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향사 주지스님에게 물었다
작년에 나주에 내려와 일을 시작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 곳이
심향사였습니다.
어려서부터 예수쟁이였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에
절에 대해서는 문화적인 관심 외에 별로 알려는 노력이 없었고,
실제로 알 기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침, 저녁으로 심향사 앞(금성고 앞) 육교를 지나다니면서
걸어놓은 현수막을 통해 심향사에서
여러가지 사업들을 한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어린이 경제교실, 템플스테이를 비롯해서
주지스님과 함께 하는 천일기도 '이른 아침 나를 기억하라'
청련비천(靑蓮飛天) '초록연꽃 하늘을 날다' 같은...
아무튼 심향사가 산 속에서 속세로 성큼 다가섰다는 생각,
아니, 어쩌면 대중을 산 속으로 불러모으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반가움과 호기심을 느끼고 있던 터에...
지난 5월, 석가탄신일을 맞아 불교가 세상에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한 말씀 해주십사 정중히 원고를 청탁했더니 부주지이신 현문스님의 글이 도착했습니다.
'5월에 거는 기대'라는 제목으로 온 글 전체적으로 상당한 '포스~'를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마지막 한 문장이 압권이었습니다.
심향사 청청한 대숲에서 이는 청량한 바람이 모든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그대의 삶에 휴식과 여유, 기쁨과 행복 있으라.
이글은 읽고 싶다면 '우리이야기' 방을 들어가서 찾아보시길...
이런저런 이유로 심향사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탑돌이(?)를 하는 분이 계시군요.
드라마에서 본 것 말고는 처음입니다.
그것도 남자분이...
뭔가 간절한 바람이 느껴지죠?
꼭 바라시는 일 이루시길...
한창 피어나고 있는 접시꽃입니다.
접시꽃은 원래 이렇게 요염한 꽃이 아닌데
이상합니다.
심향사 전체 풍경을 잡지는 못했습니다.
카메라가 짜잔한 것이라...
제 카메라 기종이 '소니 알파100' 인데
얼마전 서울 대한극장에서 본 영화 '김씨표류기'에서 여자 주인공(이요원)이 갖고 있는 카메라가 '소니 알파350' 이더군요.
그만큼 진화가 됐다는 건데, 제 소망이 뭐냐면...
달은 못 찍더라도 제 눈안에 펼쳐지는 풍경만큼은 담을 수 있는 앵글을 갖고 싶다는 것입니다.
돈이 웬숩니다.
앗, 헛생각하는 사이 스님이 지나갑니다.
먼저 사진부터 찍고나서 초상권에 대한 양해를 구합니다.
"스님, 안녕하세요?"
활짝 웃는 얼굴로 돌아서는 스님...
주지스님을 찾으니 "제가 깁니다."
'아니, 주지스님이 이렇게 젊으셔도 되남?' 하는 마음을 감춘 채,
"아, 예~, 오전에 연락드렸던 OOOO신문 김ㅁㅁ 기잡니다."
"아, 예. 들어가시지요."
주지스님실에 들어가 녹차를 연거푸 열댓잔을 마시고,
30분 정도 얘기를 하겠다고 해놓고선 한 시간이 넘도록
說을 풀었습니다.
지난주 일요일(21일) 심향사에서는 아주 특별하면서도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에서 온 승려들을 초청해서
그들 나라의 전통예식으로 법회를 연 것입니다.
심향사가 이들 이방인들에게도 천년의 미소를 보낸 것은
기억할 만합니다.
◇심향사 주지 원광스님
그들은 지난 20여년 동안 내전 때문에 불안했던 본국이, 비록 피로 얼룩진 평화이기는 하지만
안정을 되찾게 된 것을 축하하고, 또 내전으로 인해 숨져간 영혼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저 어렸을 때는 심향사가 아주 조그마한 절이었는데 지금 보니 커졌습니다. 어인 이윱니까?"
"하핫...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요, 뭐. 다만, 최근에 와서 본연의 포교활동 외에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사업이나 복지사업, 문화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절이 커졌다함은 그런 연유가 아닐지요?"
또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그동안 절은 산속종교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하시는 일들을 보니 상당히 대중과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 원래 불교는 대중종교였죠. (그대가) 몰라서 그렇지...
과거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불교나 유교사상이 거의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에 포교라든지
실천불교에 대해서는 인식을 하지 않고 있다가 근래에 와서 천주교나 기독교 등의 서양종교가 들어오면서
그들이 봉사활동이나 선교활동 하는 것을 보고 불자들이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자각들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저희 불자들이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사회봉사라든지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미미하지만 실천적 불교에 치중하여 봉사하고 기도하는 신도가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또 물었습니다.
"불교에서는 업보라든지, 인연을 중시하던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불교가 다른 종교와 다른 점은 자기가 만든 것은 자기가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주관적인 사상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인생뿐만 아니고 전생이란 것이 있습니다. 지금 이시간이 지나면 다 전생이 되는 것입니다.
