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뇌사국회로 만들어버린 것은 다름 아닌 언론관련법 22개. 이 중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신문법과 방송법에 관한 조항이다.
▶ 신문법
쉽게 말해 신문법은 신문과 방송, 뉴스통신의 상호겸영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신문은 방송사를, 방송사는 신문을 복수경영할 수 있게 된다.
한나라당은 다매체 다채널이라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는 신문방송 겸영, 대기업에 대한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또 신문방송 겸영으로 지상파에 대응하는 종합편성채널이나 보도채널이 나온다면 여론 다양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자본 유입을 통한 안정적 재원 확보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신문방송의 겸영이 여론의 다양성을 훼손시키고 일부 언론사의 여론 독점을 낳으며 재벌의 영리 추구로 방송의 공익성 유지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일부 메이저신문사들이 신문시장 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 상황에서 방송을 겸영하면 여론 독점이 불가피해진다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신문법이 통과되면 1위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이거나, 3개 사업자의 점유율 합계가 60% 이상일 때 이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 규제를 가하는 조항을 삭제, 메이저신문의 영향력이 더욱 증대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 방송법
방송법은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 진출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방송법 개정안에서는 현행법상 금지된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 지분 참여가 20%까지 허용되며, 종합편성 채널과 보도전문 채널의 지분은 각각 30%와 49%까지 소유가 가능해진다.
여당과 보수언론들은 채널 독과점이 심한 현행 방송체제가 오히려 정권에 장악당하기 쉬워 신문이나 대기업에 방송을 허용하면 새 채널이 생겨 전파 독과점이 완화되고, 무엇보다 규제가 풀려 신규투자가 일어나면 신문 방송 뉴미디어 광고 등 미디어산업이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또 이는 세계적 추세이며 외국 자본의 유입에 따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국내 자본의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야당은 재벌과 메이저신문이 지상파 방송을 소유하도록 터주는 법안으로 비판하고 있다. 또 방송의 자본 종속화에 따른 여론 왜곡과 일부 보수신문과 재벌에 의한 여론 독과점 심화 등을 우려하며 반대해 오고 있다.
또 일부 언론들은 방송규제완화로 인해 2만개 일자리 창출과 2조 9000억원의 연관 산업 생산 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예측에 대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이는 면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그 분석이 가지는 의미는 제한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산정책처는 규제완화를 통한 방송시장 성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기업이, 얼마나 신규투자를 할 것인지를 예측해 그 투자가 얼마나 많은 시장 창출로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결론
신문법, 방송법 모두 다 나름의 이유와 논리가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자면 여당의 논리는 취약하다. 신문법의 경우 현재 메이저신문사(조중동의 경우일 것이다)들의 시장점유율이 70% 이상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방송사를 겸영할 수 있게 되어 여론의 독과점은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
방송법도 마찬가지다. 방송에 대한 규제완화가 세계적 추세이며 전파의 독점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 일부 메이저신문과 재벌이 방송을 장악하게 되면 자본 종속화에 따른 여론 왜곡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야당의 주장이 더 와 닿는다.
대통령과 여당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일자리 창출에 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정부는 2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오늘(2월 27일자) 동아일보도 규제가 풀려 신규투자가 일어나면 신문 방송 뉴미디어 광고 등 미디어산업이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또 많은 젊은이가 미디어분야 일자리를 원하지만 신규 채용이 적어 꿈을 접고 있는 현실을 잘 알면서도 MBC 등은 자신들의 기득권만 지키려고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서는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면 방송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만 제시했을 뿐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런 접근방식은 방송시장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작은 것은 오직 ‘방송 관련 정부 규제 때문’이라는 것이어서 설명력이 부족하다는 게 보고서의 내용이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구체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미디어법은 사회적 충돌이 큰 사안인 데다가 법 개정을 시도하는 여당의 논리가 설득력이 부족해 국민의 동의를 얻기엔 한계가 커 보인다. 경향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민의 60.6%는 여권의 미디어 관련법 추진 배경을 ‘방송장악’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반대는 60%를 넘는다.
여당은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목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머리와 가슴을 열어야 할 것이다.
여당은 ‘대통령 형님’의 명령대로 밀어붙이기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 무리하게 법 개정을 추진했을 때 후과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책임의식을 충분히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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