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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환갑진갑 다 지난 우리도 배운다!”

by 호호^.^아줌마 2009. 8. 24.

탐방…대한노인회나주시지부 한문강좌


“환갑진갑 다 지난 우리도 배운다!”


 

 

 

“古者(고자)에 父母之喪(부모지상)에는

旣殯(기빈)허고 食粥(식죽)허며,

齋衰(재최)에는 疏食水飮(소식수음)허고,

不食菜果(불식채과)허며...”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가까우니 한낮의 무더위가 누그러질 만도 하건만 오히려 늦더위가 더 기승을 부리는 8월 중순.

 

나주시 산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대한노인회 나주시지회(회장 한두현) 2층 회의실에서 소학(小學) 강연이 한창이다.

 

선생은 노인대학 김평호 학장, 학생은 환갑, 진갑 다 지냈을 법한 연세 지긋한 노인 열댓 명이다. 

 

“자, 이 말이 뭔 말인고 하니, 옛날에 부모의 상에는 빈소를 차린 다음에 죽을 먹었으며, 재최의 상에는 빈소를 차린 다음에 거친 밥과 물을 마시고, 채소와 과일은 먹지 않았다 이런 뜻이란 말씀입니다.”

 

김평호 학장의 강론에 백발성성한 한 학생이 이의를 제기한다.

 

“근디요, 그거이 요새 세상에는 통해야 말이지요잉? 부모상을 당한 상주와 며느리가 문상객들하고 어울려서 웃고 떠들고 히히덕거리든디, 영 못 봐주겄습디다.”

 

또 다른 학생이 거들고 나선다.

 

“그 뿐이면 말도 안하지라우. 부모상 치른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울긋불긋한 옷차림에 삘건 입술연지까지 바르고 들랑달랑 하는 걸 보면... 요새 사람들이 이상한 건지, 우리가 못난 건지 당최 분간이 안 간당께요.”

 

얘기가 한창 곁길로 빠지려는 찰라, 김평호 학장이 수습에 나선다.

 

“그래서 문화라는 건 옳다, 틀리다 딱 정해놓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부모상에 이랬는데 요새 사람들은 왜 그러지 않느냐, 이렇게 탓할 수만은 없는 것이죠. 다만, ‘자식 된 도리는 이런 것이다’ 하는 걸 알려주자는 것으로 보면 되지 않겄습니까?”

 

 

노인회에서 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한문강좌가 올해로 네 돌을 맞았지만 결국 수강생은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따금 들러서 강연을 듣는 나주대학 이재창 교수와 신정훈 시장 같은 청강생도 몇 된다.

 

강의가 있는 화.수.목요일이면 나주지역 원근각처에서 학생들이 모여든다. 학생들 가운데 가장 맏형격인 김정구 할아버지는 연세가 아흔 한 살이신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호동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참석을 하신다고.

 

광주시교육청 장학관으로 정년을 맞은 김평호(73.사진 왼쪽)학장은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고향인 세지면 벽류정으로 돌아와 지역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예정된 강좌를 마치고 지난 20일 수료식을 하는 자리에서 “내년에 또 만납시다.” 하는 말로 인사를 가름하는 김 학장에게 몇몇 수강생은 “그러게 될랑가 모르겄소.”하는 말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세지, 동강, 왕곡, 남평...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배움의 길에 참여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진지한 표정에서 목사고을 나주의 얼이 깃들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배움의 길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어르신들의 진지한 표정에서 목사고을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