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학교가기 싫었을 뿐인데 길랑-바레 증후군?
아침에 딸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엄살을 피웁니다.
어제 아침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뭔 소리여?" 한마디에 발딱 일어나 나서는 딸.
그런데 어제, 점심시간 막 지났을 시간인데 집에서 전화가 옵니다.이 시간에 누굴까 싶어 받아보니, 딸 입니다.
"너 왜 이 시간에 집에 있냐? 집에서 뭐 하냐? 어떻게 갔냐?"
쏟아놓은 질문에 조퇴를 했다는 겁니다.
순간 눈 앞에 깜깜... "왜? 뭔 일로?"
아프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조퇴하라고 했다는 겁니다.
아뿔사, 이건 신종플루 예방접종 부작용이거나 아직 면역력이 생기기 전에 신종플루에 걸린 것이 아닐까 싶어
곧바로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우리딸 천연덕스럽게 내복바람으로 인터넷 삼매경에 빠져있습니다.
"아니, 아프담서?"
학교에선 아픈 것 같았는데 집에 오니까 다 나았답니다.
"지금 시국이 어떤 시국인데 어디서 꾀병이냐?"고
한대통 쥐아릴 수도 없고...
알았다. 혹시 모르니까 다시 아픈 것 같으면 전화해라ㅜ.ㅜ;;
결국 전화는 오지 않았고, 저녁에 들어가보니 동생이랑 TV채널 놓고 일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안심은 됐지만 혹시 몰라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봤더니, 신종플루 예방 접종 후 여기저기서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군요.
그 가운데 길랑-바레 증후군이라는 게 있어서 미리 공부좀 해둬야겠습니다.
같이 하시죠.
지금부터 길랑-바레 증후군에 대해 조금 살펴보겠습니다.
(유튜브의 길랑-바레 환자에 대한 사례 소개 동영상)
인플루엔자 백신과 길랑-바레 증후군
1976년 미육군 훈련소에서 집단적인 인플루엔자 감염(독감)발생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돼지와 연관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였지요. 요즘 사태와 마찬가지로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긴급히 제조되었습니다. 그 결과 독감의 전파는 어느 정도 조절되었지만 이상한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건강한 인구에서 10만명당 1.6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길랑-바레 증후군의 발생이 약 10배 정도 증가한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새 독감백신과 연관된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 밖에 없었지요.
이번 인플루엔자도 돼지(북미 및 유라시아)와 연관되어있고 급하게 제조되었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이번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에서도 길랑-바레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참고로, 길랑-바레 증후군은 소아보다는 성인에서의 발병율이 더 높으며 1976년의 인플루엔자 백신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 길랑-바레 증후군 발병 사례에서 소아환자의 발생은 한 건도 없었습니다.
길랑-바레 증후군이란?
길랑-바레 증후군(Guillain-Barré Syndrome)에서의 길랑과 바레는 처음 이 병을 진단한 George Guillain과 Jean Alexandre Barré의 이름에서 유래합니다. 증상은 대개 '감기', '장염' 등의 증세가 있은 후나 예방접종 후 3일에서 6주 정도 후에 발생하는 하지의 마비나 통증으로 시작합니다. 예방접종보다는 보통의 '감기'증상 후에 오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지의 마비는 상행성으로 진행합니다. 처음에는 종아리나 발목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허벅지로 올라가고 심지어는 흉부의 호흡관련 근육이 마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호흡근 마비 때는 기계 호흡장치를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발병 후 2~3주 지나면서 증상이 호전되는데, 호전되는 순서는 증상발현의 역방향으로 하행성입니다. 대부분의 길랑-바레 증후군 환자는 2~18개월에 걸쳐 완전히 회복되지만 2년이 지나도록 회복되지 않는 증상은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발생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발생 당시와 회복시의 검사소견으로 추정하건데, 바이러스나 세균과 싸우던 면역 시스템에 교란이 일어나 자기 몸의 신경계를 공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실제로는 더 복잡한 내용인데, 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가 벗겨지는 일이 생깁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면역이란 적당해야 좋은 거지 어떤 식으로든 정상 이상으로 강화되는 것은 좋을 게 없는 법입니다.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어떤 증상을 얼마나 지켜봐야 할까요?
길랑-바레 증후군은 예방접종 또는 '감기'나 '장염' 등을 앓고 난 3일 뒤에서 부터 6주 뒤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접종 후 6주 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하지의 마비가 특징적이지만 통증을 먼저 호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걷지 못할 정도의 통증입니다. 만약 아이가 접종 후 6주 이내에 갑자기 발생하는 하지의 마비나 걷지 못할 정도의 통증을 호소한다면, 소아 입원이 가능한 시설이 있는 규모의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는 상지의 마비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하튼 사지말단부위의 감각이상이나 마비가 의심되면 일단 진찰부터 받아야 합니다. 대부분 완전히 회복되기는 하지만 첫 24시간동안 급격한 진행으로 호흡이 마비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입원치료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좀 무서운 병일수도 있겠는데, 정말 예방접종을 해도 괜찮은 걸까요?
시간이 지나서 결과를 봐야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으로 인해 길랑-바레 증후군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접종을 희망한 690만명의 학생 중, 적어도(아주 대충 계산하더라도) 70명 이상 의 길랑-바레 증후군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과의 연관성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숫자는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인구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제게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이 안전한가요?' 라고 물으신다면 '동물실험이나 임상실험상 그리고 제조과정상으로 큰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라고 말씀드립니다. 제게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을 꼭 맞아야 하나요?" 라고 물으신다면 '개인이 결정할 문제' 라고 밖에 말씀 못드립니다. 제게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을 권하시나요?" 라고 물으신다면 예, 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백신에 의한 길랑-바레 증후군은 발생이 의심스러운 반면 신종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은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11/23 추가) 실제로 의심환자가 한 명 발생했네요.