과거의 습관들, 또한 금생에 태어나서 만들어진 습관들이 모여서 업이 되고, 잘못된 업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자기 자신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내 모습은 과거·현재·미래가
다 함께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면 ‘네가 과거를 알고 싶으냐, 과거를 알려면 지금 현재 네 모습을 보면
네 과거의 모습을 알 수 있다.’ ‘너의 미래를 알고 싶으냐, 그럼 지금 현재 네가 어떤 생각과 어떤 행동으로
살아가고 있느냐에 따라 미래의 네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과거와 미래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고 현재 이 시간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모습으로 인해
내가 과거에 잘못된 업이 녹아내려지고 미래에 내게 다가올 업이 좋은 쪽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업, 행동의 업들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업장을 녹이는 것은 그 업을 바로 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참회를 통해서 만이 가능합니다. 진정한 자기의 참회가 이루어져야 만이 업장을 녹일 수 있습니다."
물론, 스님께서 상당히 많은 말씀을 하셨는데 제가 이해가 부족해 정리를 못했다는 점 양지하시압!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스님을 어디선가 많이 뵌 듯합니다만..."
"초등학교 동창입니다."
"네? 아니 그럼, 나주중앙초등학교 32회? 6학년때 몇 반? 앗, 3반요? 어쩐지... "
암튼, 그렇게 된 얘깁니다.
심향사 마당에 서 있는 나뭅니다.
밑둥이 절반이 잘렸는데도 오랜 세월을 견뎌온 것 같습니다.
나무 밑둥부분으로 나주시내 전경이 보입니다.
심향사에는 문화재가 여럿입니다.
1982년에 건칠 아미타여래좌상이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99호로 지정됐고,
1984년에 심향사 일원이 문화재 자료 88호로 지정됐습니다.
1988년에 전통사찰 보존법에 의한 傳統寺刹로 지정이 됐고,
2006년에 寶物 제50호 나주북문밖 삼층석탑이 옛 나주군청에서 원래 자리로 옮겨왔습니다.
2007년에 문광부에서 템플스테이사찰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고,
2008년에 건칠 아미타여래좌상이 寶物 제1544호 지정됐습니다.
이밖에도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석조 미륵좌상과 3층 석탑, 石塔 屋蓋 4매가 값진 유산입니다.
천년 古刹이라더니 오홋~ 시선을 압도하는 팽나무가 떡~ 버티고 있습니다.
나무 옆에 있는 간판을 살펴보니 보호수인데, 수령이 500년 이랍니다.
이 정도 나무라면 물어보나 마나 500년이라는 것 정도는 "척 보면 압니다"
그런데 허리가 많이 아픈가 봅니다.
부목을 댔어요.
마치 영화 <대부>에 나오는 꼴레오네를 보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 돈 꼴레오네(말론 브란도)는 아들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에게 이런 말을 하죠.
"야망이 큰 남자라면 절대 속내를 드러내서는 안된다."
"친구보다도 적을 더 가까이 해야한다."
"이제 그만 화해하지... 라고 제안하는 놈. 그놈이 배신자다!"
많은 말들을 남깁니다.
앗, 삼천포로 빠졌군요.
다시 심향사로 갑니다.
이 나무는 태어나서 두 번째 보는 나뭅니다.
언제 처음 봤느냐, 바로 오늘 오전에 나주시 다시면 동당리에 있는 석관정을 찾아가는 길에섭니다.
석관정은 5~6년 전에 가본 길이라 쉽게 찾아가려니 하고 나섰다가 동네 두세 개를 뺑뺑 돌았습니다.
그러다 도로가에 즐비하게 서 있는 저 나무들을 본 겁니다.
처음 보는 꽃이라 사진을 찍어 와서 다음 지식이나 네이버에 물어볼까 하다가 시간에 쫓겨 그만뒀는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더니, 오후에 들렀던 심향사에서 똑같은 꽃을 본 겁니다.
저는 재수가 좋던지, 아마도 必然의 끈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대게 이럴 땐 ‘할렐루야!’를 외치는데 사찰에서 그러는 건 실례일 것 같고,
아무튼 절묘한 인연으로 만난 또 하나의 꽃입니다.
주지스님에게 물었더니 모감주나무라고 합니다.
모감주나무라...
모감주나무는 열매로 염주를 만든다고 해서 염주나무라고도 하는데 세계적으로 희귀식물이랍니다.
6-7월이 되면 노랑색 꽃들이 날아갈 듯 활짝 펼치다가 9월이 되면
마치 꽈리의 열매처럼 겉은 얇은 풍선 모양의 막이 둘러싸고 그 안에 까만 열매가 익는데
아주 단단하고 광택이 뛰어나 염주 재료로 애용된다고 합니다.
원래 충남 안면도와 강원도 일부 해안가에서 자생지가 발견되는 정도였는데,
나주에서 두 번이나 봤으니 이제 왠만큼 서식지가 넓어진 것 같습니다.
주지스님을 땡볕에 세워놓고 이 아짐이 뭐하는 짓인지...
암튼 처음 보는 꽃 앞에서 "오, 예~ 오, 예~~"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아뿔사~ 꽃에 눈이 팔려 향기를 못 맡아봤습니다.
안타까울지고...
조만간 꽃 향기 맡으러 다시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원광스님이 갖고 계시는 차茶가 정말 끝내줍니다.
열번을 더 우렸는데도 맛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 찻잔이 심향사의 또 다른 보물이거나 화수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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