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기획…영산강에 문화가 흐르게 하자
문화가 흐르는 영산강 살리기 ‘내실있게’
전남대 나경수 교수 “영산강유역을 문화콘텐츠 발원지로”
목포대 최성락 교수 “개발 앞서 문화재 학술조사 철저히”
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영산강 유역의 전통·문화·역사자원에 대한 철저한 학술조사와 문화콘텐츠 활용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8일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살리기-영산강 지역세미나’에서 전남대 국어교육과 나경수 교수는 “영산강 유역이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자원을 잘 활용하면 전남은 문화혁명시대 문화콘텐츠 발원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나 교수는 “사람이 집단적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무덤의 새 형태는 생기지 않는데 영산강유역의 다양한 종류의 무덤은 영산강이 ‘인터내셔널 존(International zone)’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강조하면서 “전설을 통해 로렐라이 언덕이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가 된 것처럼 영산강유역 곳곳에 전해지는 전설을 통해서도 영산강은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나 교수는 △장보고와 이순신 해양영웅 스토리 △위대한 귀
* 전남대 국어교육과 나경수 교수
명창 △대형 오케스트라를 압도하는 사물놀이패 등을 이미 호남에서 성공한 문화콘텐츠 사례로 꼽으며 “고싸움은 군대의 훈련콘텐츠로, 강강술래는 건강·다이어트를 위한 복지콘텐츠로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영산강 문화재, 철저한 학술조사 후 문화관광자원으로 개발해야
이에 앞서 목포대 역사문화학부 최성락 교수는 ‘영산강유역 고대문화권 특성과 문화재 활용 방안’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영산강 살리기 사업과 더불어 주변 문화재에 대한 철저한 사전 학술조사와 연구가 이뤄진 후에 문화관광자원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나주는 구석기 유적의 최대 밀집지역인데다 일본 야요이문화의 주류인 송국리형 문화유형이 존재하는 곳”이라며 “하지만 유적에 대한 학술조사가 부족하고 계획이 중복되는 등 개발계획이 전반적으로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 교수는 “다시면 복암리 고분군은 전시관의 기능을 재검토해 나주지역의 고대문화를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반남면 역사공 * 목포대 역사문화학부 최성락 교수
원은 국립박물관 건축과 연계될 수
있도록 사업의 전면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또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분포현황 파악과 지정문화재 확대, 관련법 개선 등에 필요한 관리체계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며 “지역 주민들도 문화재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 문화재 관리 개념은 문화유산의 단순한 보존 차원을 넘어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경영의 차원으로 변화돼야 한다”면서 “함안 박물관과 김해 대성동 고분박물관, 일본의 요시노가리 유적과 전시관, 중국 산동성의 적산법화원 일원 등은 유적이 성공적으로 관광자원화에 성공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녹색교통, 강변탐방로 개설 등
영산강이 세계 해양실크로드의 축으로 거듭나는 계기돼야…”
◆문화 향유자·수용자 고려한 전략적 접근 필요
이어진 2부 종합토론 순서에서는 어떻게 하면 문화가 흐르는 영산강을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이무용 교수는 “문화가 흐르는 강은 곧 사람이 흐르는 강”이라며 “이 문화를 향유하게 될 사람은 누구인지, 누구를 타깃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 고객과 수용자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남도예술과 고싸움, 강강술래 등 민속문화를 강과 접목해 창조적 문화산업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리버노믹스(River-nomics)’ △생태·환경적 관점에서 강을 사고하는 ‘리버 마인드(River mind)’ △강을 정신과 소울을 가진 실체로 보고 철학·복지·교육적 관점에서 강의 효용을 고민하는 ‘리버 필(River feel)’ △사람들이 즐기고 관광할 수 있는 ‘리버테인먼트(River-tainment)’ 등을 ‘문화가 흐르는 강’ 사업의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특히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문화’ 사업으로 갈 것인가를 판별하는 기준은 ‘로드(길) 프로젝트’에 달려 있다”면서 “국토순례 하는 여행객들이 자동차 사고의 위험을 안고 다녀야 하는 길이 또 만들어진다면 만들어지지 않는 것만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길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문화가 흐르는 사업이 되긴 힘들다”면서 “에코로드, 아트로드 등 사람이 걸을 수 있는, 문화적 향기와 냄새가 나는 길 프로젝트의 성공이 초기 사업의 관건”이라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영산강에서 영감을 얻어 예술을 하고 있는 남도예술가들이 현대에도 많이 있는데 이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와 전남의 여러 지자체, 연구자, 기획자, 개발자, 향유자들이 영산강을 매개로 각각 어떻게 역할분담을 해 파트너십을 이룰 것인지도 미리 고민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나루터문화·정자문화·풍류문화 등 무형문화도 사업 로드맵에 포함돼야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김성범 소장은 “이번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역사 복원과 유적 발굴의 호기이며 이는 곧 문화관광자원 확보와 직결된다”면서 “최근 영산강 상-하류지역에 대한 유적조사에 따르면 약 61개 지점에 유적이 분포돼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영산강 준설에 앞서 유적들을 발굴, 역사적 사실과 함께 그 기원을 밝힌 후 문화관광자원으로 포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동신대 문화건축학부 이상준 교수는 “영산강 주변지역의 공동화 현상은 최근 100여 년 동안 지속돼 왔다”면서 “이번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녹색교통, 강변 탐방로 개설 등을 통해 영산강이 세계 해양실크로드의 축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청석 질의시간에 김미정 씨는 “영산강유역 문화에 대한 논의는 고대, 근대, 현대 3단계로 연결돼야 한다”면서 “특히 나주의 경우 오늘 세미나 논의가 고분 위주의 고대 문화재 중심으로 진행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나루터 문화, 정자문화, 풍류문화, 주막문화 등 보이지 않는 고대의 무형문화도 사업 로드맵에 포함돼야 하고 영산포 등대, 영산포 홍어의 거리, 근대 가옥 등 노스탤지아를 부를 수 있는 근대문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의 작곡가인 안성현 씨 등 인적 문화인프라도 다뤄지길 기대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유역의 단절된 역사와 문화를 되살리고 재창조하다는 계획에 따라, 18일 영산강 세미나를 시작으로 이튿날인 19일에는 낙동강, 25일 금강, 26일 한강 세미나를 통해 전문가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살리기’의 바람직한 추진방향을 모색해나갈 방침이다. 김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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