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7일 남도투데이
-느티나무 아래서-
이야기가 있는 남도
박Ann>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할아버지, 할머니께 옛날 얘기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들어도 들어도 싫증나지 않았던 게 바로 우리 주변에서 있었던 얘기들이었거든요.
임Ann> 저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직접 얘기를 듣고 자란 세대는 아니지만, ‘전설의 고향’ 즐겨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들이 사실은 우리 남도 곳곳에 숨겨진 얘기들이기도 해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이야기가 있는 남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남도문화관광해설가, 나주뉴스 김양순 편집국장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Ann>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남도에는 오랜 전통만큼이나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은 것 같아요?
김> 그렇습니다. 지난주에 나주에서 ‘문화가 흐르는 영산강 살리기’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는데요, 민속학자인 전남대 나경수 교수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독일 라인강이 세계적인 명소가 된 것은 물론 그 나름의 풍광이 아름답기도 하겠지만 로렐라이언덕이 있기 때문”이라고요. 이 매혹적인 바위를 맨 처음 소재로 다룬 사람은 그 지방의 한 작가가 설화로 전해들은 얘기를 시로 발표하면서 유명하게 됐다는 것인데요, 우리 남도에도 이런 자원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입니다.
나 교수가 대표적으로 꼽은 게 장보고 같은 해양영웅을 남도문화로 되살렸다는 부분이었습니다.
Ann> 그러니까요. 완도는 원래 관광지로 유명했지만, 이 드라마 한편으로 국민적인 영웅을 배출한 역사도시가 됐어요?
김> 맞습니다. 지난 2005년도에 막을 내린 KBS 드라마 ‘해신’은 완도를 일약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끌어올리는 데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동안 교과서에 단 몇 줄 언급하고 넘어갔던 장보고를 소설가 최인호 씨가 ‘해신’으로 부활시켰고, 드라마에서는 청해 포구의 섬 소년이 수많은 고난과 위기를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세계를 경영해나가는 한민족 최초, 최고의 세계인으로 성장 발전해가는 모습을 그려냈죠.
그러다보니까 지금도 장보고의 비전과 인간주의, 세계경영의 지도력을 배워나가야 한다는 운동이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고, 드라마는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Ann> 역사적인 사실은 아니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 전설이 있기에 남도문화가 더 감칠맛이 나지 않습니까?
김> 그렇습니다. 작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 라는 시인인데요, 이 시인이 우리나라의 한 사찰을 방문하고 지은 시가 있습니다.
‘운주사, 가을비’라는 시인데요, 잠깐 내용을 읊어드리면 이렇습니다.
‘흩날리는 부드러운 가을비 속에 / 꿈꾸는 눈 하늘을 관조하는 와불
구전에 따르면, 애초에 세 분이었으나 한 분 시위불이 홀연 절벽 쪽으로 일어나 가셨다
아직도 등을 땅에 대고 누운 두 분 부처는 일어날 날을 기다리신다
그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거란다...’
이런 내용인데, 아마 불어로 읽어드렸으면 더 시적인 맛이 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렇듯 세계적인 시인의 눈에 비친 화순 운주사는 현재 그 모습 그대로도 관심을 끌만 하지만 그 절이 갖고 있는 설화가 특히 흥미를 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Ann> 어떤 내용의 설화인지 간단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 대표적인 전설 중 하나가 신라 말 도선(道詵)선사가 우리나라 지형을 떠가는 배로 보고 태백산, 금강산은 그 뱃머리이고 월출산과 한라산은 그 배꼬리이며, 부안 변산은 그 키, 그리고 영남 지리산은 그 삿대이며, 화순 능주의 운주는 그 뱃구레(船腹)인데,
배가 물 위에 뜨려면 그 뱃구레를 눌러주어야 하니 이곳에 천 위의 불상과 천 개의 탑을 하루 낮 하루 밤 사이에 도력으로 지어서 천불로 사공을 삼고 천탑으로 노를 삼아 비보진압해 놓은 것이 천불동 운주사라는 것입니다.
천구의 미륵불이 하룻밤 새 세워지면 수도가 바뀌리라... 하는 예언 아래 고려 왕조 지배 아래 살고 있던 백제인들이 밤새워 정과 망치로 미륵불을 새기는데, 한밤 중에 느닷없이 수탉 한 마리가 울었고 이 울음소리에 부근 닭들도 잠을 깨어 우는 바람에 사람들이 일손을 놔버렸는데, 새벽은 훨씬 뒤에야 찾아왔고 사람들은 구백 구십 팔개의 석불을 앞에 두고 가짜 닭소리에 속아 석불 두 구를 미처 완성하지 못한 것을 원통하고 한스럽게 탄식했다는 얘깁니다.
이 정도 내용이면 앞으로 소설이든 영화나 드라마든 얼마든지 소재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Ann> 저 같은 경우는 남도여행을 하다보면 마을이나 벌판 한 가운데 서있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있잖아요? 그 나무들은 어떤 얘기들을 간직하고 있을까... 궁금하더군요?
김> 저도 그렇습니다. 우리 남도를 더욱 멋스럽게 꾸며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랜 세월을 지켜온 느티나무, 은행나무, 팽나무 같은 나무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사람의 수명이 70~80년이고 보통 나무들의 수명이 300~400년인데 비해, 느티나무는 700~800년 혹은 천년을 산다고 하죠.
특히, 느티나무는 옛날에는 자식을 많이 거느린 부모, 혹은 많은 학동을 가르치는 서당 훈장님과 같다 해서 훈장목(선생나무)이라고 해서 서당의 마당이나 동구밖, 이웃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마루 등에 이 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목포시 북교동에 있는 북교초등학교는 목포항이 개항하던 1897년에 개교를 했는데요, 이 학교에는 학교 역사보다도 더 긴 수령0년)을 가진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이 느티나무에 얽힌 사연이 있는 학교가 전해지고 있더군요.
옛날에, 인근에 사는 가난한 선비가 이 나무 아래에 자리를 펴고 앉아서 글공부를 했는데 나무가 이 선비를 보호해서 겨울에 눈바람을 막아줌은 물론 여름 장마에도 비바람을 막아 주어서 선비가 앉은 자리는 물에 젖지 않았다고 합니다.
개화초기에 지방의 유지들이 그곳이 명당이라 해서 이 지방 최초의 학교를 바로 그 나무 옆에 세웠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Ann> 이 밖에도 남도 곳곳에는 문학과 예술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이 참 많더라고요?
김> 며칠 전에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변에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노래비가 세워졌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엄마냐 누나야’는 김소월의 시죠? 여기에 곡을 붙여서 노래로 만든 사람이 바로 3년 전에 작고한 월북작곡가 안성현 선생인데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하는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남도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영산강, 섬진강, 탐진강 강가에 사는 사람들의 얘깃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습니까?
작년에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엄마냐 누나야 강변 살자’ 이 노래를 피날레곡으로 독일의 유명한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음반을 내서 이 노래가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고 합니다.
Ann> 남도의 문화와 정서가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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