 노동으로 처리하는 이 일에 붙은 ‘아름다운 일자리’라는 수식이 민망할 뿐이다.
_______________
'우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장이 결코 끝은 아니군요 (0) | 2009.03.05 |
---|---|
박석무...정조 친필 어찰(御札)에 대하여 (0) | 2009.02.16 |
박석무의 다산이야기 (0) | 2009.02.11 |
♣말(言) 뒤에 숨어있는 진실♣ (0) | 2009.02.05 |
블로거도 기자입니다...김민환 교수 (0) | 2009.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