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현재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에 있을까? 과거보다 발전한 모습일까? 아니면 퇴보했을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 할 때 우리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엇갈린 평가결과를 접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우선 상반된 결과를 보자.
더욱이 한국은 “결함 있는 민주주의”에서 “완전한 민주주의”로 이전한 몇 안 되는 사례 중의 하나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 국민은 전 세계 인구 중 14%만이 누리는 “완전한 민주주의”국가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의 세계 경제 위기와 장기간 침체로 세계 일부 지역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고 전체적으로 민주주의의 확산이 정체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이와 같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은 경이로운 것이라 할 수 있다.
EIU의 민주주의 지수는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시민적 자유, 정부 기능, 정치 참여, 정치 문화와 같은 다섯 가지 범주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각각의 평가 결과, 모든 국가는 다음의 네 가지 정치 체제 중 하나로 분류 된다. 그것은 완전한 민주주의; 결함 있는 민주주의; 혼합체제; 권위주의 체제이다. 전 세계 국가의 절반 정도가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되나,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의 수는 30개국에 불과하다. '결함 있는 민주주의"국가는 50개, "권위주의 체제"는 51개국 그리고 "혼합 체제는 36개국이다.
사실 EIU 조사는 설문 조사와 참여와 투표율 등을 고려하여 주관적 평가와 객관적 평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한쪽만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평가가 이뤄지는 경우 완벽한 평가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평가 대상 지역과 관련해서도 EIU의 지수는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두 곳의 자치 지역과 전 세계 165개 독립 국가의 민주주의 현황을 제공한다. 이는 세계의 거의 모든 인구를 포함하는 것으로 전 세계 192개 독립 국가 중 27개의 극소 국가만을 제외하는 것으로 세계적 차원의 민주주의 평가라 할만하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민들은 전 세계 14%의 인구만이 즐기고 있다는 최상 등급의 민주주의에 대해 만족하고 있을까? 우선 답부터 먼저 하면 전혀 아니다. 경향신문의 지난 연말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전반적으로 후퇴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응답자의 63.2% (매우 후퇴 21.0%, 다소 후퇴 42.2%)가 지난 1년간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답했다. 민주주의가 진전됐다는 답변은 29.3% (매우 진전 3.3%, 어느 정도 진전 26.0%)에 불과했다. ‘후퇴’라고 응답한 사람들을 보면 세대별로는 30대가 76.0%로 가장 많았고, 지역별로는 호남(70.7%)과 서울(70.2%)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리고 ‘화이트 칼라’ 계층에서 ‘후퇴했다’는 답변이 69.2%로 가장 많았으며 같은 맥락에서 학력이 높을수록(‘대학 재학 이상’) ‘후퇴했다’는 답변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65.1%).
분야별로 보면 국민들은 ‘사회적 평등’에서 민주주의가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이 후퇴한 것으로 평가했다. 물론 지난 1년간 언론 자유, 인권, 사회적 평등, 시민 권리 등에서도 한국 민주주의는 후퇴했다는 답변이 진전됐다는 것보다 많았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언론 자유에 대해서는 ‘후퇴되었다’가 50.0% (매우 후퇴 16.3%, 다소 후퇴 33.7%)로 ‘진전되었다’ 43.4% (매우 진전 7.5%, 약간 진전 35.9%)보다 6.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인권 민주화에 대해서는 후퇴가 48.8% (매우 후퇴 13.2%, 다소 후퇴 35.6%), 진전이 41.4% (매우 진전 6.9%, 약간 진전 34.5%)로 나타났다. 사회적 평등은 후퇴 의견이 60.0% (매우 후퇴 20.4%, 다소 후퇴 39.6%), 진전 의견이 33.0% (매우 진전 4.6%, 약간 진전 28.4%)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정적 평가는 다양한 조사에서 실증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길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한나라당의 여당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절반이 훨씬 넘는 65.1%가 '잘못 한다'고 평가했고, 민주당의 야당 역할에 대해서도 71.3%가 '잘못 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 지지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동서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여러 정당들 중에서 지지하는 정당'은 한나라당 36.0%, 민주당 14.4%, 민주노동당 4.6%, 자유선진당 3.5% 등이었고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無黨派)가 32.8%에 달했다.
최근 정당 지지도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한나라당이 정당 지지도에서는 선두를 유지하지만 한 때 50% 내외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20% 포인트 전후 하락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2년 6개월 이상 10% 대에서 맴돌고 있으며, 자유선진당도 이회창 총재가 1년 전 대선에서 기록한 15% 득표율에 비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민주노동당은 2007년 초반부터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고착된 이후 최근엔 5%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한마디로 여당과 야당 중에서 어느 한쪽의 지지율이 빠지면 다른 쪽이 올라가야 하는데 무당파가 증가하면서 모두 침체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국민에게 희망의 대안으로 자리 잡아야 할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니 당연한 결과다. 한나라당은 몸집은 큰데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내부 갈등만 깊어지는 초식 공룡화(化)현상을 겪고 있다. 민주당도 비전·정책·정체성의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처에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폭력적 정쟁에 이제 국민들은 마지막 남은 기대마저 접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정당의 회복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정착을 위해 무엇보다 정당이 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민주주의 만족도는 상승할 것이며, 이때야 비로소 한국민은 전 세계 14%만이 누리는 최상급의 “완전한 민주주의”속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정당 회복과 정상화를 위한 정당 개혁 방향과 대한에 대한 모색이 시급하다. |
'우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3학생독립운동과 의향(義鄕) 나주 (0) | 2009.03.16 |
---|---|
김현임 여성칼럼 - 축제 한마당 (0) | 2009.03.16 |
여성칼럼…100이라는 숫자 (0) | 2009.03.09 |
강화된 언론관계법 ‘걸면 다 걸린다’ (0) | 2009.03.09 |
큰 쥐 이야기 (0) | 2009.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