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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감나무 한그루만 주쇼"

by 호호^.^아줌마 2009. 3. 25.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5일, 10일에 열리는 영산포 풍물시장.

암탉, 중닭, 병아리, 강아지, 토끼를 놓고 파는 아주머니가

동네 사람을 만났는지 수다가 계속된다.

 

빵떡모자를 눌러쓴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가다 나무전 앞에 멈춘다.

"아줌마, 감나무 한 그루만 주쇼!"

"아부지, 엇다 심게라우?"

"집 마당에 빈터가 있응께 심을라고...얼마라우?"

"싸. 삼천원..."

"뭣이? 비싸구만. 이천원만 허지..."

"아니랑께 아부지는...물가가 다 오른디 나무라고 안오를랍디여?"

"알았어. 그믄 그냥 하나줘"

 

"나무 웃대가리는 짤라불고 심으쇼잉~"

"그 정도는 나도 알어. 것두 모름서 나무사러 오겄어?

"언능 키울라고 안 자르고 심으믄 안 된당께?"

"알았응께.언능 줘"

.

.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가 유럽에 있었다면

나주에는 여든 두살의 연세에도 감나무를 심기 위해 나무시장을 찾은 임영택 할아버지가 계신다.

그 감나무가 꽃 피우는 것을 볼 수 있을 지...

나무 파는 아줌마 말마따나 '꿀감'이 열릴 지...

기약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는 오늘 감나무를 심으신단다.

 

 

시장에 가면 사람들의 사투리가 있어서 좋다.

전라도 사투리...

 

촌스러운 사투리 쓰지 말자며

친구들과 표준말 쓰기 운동을 벌였던 초등학교 5학년 시절,

 

하지만 우리는 그때 그 사투리를 지금도 쓰고 있다.

 

"뭣허냐?"

"일하제. 느그 애들은 잘크고?"

"글제.그나저나 언제 한번 보끄나?"

"한번 온나. 쑥부꾸미나 지져묵게..."

"글자."

지금은 우리의 이런 사투리 대화가 저 천리향꽃 보다 더 향기로움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