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물 곱게 들이는 방법
박선례 / 나주뉴스 시민기자
울밑에 피는 것은 아니지만 봉숭아가 피는 제철이다. 봉숭아! 생각만 해도 어릴 적 추억어린 풍경이 눈앞에 아른거리며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그땐 그랬다. 누군가 한 명이 “오늘 봉숭아물 들입시다!” 하면 오후 내내 준비를 한다. 피마자 잎을 따두고 실도 잘라놓고 기왓장에 봉숭아를 놓고 백반과 숯도 넣었으며 이른 저녁을 먹고 찬물에 샤워하고 부채 하나씩 들고 우리 집 마당의 남달리 큰 평상으로 동네사람들이 모여든다. 어린애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노인들은 “봉숭아물을 들이면 저승길을 밝게 한다요” 하면 스스럼없이 손을 내어 준다.
모깃불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는 사이에 바람이 평상 쪽으로 불어주면 눈은 매울지언정 모기접근을 막아 주지만, 반대쪽으로 바람이 불라치면 모기란 놈 왱~하니 소리 지르며 공격을 해오면 부채에 맥을 못 추지만 대나무 평상 밑에서 공격하는 약은 놈에게는 꼼짝 없이 헌혈을 해야 했다.
샘물에 담가놓은 수박도 깨먹고 작두샘물 많이 품어내고 시원한 물에 미숫가루도 타먹고...
저녁마다 모여 하루에 생긴 일등 집안에 행사, 고민 등을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의논도 하고 힘을 실어주기도하고 하늘의 별을 세면서 잠이 들기도 하였으며 더위를 완전히 식힌 후에 잠자리에 들었던 추억이 새롭다.
봉숭아 물들이는 방법
봉숭아를 꽃잎만 따던지 줍던지 모아서 바로 찧지 말고 신문지를 깔고 물기를 닦아서 거실이나 시원한데다 2~3일간 그냥 두면서 신문지에 꽃잎이 말라붙지 않게 뒤적여준다.
시들시들해진 꽃을 명반을 넣고 잘 찧는다. (농축된 색소를 얻었기에 옆에 별로 들지 않음)마늘 빻는 곳에다 약간 두꺼운 비닐을 깔고 찧으면 색소의 손실이 전혀 없다.(혹자는 잎이 더 잘 든다고 하지만 잎이 꽃만 할라구요.)
손톱은 비누로 깨끗이 씻고 다른 손 손톱으로 손톱뿌리 부분의 살을 약간씩 밀어 올려주고 문방구에서 파는 연필깎이 칼로 손톱 면을 살살 갉고 털어 준다.
여기에 핀셋으로 손톱에만 정밀하게 얹어(빈틈없이) 비닐로 싸 묶어주고 하룻밤을 자고 나면 와우~
다음날 손톱 밑에 살들을 잘라주고 투명한 매니큐어를 발라주면 아주 오래도록 예쁘다. 사용하고 남은 것은 비닐에 잘 싸서 냉동실에 보관하면 사시사철 항상 고운 봉숭아물을 들일 수 있다.
이것을 천에 물들이면 천연염색이 된다. 백반(명반)은 매염제고 봉숭아는 염료. 손 세척 등 칼로 갉아주는 것은 정련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처럼 한밤중에도 열기가 가시지 않는 열대야에는 가족끼리 어른들의 추억을 되살리며 자녀들에게는 여름날의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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