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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음악으로 세상의 눈물을 씻다...금성명다원 하우스콘서트

by 호호^.^아줌마 2009. 7. 20.

음악으로 세상을...

음악으로 나주를 바꾼다

   

 

하늘은 여전히 비구름을 잔뜩 머금고 있었지만 뱉어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염치는 있었던지 주일 오후 한때나마 숨돌릴 틈을 준 것이었나 봅니다.

장마통에 팔자 좋게 무슨 음악회냐 할 지 모르지만

지난 한 주간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사랑하며, 누구 보다 고달픈 한 주를 살았습니다.

그러니 저도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굳이 이런 변명을 하지 않더라도

사람은 가끔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정신의 무장의 풀어놓고, 마음의 긴장도 풀어헤치고

하늘과 벌판과 사람들을 바라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그런 여유마저 없다면 턱턱 숨 막히는 이 세상 어찌 삽니까?

아이들에게 부리나케 저녁을 차려 먹이고 금성명다원을 향해갑니다.

나주향교 돌담길, 오랜 세월을 견딘 은행나무와 백일홍이 반깁니다.

오랫만이군!

오랫만이에요^^

 

 

 

담장 너머로 향교 대성전이 보입니다.

엿본다 한들 글 읽는 서생이 있을까만은

그래도 호기심에 까치발로 들여다봅니다.

 

 

좌향좌를 하니 금성명다원길이 보입니다.

오랜 토담이 장마를 잘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됩니다.

이곳은 일명 연애고샅길이라고도 합니다.

낮에도 별로 드나드는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스름한 밤길에 남녀가 손을 잡고 걷기에 안성마춤인 곳 아닙니까?

아, 저요?

깡패 나온다고 절대 다니지 말라는 어머니 말씀 금과옥조로 여기며 살았습니다.

 

 

집안에 들어서니 자연스럽게 자라난 풀과 나무들이 호흡하는 것을 느끼겠습니다.

한켠에 낙동구절초꽃이 저 홀로 가을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왁자지껄한 소리에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마당 한 켠에 삼겹살파티가 한창입니다.

오늘의 호스트 송영건 선생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저 말고 소니 알파랑...

 

 

 

작년 이맘때 이곳에 찻집을 내고 오늘이 첫돌이랍니다.

이 곳에 둥지를 틀기 전 금성산자락 다보사 아래 빈집을 얻어 찻집을 냈으나

통 찾는이가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차가 사람을 찾아 내려와야지요.

원래 선생의 하는 일이 금성산 야생차를 보존하고 확대해서 보급하는 일인데

오늘은 특별히 연차를 낸답니다.

연차...

연차는 홍련을 쓰지 않고 백련을 쓴답니다.

백련차에 대한 얘기는 이전에 올려놓은 것이 있으니

관심있는 분은 메뉴판 아래 검색창에서 검색해 읽어보시길...

천수봉, 미실란, 백련으로 검색하면 나올 것임

 송영건 선생은 수궁가 2시간 40분을 완창할 정도의 소리실력을 갖추고 있으나

아직까지 끝까지 들려달라 하는 이가 아무도 없어서 

실력발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군요.

저도 20분까지는 들어봤습니다만...

 

 

 

오늘 연차 시연은 박계수 선생입니다.

박계수 선생은 나주에서는 딱 두 명 뿐인 사무관급 여성공무원입니다.

연꽃 한송이로 30명 마실 차를 우려냅니다.

한참 잔이 오가고 용기있는 사람은 한 잔 더 달라해서 마시고 있는데

뜬금없는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조 선생 : 이거이 뭔 맛입니까?

일동 :  하하하하....(연차 마시면서 뭔 맛이냐니?)

송 선생 : 아니, 다들 머릿속에 연꽃 한 송이가 피어나고 있는 마당에 뭔 맛이냐뇨?

조 선생 : 난 맨날 얻어 마셔도 차맛을 몰라...

 

 

^.^

^-^

 

 

 

금성명다원에서는 송영건 선생이 직접 덖은 차를 마실 수도 있고 사갈 수도 있습니다.

원래 소문 없이 치르는 음악회라 혼자만 다니다가

오늘은 좋은 건 서로 나누자 하는 생각에 다섯명을 초대했는데

두 명이 왔습니다.  

세 명은 내내 머릿속에서 함께 했습니다. 

 

 

이제 음악회가 시작될 시간입니다.

무지크바움 조기홍 선생이 연주자를 소개합니다.

첼리스트 김창헌...

공연전 미리 만나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눠본 바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7년 동안 첼로 공부를 하면서

로스트로포비치의 조교였던 이로부터 사사했답니다.

그 뒤 독일로 건너가 공부를 했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우스콘서트에 다니곤 했는데

그곳에서는 음악가를 경매한다는군요.

미리 연주자의 실력을 본 뒤 난 얼마, 넌 얼마...

