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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이야기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의미와 과제

by 호호^.^아줌마 2010. 6. 18.

 

 

한국에서의 지방자치제는 1952년에 처음 실시된 이후 3차례 지방의회를 구성하였으나 1961년에 폐지된다. 그러다 1991년에 재개되어 1995년부터 지방선거를 통합하여 실시되고 있으며, 지난 6월 2일 제5차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었다. ‘6·2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 한 사람이 8장의 투표용지에 기표하는 ‘1인 8표제’, 즉 기존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지역의원, 광역비례대표의원, 기초지역의원, 기초비례대표의원에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가 추가되면서 처음 선보이게 되었다.


이번 6월 2일 지방선거는 지방정부의 일꾼을 선출하는 것 외에도 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크다. 따라서 선거 결과는 이명박 정부의 향후 정국 운영은 물론 2012년 총선과 대권의 향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치열한 득표전이 예상되었다. 선거는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치열한 정책대결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4대강 사업, 세종시, 무상급식 등 지방선거와 관련된 이슈나 선거운동이 유권자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하였다.


선거는 유권자와 입후보자 사이에 공개시장이 개설되는 것과 같다. 선거운동을 통해 후보자는 유권자에게 좋은 상품을 선전하고 구입을 권유하는 대화의 과정이며, 이는 곧 국가와 사회의 대화를 의미한다. 즉 실현 가능한 정책을 선보이고 당선을 위해 투표를 권유하는 공개적인 시장과 같은 것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자의 업무수행 실적을 회고하여 상을 주거나 벌을 주며, 또는 당선 이후를 전망하여 지지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거는 공직에 대한 경쟁을 제공하고, 이후 공직자에게 권위를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기제는 정당과 후보자에게 책임정치와 유권자에 대한 대응성과 반응성을 높이는 것으로,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제도로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이런 점에서 선거운동의 위축과 유권자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 저하는 선거결과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결과가 온전히 유권자에게 피해로 돌아오며, 한국 민주주의의 실질적 진보를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민선 4기 지방자치단체 230개 중 94곳의 기초단체장들이 비리·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되었다. 전체의 41%로 10명중에 4명이 중도하차한 것이다. 민선 1기(1995~1998년) 때만 해도 23명에 그쳤으나 민선 2기(1998~2002년) 들어 59명으로 늘었고, 민선 3기(2002~2006년) 때는 78명으로 민선 4기를 포함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재선을 노린 호화판 청사 건립 문제 등도 최근에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견제 없는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의 관계에 그 원인이 크지만, 민주주의 시장에서 제 기능을 담당하지 못한 정당, 후보자, 그리고 유권자의 인식과 행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 등에 영향을 받아 선거운동이 유권자의 관심을 받지 못한 문제점과 더불어 각 정당의 공천지연으로 유권자의 알권리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으며, 그 결과로 2006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가 설 공간이 사라지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권자는 기존의 합리적이지 못한 투표 행태인 지역주의 투표, ‘줄 투표’, ‘묻지마 투표’ 등을 행할 위험성이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권에서의 정치관계법 개정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권자는 우선 자기 지역을 대표할 지역일꾼을 선출하는 과정에 관심과 적극적 참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역별로 다양한 정책적 쟁점뿐만 아니라, 세종시, 4대강 사업, 무상급식, 일자리 문제 등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이면서 동시에 지역 유권자의 삶과 관련된 사안도 많았다. 모두가 선거과정에서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사안들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어느 후보자가 또는 정당이 향후 4년간의 지방정부와 교육을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을 것이다. 선거 기간 중에 지자체장·교육감선거 후보자는 12면 이내, 지방의회의원·교육의원선거 후보자는 8면 이내로 구성된 선거공보가 각 가정에 배달되었다.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 수를 감안하면 300페이지 정도의 선거 공보는 유권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양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 시민으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그리고 유권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각 유권자는 귀중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올바른 선택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 지연, 학연, 혈연이 아닌 후보자와 정당이 내세우는 정책과 비전,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 등에 따라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결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성숙 그리고 지방정치와 교육의 발전은 유권자의 노력 그리고 냉철하고 현명한 태도에 달린 것이다.




