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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이야기

순대국밥 먹으러 창평으로...

by 호호^.^아줌마 2009. 9. 28.

 

 

 

가을이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했던가요?

왕성해지는 식욕도 식욕이지만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역마살이 도지는 바람에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 그래서 떠나봅니다.

목적지는 담양군 창평면,

목적은 소박하게 그냥 순대국밥이나 한그릇  먹으러... 

 

 

 

 

국밥은 뭐니뭐니해도 장터국밥이 최고죠.

그동안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귀동냥으로 들은 바로는

창평장에서 양철지붕집이 제일 맛있다더라 하는... 

그래서 제일 간판이 허름한 집으로 들어갔는데

점심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시간인데도

손님이 북적입니다.

애게게~~ 겨우 이거 먹으러 여기까지 온거야?

투덜대는 딸들을 다독여가며

창평의 참맛, 손으로 직접 만든 암뽕순대를 먹습니다.

 

 

 

암뽕순대와 순대국밥.

순대 속의 콩나물이 제대로 맛을 살려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르면 금방 질립니다.

순대국밥 대신 콩나물국밥을 시키는 게 나았을 뻔 했습니다

얼마 먹지 않아서 배가 불러오거든요.

순대를 먹고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삼지천마을로 향합니다.

 

놀토 달팽이시장이라...

창평면사무소 앞 광장에서 학교 안가고 노는 토요일에 달팽이시장을 한답니다.

이제 곧 허수아비 페스티발이 벌어진다고 하는데요,

10월 10일, 삼지천 돌담길과 허수아비로 뒤 덮힌 들녘 걷기를 한 뒤, 허수아비 시상식을 한답니다.

 
'군민이 주인되는 살맛나는 담양건설'
창평면사무소에 걸린 구홉니다.
 
어느 자치단체든지 표방하는 구호는 엇비슷하군요.
그렇지만 진짜 지역민이 주인행세 할 때는
선거일 딱 하루 뿐이라는 사실...
 
그래도 창평면사무소  직원들
일요일인데도 관광객들을 위해서 근무를 하더군요.
 
화장실좀 가자,
물좀 먹자,
휴대폰 밧데리 충전좀 하자...
이런저런 주문사항이 쇄도하는데도
다들 친절하게 잘 대해주시더군요
옆에서 보는 제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면사무소 마당에 만들어 놓은

놀이기굽니다.
돌맹이를 던져서 운명을 점치는
도구였는데 
큰딸은 기업인,
작은딸은 판사,
저는 가족화목이었는데,
남편은 대통령 ㅡ.ㅡ;;
언감생심ㅡ.,-;;
그거 돼서 엇다쓰려고... 
 
       

발효와 숙성을 거쳐야 하는 우리 전통음식이 많이 남아있는 창평면은

지난해 말 슬로시티국제연맹으로부터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습니다.

인구 5만 이하의 도시에 패스트푸드점과 대형마트가 없어야 하며,

다른 슬로시티와 연결할 수 있는 채널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 창평면이 적합했던 것이죠.

삼지천마을 돌담 고샅길 걸어서 돌고, 뛰어서 돌고, 자전거 타고 돌고...

옛날 원님 객사자리였던 창평면사무소에서 골목길로 이어지는 곳으로 들어서면 전형적인 시골마을이 나타납니다. 
이 곳 삼지천마을 담장은 문화재청에서 등록문화재(제265호)로 지정할 정도로 정겹고 유서깊은 곳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매한 담양군에서 관광개발을 한다면서 이 담장을 허물고 말았습니다.
전라남도가 부랴부랴 원상복구에 나서고 해당 공무원을 징계하라고는 했답니다만,
무너뜨린 담장을 복원한다고 해서 원형이 살아나겠습니까? 무늬만 같을 뿐이겠죠.
그나마 이 마을에 들어소면 콘크리트와 시멘트 문화로 뒤덮힌 세상에서 용케 보존돼 남아있는 돌담과 기와집, 고가들이 향토의 멋을 지키고 있습니다. 
1510년경부터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왔다는 '창평고씨(昌平高氏)' 부잣집 가옥들이 많더군요.
초입부터 담쟁이 넝쿨과 하눌타리가 흙담을 뒤덮은 골목길을 들어가면 바로 보입니다.
 
    
 
부잣집은 여전히 부잣집으로 서민집은 그냥저냥 서민집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지나가다 집 안 풍경에 취해 들어갔습니다.

"별 것 있겄소만, 둘러보고 가쇼!"

 

 마당 너른 집 장독대엔 뭐가 들어있을까요?

아마도 고향이 가득하겠지요?

광주에 사는 세째 며느리가 찾아와 시어머니께 김자반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란다.
"은산아, 뛰엇!" 자전거로 동네 한바퀴... 어찌, 제일 쪼깐한 것을 저리 뛰게 할꼬! 
돌담 틈새틈새 피어있는 채송화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누가 볼봐주는 것도 아닌데
저 혼자 자라나 
저 혼자 피어난 삼지천마을 채송화

채송화, 참 빛깔 곱죠? 

삼지천마을을 지나 어느 산골짝을 굳이 찾아가보겠답니다.
남평이 총각시절 고시공부를 했던 곳이라나요?
첩첩산중에 저수지 하나가 보여 찍었습니다.  

돌담에 매달려있는 애호박이 먹음직스럽습니다.

호박잎을 따다 거친 껍질을 벗겨내고

뜸들이는 밥솥단지에 익혀내 간장치고 밥 싸 먹으면 진짜 맛있는데... 

   

이곳은 아직도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장을 담는 고려전통식품의 기순도 씨 집입니다.

창평면 유천리에서 죽염된장을 빚고 있는 고려전통식품은 10대를 이어온 장맛으로

슬로시티평가단의 입맛을 사로잡은 창평 고씨 4종가의 종부 기순도 씨가 전통장류를 만드는 곳입니다.

한햇동안 이곳에서 메주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콩만해도 500~600가마 분량.

 

마당엔 직접 담은 장류들이 맑은 바람과 햇빛을 쐬며 숙성되고 있는 전통옹기들로 가득합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장류는 죽염된장, 청국장, 고추장, 간장 등등.

아파트에서 숙성시키기 어려운 전통된장을 이곳에 담가두면 대신 숙성보관해주기도 한다는군요.

창평 슬로시티의 또 다른 전통 손맛은 한과.

겨울철 간식거리를 위해 만들었던 한과는 과일이나 야채를 조린 정과를 비롯해 유과와 강정 등 다양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발효식품은 쌀을 물에 담가 일주일정도 삭힌 후 씻어 건져 말려 사용하는 유과.

잘 삭은 쌀이어야만 익혀 꽈리가 부풀도록 치고 밀대로 밀고 말려

30도의 기름에 넣었을 때 고르게 부풀어 오르는 것.

창평에는 직접 한과를 만들어파는 집들이 참 많더군요.

 

 

 
Kansas - Dust In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