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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공기업 한전, 송전탑으로 이미지 ‘추락’

by 호호^.^아줌마 2009. 5. 10.

공기업 한전, 송전탑으로 이미지 ‘추락’

주민 설명회 한번 없이 어물쩍 송전탑사업 추진

“오량동 가마터 위로 전깃줄 하나도 못 지난다”

 

 

다시 운암·가동마을 설계변경 요구 ‘봇물’ 

  

나주 일대에 고압송전탑 공사를 추진해오던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오다 공기업 이미지를 크게 훼손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더구나 일부 사업구간에 대해서는 정부기관으로부터 ‘상식 밖의 설계’라는 호된 질타 속에 궤도 수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나주시 다시면 가운리 운암마을과 가동마을 주민들은 한전의 원칙 없는 송전탑사업 추진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한전 측의 난맥상을 공격하고 나섰다.

 

지난 6일 다시면 운암마을 회관에서 열린 주민공청회에서 주민들은 “송전탑은 민가를 피해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것이 타당한데, 민가와 겨우 30~100m의 이격거리를 둔 채 설계를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구나 한전은 송전탑이 민가와 가까워진 이유에 대해 국방부에서 금성산 미사일기지로부터 5km이상 이격거리를 두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주민들이 직접 국방부 감찰기관에 문의를 한 결과 1km 이상만 벗어나면 되는 조건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나주시 지역경제과 이영규 과장은 “2004년 사업추진 당시 군부대 이격거리와 관련해 대구 공군 제OOOO부대에서 ‘군사시설보호법상 이격거리에는 문제가 없으나 군작전운용상 5km 이내에 송전탑이 있으면 전파장애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의견서를 보내와 이를 한전측에 통보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5km 이상 벗어난 군사시설이 전자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데 채 100m도 되지 않은 거리에 있는 민가에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주장하는 한전의 논리는 주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구나 한전은 지난해 연말까지 이번 송전탑 사업과 관련해 주민설명회를 단 한 차례도 갖지 않았으면서 설명회를 한 것처럼 거짓보고를 해 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주민대책위원회 대표 김용도 씨는 “국방부에서는 공익사업이라 할지라도 국민생활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재심의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한전만은 국방부 법규 때문에 설계를 변경할 수 없다며 안하무인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대표는 또 “본 송전탑은 설계단계부터 잘못됐기 때문에 전면 재검토돼야 하지만 사업의 공공성을 고려해 마을 뒷산 능선너머로 민가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직선화 및 지중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당초 한전측 관계자가 참석하기로 했으나 참석하지 않았으며, 나주시 관계자와 나주시의회 홍철식 부의장, 강정숙 의원, 정광연 의원 등이 참석해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나주시 이영규 과장은 주민들이 국방부 재심의 요청과 공사 중지 요청을 해올 경우 행정절차에 따라 관계기관에 이를 정식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시의원들도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시의회 차원에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주민설명회를 거짓으로 보고했다는 주장에 대해 한전 광주전력관리처 김호곤 팀장은 “설명회는 하지 않았지만 관련법상 일간지 광고와 인터넷 공지 등을 통해 주민설명회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답변했으며 “이장단 회의에서 설명회를 하려다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또 주민들의 설계변경 요구에 대해 “이미 토지보상이 60%가량 진척이 됐기 때문에 동일 필지 내에서 이전은 가능하지만 토지소유자들의 반발이 커 전체적인 이설을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날 나주시 오량동 동방마을에서는 국가지정 사적 제456호인 토기요지(대형옹관 가마터)를 관통하는 송전탑 현상설계 승인요청과 관련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의 현장 실사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조현종(국립광주박물관장) 위원과 오병태(호남대 교수) 위원은 “오량동 가마터 현장으로 송전탑은 물론 전깃줄 하나라도 지나가서는 안 되고, 보여서도 안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전측은 이번 송전탑 현상설계 승인요청을 잠정 보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양순 기자


<사진설명>

다시면 가운리 운암(가동)마을 송전탑 관련 주민공청회에 나주시의회 홍철식 부의장과 강정숙 의원, 정광연 의원 등은 주민들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