해서 낙찰이 되면 그 사람집으로 연주를 하러 가는데

그는 3,500유로까지 받아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벌어서 독일 곳곳의 오래된 서점과 음악상을 찾아다니며

오래된 악보를 구하는 것이 취미였다는 군요.

오늘 그가 전 세계적으로 하나밖에 없는 악보로 연주를 한답니다.

 

 

오늘로써 네번째 만나는 연주잡니다.

그 동안 무대에서 봐왔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그의 음악이력을 살펴봤습니다.

 

모스크바차이코프스키 국립음악고등학교 졸업

모스크바차이코프스키 국립음악원 수학

독일 브레멘 국립음대 Diplom 졸업

독일 뤼벡 국립음대 Konzertexamen 졸업

현재 C.T.S방송교향악단 수석

독일 Luebecker Chamber Ochestra Gast Solist(뭔 말인지...ㅋㅋ)

한국 AM, 일본 YA-DE  Management 소속 아티스트...

그리고 사단법인 무지크바움 현대앙상블 단원.  

 

 

 

드디어 시작된 음악회,

첫곡은 슈베르트의 리이트 가운데 한 곡,

두번째 곡은 올해로 서거 150주년을 맞는 멘델스존의 무언가.

이 곡은 20년전 양복선전하는 CF에서 처음 듣고 반했다고 하더군요.

 

 

 

세번째 곡...

이 곡을 듣고있자니 인간의 고통과 슬픔이
이렇게 아름답게도 표현되는구나 싶어집니다.

애절하다 못해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깊은 절규...

첼로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아려서
마치 바이올린의 선율인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곡입니다.

 

오펜 바하가 42세에 요절한

천재 여류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를 추모해 지은 곡입니다.

일명 '재클린의 눈물'

지금 흐르고 있는 음악입니다.

 

기껏 손수건 젖게 해놓고 다음곡으로 들려준 곡이

J. Malats 의 '세레나데 에스파뇰라'였습니다.

못 말리는 첼리스트 김창헌입니다.

 

Intermission

 

 

목포대 음악학과 교수인 피아니스트 이건실 교숩니다.

막간을 이용해 비엔나에서 음악활동하는 제자들의 초대를 받아 다녀온 얘기며,

우리사회가 소통, 소통하는데 어떻게 소통을 꾀하고

사회통합을 이룰 것인가 하는 얘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음악이 돈과 권력과 명예에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역설합니다.

음악가는 이름값이 아니라 감동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고...

오늘 같은 밤의 음악회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음악으로 세상을 바꿔나가자는

호호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으나 나주는 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드디어 그가 아껴둔 음악, 

세상에서 오직 자신만이 연주할 수 있는 곡을

들려준다고 합니다.

 

악보가 하나 뿐이니

연주할 수 있는 이가 그 뿐이라는 말

신빙성이 있는 말 아닙니까?

 

곡은 다름 아닌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아리아를 주제로 만든

갈라? 변주곡??

그런 형태의 곡이었습니다.

 

귀에 익은 아리아의 진수를 첼로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첼로는 가장 사람의 목소리에 가깝다는

말과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생상의 '백조'

귀할 수록 흔하지 않다고 합니다만,

흔히 듣는 음악이 또 가장 훌륭한 음악 아닙니까?

그의 연주라서 특별했고,

바로 내 귓전에서 울리는 첼로였기에 더 각별했습니다.

 

 

 

 아하, 그리고 연주할 때마다

100m 달리기 하는 기분으로 전력질주한다는 곡을 앵콜로 받았습니다.

림스키콜사코프의 '땅벌의 비상'

친구들과 빨리 연주하기 대회를 해서 1등을 했다는...

대체나...

연주가 끝나고 파리, 모기로 안 들어줘서 고맙다는 너스레까지... 

그동안 하우스콘서트를 유명 카페나 식당, 식장에서만 했는데

오늘처럼 하우스에서 하우스콘서트를 한 것은 나주가 처음이랍니다.

함께 동행한 아내가 실내에서 하는 줄 모르고

구멍난 양말을 챙겨줬다며 푸념입니다.

 

대체나 우연히 그 걸 보고

피식~  웃음지었는데...

 

요즘 나주에서도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음악은 사회구성원을 치유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힘을 발휘한다죠?

 

나 한명의 참여로 이뤄지는 음악운동을 통해

천년고도 나주의 문화적 깊이가 더욱 깊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재클린의 눈물 속에서

새로운 희망과 삶에 대한 희구를 엿봅니다.

 

우리사회도 역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으로 세상의 눈물을 씻어주리라 확신합니다.

 

 

재클린의 눈물 

 

* 연주 동영상...핸드폰이라 상태는 좋지 않지만... 동영상 보시려면 위 음악을 멈춤으로... 

 

쇼스타코비치...로망스(플래시 파일)

 

 

J. Malats '세레나데 에스파뇰라'(플래시 파일)

 

베르디... 라트라비아타 주제에 의한 변주곡(저장용량 적어 연주 도중에 잘림, 플래시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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