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5월에 거는 기대
현문 스님/ 심향사 부주지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살고 싶다’던 시인 노천명이 노래했던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산과 들에서 불어오는 봄바람과 꽃향기에 들떠있던 4월 연초록의 풋풋한 새잎은 어느새 그 싱그러운 푸른 윤곽을 더해가고 있다.
때가 되면 꽃이 피고 물이 흐르는 자연의 질서와 순응을 이 계절에 배울 수 있음에 나의 삶은 더욱 넉넉해진다.
산에는 아카시아와 철쭉이 수런수런 꽃피울 준비를 하고 송홧가루가 어렴풋하게 날리기 시작한다. 내가 구름처럼 물처럼 머물고 있는 도량에는 초파일을 맞아 색 고운 연등불이 켜지고 절을 찾아 공양을 올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기만 하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현실을 직시하고 내일의 희망을 꿈꾸는 일만큼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일은 없을 것이다.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그 어느 때 보다 어렵고 힘든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사상최악의 경제 및 금융 위기를 맞아 모든 것들이 ‘위기’ 아닌 것이 없는 것이다. 늘어나는 실업률, 고환율에 따른 수익의 감소와 정치의 혼란,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그칠 줄을 모른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시름만 더해갈 뿐이다. 서민의 고통을 달래주고 위안을 주어야 할 정치권은 아직도 지역 이기주의를 비롯한 이합집산의 집단으로 전락해버려 오직 당리당략만을 위하 정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문이나 방송을 보기가 두려울 정도로 만연되어있는 정치권과 소수 특권층의 비리와 부정부패, 갈수록 늘어나는 자살과 끔찍한 인명경시의 사건들은 이제 영화가 아닌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영화처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과 현실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시킬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상 모든 만물은 혼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관계와 조화와 상생으로 유지되고 발전하기 때문에 나는 개체이면서 전체인 모습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20세기 후반에서부터 시작된 생명존중의 가치를 전체적인 흐름과 조화를 무시하고 인간위주의 개발과 지나친 소비와 무절제, 향락위주의 즉흥적인 삶의 패턴에서 비롯된 것이다. 생태계의 변화라든가 환경문제, 또 지구 온난화 문제 또한 다름 아니다. 원인 없는 결과가 어디 있으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의지하며 살아가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른 사람의 관계 속에서 살지 않는 때는 한순간도 없으므로 우리의 행복과 불행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불교에서 사바세계란 참고 견뎌야 하는 ‘감인(堪忍)세계’를 말한다. 이는 현실이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노력과 정열을 가지고 세상을 바로 보는 안목을 키우고, 삶의 힘든 부분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삶의 질은 향상되고 더욱 성숙되는 것이다.
『보왕삼매론』에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교만한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하셨느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가 어려운 세상, 고해, 사바세계를 살아가면서 모든 일이 마음과 같이 순조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삶의 과정 속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불행과 역경은 순간이고 지나가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인생이다. 보다 현명하게 자기의 주체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고난과 곤란 속에서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의지적인 사람이다.
어려움을 통해서 그걸 딛고 일어서는 새로운 창의력을, 의지력을 계발하라는 삶의 엄정한 질서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세상은 살아갈 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부처님 오신 뜻을 생각해본다. 부처님은 종교와 이념을 떠나 세상 모든 존재에 대한 끝없는 연민과 자비심으로 고통과 번민으로 시름하는 이들에게 평안과 안락을 주고 불변을 진리를 통한 삶의 의미와 생명 존중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심향사 청청한 대숲에서 이는 청량한 바람이 모든 일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그대의 삶에 휴식과 여유, 기쁨과 행복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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