6·2지방선거가 초박빙의 접전을 펼친 후 막을 내렸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가장 큰 관심은 역시 투표율이다. 투표종료 후 선관위의 잠정집계는 54.5%인데,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2006년 지방선거에 비해 상승한 것이라고 한껏 고무되어 있다.


필자는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높았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2006년 지방선거의 51.6%에 비해 단지 2.9%포인트 상승했고,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의 68.4%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1998년 52.7%, 2002년 48.9%와 큰 차이가 없다. 필자가 이번 6·2지방선거의 투표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이유는 50%초반대의 투표율에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0% 이상의 투표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서구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투표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낮은 투표율은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심각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유일한 중요 변수로서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대학교육이 일반화된 현재의 시점에서 투표율 고저는 더 이상 교육의 문제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투표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이 글은 정치제도 차원과 개인적 차원에서 총 10가지의 투표율 상승을 위한 성공조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정치제도 차원에서 의무투표제(compulsory voting)가 하나의 조건이다. 의무투표제는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도이다. 의무투표제를 실시하는 국가의 2000년대 초반 투표율을 보면, 호주 94.6%, 벨기에 91.6%, 터키 79.4% 등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의무투표제는 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국민의 여타 의무와 동일한 의무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자동투표등록제가 투표참여의 비용을 줄이기 때문에 투표율 제고에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는 선거인 명부가 주민등록 거소지에서 자동적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등록에 따르는 참여 노력은 요구되지 않는다.


셋째, 우편투표를 허용하는 것은 투표율 제고를 돕는다. 현재 국내선거에서는 부재자 우편투표가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2012년에 도입되는 재외국민투표는 공관투표만 허용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넷째, 주말에 투표를 실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투표일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낮다. 이는 대기업과 관공서를 제외한 중소기업종사자, 영세자영업자들은 생업으로 쉽게 쉴 수 없기 때문이다. 공휴일 지정도 좋지만, 주말을 이용해 투표를 실시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다섯째, 선거의 중요성과 의미를 제고하는 것이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과거에 비해 선거가 결정하는 이슈 영역이 좁아졌다. 최근 행정국가의 등장으로 복지와 일자리 문제가 높은 수준으로 제도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정치불신의 완화는 선거의 의미와 투표율을 증가시킬 것이다.


여섯째, 유권자의 정당소속감을 높이는 것이다. 유권자의 정당에 대한 이념적 일체감이 약화됨에 따라 투표에 대한 동기부여가 감소되었다. 또한 정당일체감을 느끼는 유권자의 절대적인 수의 감소가 투표율 하락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정당의 정책기능 강화로 유권자와의 정책일체감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일곱째, 선거제도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단순다수 소선거구제에 비해 투표참여율이 높게 나타난다. 비례대표제에서는 사표의 우려가 낮고 군소정당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 한 표의 가치가 매우 크다. 2004년 국회의원선거에서 정당투표를 추가한 1인2표제가 투표율을 높였다.


여덟째, 선거경합도가 높을 때 투표참여가 높아진다. 후보자들이 박빙의 승부를 펼칠수록 유권자의 관심도와 투표참여 의욕이 상승한다. 이번 6·2지방선거에서도 경합지역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우수한 자질의 후보가 많이 출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아홉째, 교육수준의 제고이다. 일각에서는 교육수준과 투표참여율의 상관관계가 약하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하지만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정치지식이 높고 선거정보를 습득하는데 드는 비용이 적기 때문에 투표참여의 잠재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민주시민교육의 강화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한 사람이 8개의 투표권을 행사하였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그리고 교육감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과 지식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교육의원, 광역의원, 기초의원에 대한 정보 수준은 매우 낮았다.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유권자의 책임으로만 전가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민주시민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투표참여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앞선 10가지 성공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치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치와 정치인, 정당과 국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는 유권자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출처 : 선거연수원 민주시민교육웹진(Civil Zine) 63호_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