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헤치고 피어난 나주천 부용(芙蓉)처럼
장마뒤끝 맹위를 떨치는 무더위에 몸과 마음이 지쳐갈 즈음, 나주천에 활짝 핀 부용이 인사를 건넨다. “덥죠? 곧 가을이 와요.”라고.
어찌 보면 무궁화를 닮았고, 또 어찌 보면 접시꽃을 닮은 꽃 부용. 시인 박문수는 부용을 이렇게 정의한다.
맏이 무궁화는 일편단심 절개로 집안 일으킬 맏며느리 감, 보라색 꿈 피울 접시꽃은 튼튼해 농사꾼 아낙 같은 꽃, 그리고 핑크빛 붉은 예술혼을 담은 부용은 예술가로.
지난 7월 그 억수로 쏟아지던 폭우에 나주천이 두 번이나 물에 잠겨 초토화되다시피 했던 그 곳, 그 자리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이렇듯 당당하게 꽃을 피워낸 꽃 부용이야말로 생명의 화신(化身)이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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