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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여행기

나무에 새긴 백제시대 희귀기록 ‘화제’

by 호호^.^아줌마 2009. 6. 7.

나무에 새긴 백제시대 희귀기록 ‘화제’

다시 복암리고분군 출토 목간(木簡) 30여점 공개

종류·내용 다양 백제사 연구 획기적인 자료될 듯

 

◇다시면 복암리고분군에서 출토된 목간과 목제품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김성범)가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고분군(사적 제404호) 주변지역에 대한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31점의 백제시대 목간(木簡)을 공개했다. 목간은 글을 적은 나뭇조각으로 종이가 없던 시대에 문서나 편지로 쓰였다.

 

백제의 중앙(현 충남 부여)이 아닌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된 이 목간들은 종류가 다양하고 기록된 내용과 수량이 풍부해 백제사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모두 31점에 이르는 목간은 직경 5.6m, 깊이 4.8m의 백제 사비시기(A.D. 538~660년)에  해당하는 대형원형수혈유구에서 일괄 출토되었다.

 

그 중 13점은 묵서가 잘 남아있고 판독이 가능하며 그 종류는 문서목간, 꼬리표(付札)목간, 봉함목간(封檢), 다면목간(觚고), 습자(習字)목간 등으로 지금까지 국내 유적 중 가장 다양한 종류가 확인되었다.

 

특히, 목간들 중 길이 60.8㎝, 너비 5.2㎝, 두께 1㎝의 크기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토된 목간 중 가장 길고, 가장 큰 목간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목간에는 총 57자의 묵서가 쓰인 것으로 추정되며, 수미지(受米之…), 공지(貢之) 등이 쓰여 있다. 이는 지방 관청에서 공납과 그 과정을 기록한 행정문서 목간으로 판단된다. 

 

한편, 국내에서 최초로 출토된 봉함목간(封緘木簡)은 주로 관청에서 문서나 물건을 운송하는데 사용되는 목간의 한 형태로 봉투의 기능 또는 기밀을 요하는 문서 꾸러미나 물건을 운송할 때 쓰이는 것이다.

 

또한 백제의 촌락문서격인 목간에는 ‘대사촌(大祀村)’의 인명․가축의 실태와 ‘수전(水田)’․‘백전(白田)’․‘맥전(麥田)’ 등 토지의 경작형태와 ‘형(形)’이라는 토지 단위 및 ‘72석(石)’ 등의 소출량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러한 내용은 백제 경제사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밖에도 양면 묵서가 되어 있는 또 다른 목간의 한쪽 면에는 ‘병지(幷之)’라고 묵서되어 있는데, ‘之’는 ‘~하다’라는 백제의 이두식 표현으로 이두가 이미 백제시대부터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목간 외에도 칼(刀) 모양의 독특한 형태를 띤 나무판에 태극문이 그려진 목제품 한 쌍이 함께 출토가 되었는데, 이는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태극문양으로 알려져 있던 경주 감은사지 장대석의 태극문(682년)보다 앞서는 것으로, ‘易’, ‘五行’ 등 백제의 도교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백제의 사상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관계 전문가들은 이번에 출토된 목간들이 백제 도성이 아닌 지방에서 처음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히며, 문헌사료가 부족한 백제사 연구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백제의 중앙과 지방 세력과의 관계, 지방 행정 운영, 촌락의 농업 생산, 백제의 사상사․산업사 등에 대한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목간의 내용 중 인력을 관리하는 내용과 토지 단위(形)당 소출량, 지명(前港, 大祀村), 관직명(奈率, 扞率, 德率 등)이 포함되어 있어 고대 영산강유역 사회구조의 일면을 밝혀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나주시는 복암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을 종합적으로 보관·전시하기 위해 다음달 15일까지 고분전시관 전시연출 설계 및 제작・설치와 관련 사업자를 공모하고 있다. / 김양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