백신 접종과의 관련성은 의문이 들지만 어쨌거나 길랑-바레 증후군 의심 환아가 한 명 발생했군요. 더욱 불안해 하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근전도검사와 척수액검사소견이 정상이라면 길랑-바레 증후군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접종 관련 문제는 고사하고 길랑-바레 증후군이 맞는지부터 확인되어야 할 듯 합니다.
과거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6주 이내에 길랑-바레 증후군이 발생하였던 사람은 추후 인플루엔자 접종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플루엔자 감염의 고위험군인 경우에는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백신 접종을 추천합니다. 설사 길랑-바레 증후군이 인플루엔자 백신과 인과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길랑-바레 증후군의 위험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는 심한 인플루엔자의 위험보다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대한소아과학회 발행 백신Q&A(2006년) 및 예방접종지침서 제6판(2008년) 공통내용)
1976년 미육군 훈련소에서 집단적인 인플루엔자 감염(독감)발생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돼지와 연관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였지요. 요즘 사태와 마찬가지로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긴급히 제조되었습니다. 그 결과 독감의 전파는 어느 정도 조절되었지만 이상한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건강한 인구에서 10만명당 1.6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길랑-바레 증후군의 발생이 약 10배 정도 증가한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새 독감백신과 연관된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 밖에 없었지요.
이번 인플루엔자도 돼지(북미 및 유라시아)와 연관되어있고 급하게 제조되었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이번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에서도 길랑-바레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참고로, 길랑-바레 증후군은 소아보다는 성인에서의 발병율이 더 높으며 1976년의 인플루엔자 백신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 길랑-바레 증후군 발병 사례에서 소아환자의 발생은 한 건도 없었습니다.
길랑-바레 증후군이란?
길랑-바레 증후군(Guillain-Barré Syndrome)에서의 길랑과 바레는 처음 이 병을 진단한 George Guillain과 Jean Alexandre Barré의 이름에서 유래합니다. 증상은 대개 '감기', '장염' 등의 증세가 있은 후나 예방접종 후 3일에서 6주 정도 후에 발생하는 하지의 마비나 통증으로 시작합니다. 예방접종보다는 보통의 '감기'증상 후에 오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지의 마비는 상행성으로 진행합니다. 처음에는 종아리나 발목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허벅지로 올라가고 심지어는 흉부의 호흡관련 근육이 마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호흡근 마비 때는 기계 호흡장치를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발병 후 2~3주 지나면서 증상이 호전되는데, 호전되는 순서는 증상발현의 역방향으로 하행성입니다. 대부분의 길랑-바레 증후군 환자는 2~18개월에 걸쳐 완전히 회복되지만 2년이 지나도록 회복되지 않는 증상은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발생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발생 당시와 회복시의 검사소견으로 추정하건데, 바이러스나 세균과 싸우던 면역 시스템에 교란이 일어나 자기 몸의 신경계를 공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실제로는 더 복잡한 내용인데, 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가 벗겨지는 일이 생깁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면역이란 적당해야 좋은 거지 어떤 식으로든 정상 이상으로 강화되는 것은 좋을 게 없는 법입니다.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어떤 증상을 얼마나 지켜봐야 할까요?
길랑-바레 증후군은 예방접종 또는 '감기'나 '장염' 등을 앓고 난 3일 뒤에서 부터 6주 뒤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접종 후 6주 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하지의 마비가 특징적이지만 통증을 먼저 호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걷지 못할 정도의 통증입니다. 만약 아이가 접종 후 6주 이내에 갑자기 발생하는 하지의 마비나 걷지 못할 정도의 통증을 호소한다면, 소아 입원이 가능한 시설이 있는 규모의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는 상지의 마비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하튼 사지말단부위의 감각이상이나 마비가 의심되면 일단 진찰부터 받아야 합니다. 대부분 완전히 회복되기는 하지만 첫 24시간동안 급격한 진행으로 호흡이 마비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입원치료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좀 무서운 병일수도 있겠는데, 정말 예방접종을 해도 괜찮은 걸까요?
시간이 지나서 결과를 봐야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으로 인해 길랑-바레 증후군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접종을 희망한 690만명의 학생 중, 적어도(아주 대충 계산하더라도) 70명 이상 의 길랑-바레 증후군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과의 연관성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숫자는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인구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제게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이 안전한가요?' 라고 물으신다면 '동물실험이나 임상실험상 그리고 제조과정상으로 큰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라고 말씀드립니다. 제게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을 꼭 맞아야 하나요?" 라고 물으신다면 '개인이 결정할 문제' 라고 밖에 말씀 못드립니다. 제게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을 권하시나요?" 라고 물으신다면 예, 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백신에 의한 길랑-바레 증후군은 발생이 의심스러운 반면 신종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은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11/23 추가) 실제로 의심환자가 한 명 발생했네요.
백신 접종과의 관련성은 의문이 들지만 어쨌거나 길랑-바레 증후군 의심 환아가 한 명 발생했군요. 더욱 불안해 하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근전도검사와 척수액검사소견이 정상이라면 길랑-바레 증후군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접종 관련 문제는 고사하고 길랑-바레 증후군이 맞는지부터 확인되어야 할 듯 합니다.
과거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6주 이내에 길랑-바레 증후군이 발생하였던 사람은 추후 인플루엔자 접종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플루엔자 감염의 고위험군인 경우에는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백신 접종을 추천합니다. 설사 길랑-바레 증후군이 인플루엔자 백신과 인과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길랑-바레 증후군의 위험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는 심한 인플루엔자의 위험보다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대한소아과학회 발행 백신Q&A(2006년) 및 예방접종지침서 제6판(2008년) 공통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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